【103회. 24 황녀와 공주】
방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오직 엘레니아와 루크가 숨을 헐떡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어느세 둘은 추운 날씨임에도 온 몸에 송글 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사랑해요"
잠시 숨을 고르던 루크가 차츰 안정을 되찾았는지 엘레니아를 향해 속삭이자. 엘레니아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사랑해 루크.."
이제는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익숙해진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다시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을까. 누군가 실험실의 문을 밖차고 들어오자. 루크와 엘레니아가 화들짝 놀라며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있는 안느란테의 모습이 보였다. 안느란테는 급히 엘레니아와 루크에게 다가오자. 루크와 안느란테는 황급히 주변에 흩으러져 있는 옷으로 대충 주요 부위를 가리며 말했다.
"아..안느란테님?"
마치 불륜을 저지르고 걸린 유부남들이 이러할까 루크가 놀란 얼굴로 묻자. 엘레니아가 급히 손을 들어 둘을 가르키며 외쳤다.
"어..어떻게 그런!"
"왜그래 안느란테?"
안느란테의 모습에 엘레니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으나 딱히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던 엘레니아가 짐짓 당당하게 물어오자 엘레니아의 얼굴이 마치 폭발이라도 할 것 처럼 붉어지며 말했다.
"그...그러니깐..그..그게.. 저..루..루크님이랑 무..무슨 짓을 한거에요!"
"왜 문제 있어?"
안느란테의 말에 엘레니아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하자. 순간 안느란테의 말문이 막혀들었다. 그러다 엘레니아가 손가락을 튕기며 중얼거렸다.
"그렇지.. 엘프니깐 루크랑 안느란테는 서로 감정을 공유 할 수 있다고 했지? "
"아.."
그제서야 루크도 안느란테가 갑작스레 찾아와 왜그리 부끄러워하면서도 소리쳤는지 알 수 있게되자 괜시리 더욱 부끄러워진 루크였다. 다른 사람과의 정사를 안느란테가 같이 느끼고 감정을 공유했다는 것에 오는 부끄러움이었지만 왜인지모르게 루크의 분신이 반응해왔다.
"안느란테 내 사람과 같이 사랑을 나누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안그래 안~ 느~란~테?"
"이..잇!"
엘레니아의 도발속에 안느란테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을때 다시금 엘레니아의 말이 이어졌다.
"우린 이제 부터 실험을 해야해서 그만 나가주지 않을래? 안느란테? 호홋"
"시..싫어요 나도 여기 있을꺼에요!"
"흠~ 하지만 안느란테는 연금술에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하나도 도.움.이 안되잖아? 안그래?"
"이..잇.."
안느란테를 놀리는게 재미났는지 엘레니아가 연실 장난을 치며 도발아닌 도발을 걸자 이젠 안느란테의 표정이 울상이 되어갔다. 그런 안느란테의 모습에 루크는 멋쩍은듯 이마를 긁적이고는 물어왔다.
"가..같이 있어두 돼요 지루하실지 모르겠지만.."
루크의 말에 안느란테가 연실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엔 엘레니아가 혀를 찼지만 다시금 루크를 껴안으며 안느란테에게 중얼거렸다.
"안느란테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야 호호홋"
"....힝.."
"자 루크 이제 슬슬 시작하자구."
왠지 모를 엘레니아에게 로제스의 모습이 보이는건 착각일까 루크는 엘레니아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 같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 ☆
"로제스! 갑자기 네가 윈랜드로 간다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단다! 괜찮은 것이냐?"
다닐루가의 저택에 도착한 로제스에 마르텐스 다닐루가 로제스를 보며 한달음에 달려오며 말하자. 로제스가 방긋 웃어보였다.
"그럼요 아버지!"
평소와 다르게 더욱 밝아 보이는 로제스의 표정을 보며 마르텐스 다닐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여기저기 로제스의 얼굴과 몸을 둘러보며 혹여라도 다친 곳이 없나 찾자 로제스가 그를 말리며 말했다.
"정말 괜찮다니깐요."
"그..그래 다행이구나..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간 것이야? 그리고 그 재료들은 왜 필요했던거고?"
