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16화 (116/412)

【116회. 24 황녀와 공주】

"아리스..?"

루크가 중얼거렸다. 허나 아리스의 시선은 오직 클루드에게 향해 있었고 클루드는 그런 아리스를 보며 괴로움에 소리쳤다.

"망할!!! 마리에테의 신물!!! 어떻게 신물이 너에게 있는 것이냐!!! 이 개같은 년 지금와서 또 날 방해할 속셈인가!"

클루드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다시한번 촉수를 뿜어냈다. 허나 이번에도 아리스는 손쉽게도 쇄도해오는 촉수들을 막아내자 클루드가 한껏 당황하며 다시한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제기랄...망할 년....그년만 없었어도..좋다.. 아스란 오늘은 여기서 봐주도록 하마 어차피 준비는 끝났으니깐."

"무슨 소리지?"

루크가 소리쳤다. 허나 클루드는 다른 대답없이 흑색의 연기에 둘러 쌓여 몸을 감추었곧 흑색의 연기와함께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클루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본 루크는 다급히 사무엘을 향해 달려갔다. 어느센가 아리스 역시 다시 팔찌로 돌아갔으나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버지.."

"그녀석은..."

"사라졌어요..."

"그랬구나..다행이구나 방금 그것이 네가 말했던 그 골렘인가 보구나.."

사무엘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하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에이리스까지 루크에게 다가오려 했으나 발을 삐었는지 쉽사리 일어나질 못해 급히 루크가 달려가 에이리스를 부축해줘야했다.

"고..고마워요 루크."

"아니에요..그나저나 어떡하죠 아버지?"

"그 녀석을 뒤쫓을순 없겠으니 일단 황제폐하를 찾아봐야겠다. 네 말론 지금 위급하다 하지 않았더냐."

"그렇지요!"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무엘이 힘겹게 발을 움직이며 말했다.

"나 혼자 찾아봐도 된다. 돌아가겠느냐?"

"당연히 같이 가야죠!"

"...그렇다면 에이리스님을 네가 부축해주거라. 내가 좀 힘들구나."

사무엘 역시 다리를 절뚝이며 걸음을 옮겨야 했기에 그나마 사지가 멀쩡한 루크가 에이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에이리스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저..혼자서도...아얏"

몸을 일으키면서 에이리스가 중얼거렸으나.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다시 엎어지려는걸 루크가 잡아내었다.

"괜찮아요 업혀요!"

"하..하지만."

"어서요!"

우물쭈물