로제스가 다친곳 하나 없음을 알고는 연이어 이어진건 마르텐스의 질문 공세 였다. 사실 루크 때문에 아버지인 마르텐스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적은 인원으로 윈랜드로 다녀왔기에 그간 궁금한 점이 많은듯 싶었다.
"일단 앉아서 얘기해요!"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인 마르텐스를 이끌고 저택 안으로 들어온 로제스는 급히 마르텐스의 서재로 향했다.
"자 어서 얘기좀 해보거라. 궁금하구나 네가 그저 즐길려고 윈랜드로 갔을 일은 없을테고 말이야"
"음...좋아요 말할게요."
로제스가 쇼파위에 몸을 푹 누이고는 마르텐스를 바라보며 차츰 입을 열었다.
"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뭐?"
너무 뜬금 없는 말이 었을까? 마르텐스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되물었다. 로제스가 깔깔대며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니깐요."
"누..누구 말하는것이냐?"
"누굴까요?"
장난기 섞인 모습으로 로제스가 마르텐스에게 되묻자. 마르텐스가 답답했는지 로제스를 닥달했다.
"어허 어서 말해보거라 정말 답답하구나."
"루크 아스란이에요."
"......"
잠깐동안 이어진 적막감 로제스는 조심스럽게 아버지인 마르텐스 다닐루의 표정을 살폈으나 마르텐스의 표정은 기뻐할거라는 로제스의 생각과는 반대로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망나니??"
"...하하...그게.."
의외의 반응에 로제스가 이마를 긁적이며 당황스러워했다.
"나..난 인정하지 못한다. 그 망나니는..벌써 주변에 여자가 두명이나 있지 않더냐? 아무리 일부다처제가 있다해도....."
"아..아버지 그게 아니라."
"로제스!"
로제스가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려 했것만 마르텐스가 단호하게 제지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네가 다닐루가가 소중하고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으나. 굳이 그런 망나니의 첩으로 갈 필요는 없단다! 아무리 공작가라지만 그런 망나니라니! 너에게 실망이구나!"
"아버지 그런게 아니라.."
"로제스! 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이건 아니란다!"
여전히 로제스의 말을 제지하며 단호하게 내 뱉는 마르텐스의 모습에 로제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마르텐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말좀 들어보세요!"
"후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내가 직접 공작가로 가서 너와의 교제를 막아서겠다."
"아버지!! 좀 말 좀 들어보라니깐요!"
결국 로제스가 언성을 높임으로서 마르텐스가 놀라 말이 멈췄고 로제스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버지 그 정보는 잘 못 된거였어요."
"잘 못된거라니 무엇이?"
"루크는 망나니가 아니에요!"
"하? 아니라고? 우리 정보력을 뭘로 보고! 아니 정보력도 필요 없어 아스란가의 영지 사람이라면 모두가 잘 알아! 우리 상단도 그 영지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않더냐?! 그런대 잘 못 된 정보라고?"
"직접 만나 보셨어요?"
"누굴?"
"루크를요!"
로제스가 따지듯 물었다. 순간 마르텐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전 직접 만났어요. 그때 연회장에서부터요! 아버지! 모든 귀족들이 저희 가문을 무시한다는거 아시나요?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포기하려고 했단 말이에요!"
"..."
"그런대 유일해요 유일하게 절 있는 그대로 봐준 사람이 루크였어요! 그는 망나니가 아니에요! 어떻게 그런 소문이 퍼진건진 모르겠지만! 절대! 아니에요! 아버지 아직도 제 눈을 믿지 못하는 거에요? 제 판단을 아직도 의심하는 건가요?"
"그건..."
마르텐스가 더는 따지지 못했다. 상재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로제스는 그의 언변과 함께 사람을 보는 눈 역시 뛰어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자라 해도 자신의 가문과 상단을 넘기려 했고 이미 상단안에 실세는 로제스가 된 상태였다. 그녀가 상단을 맡고나서부터 얻게 된 이득은 거진 두배가 넘어 갔고 수 많은 상인들이 상단의 휘하로 들어오기 까지 했다. 그 모든 것을 이뤄낸 로제스의 안목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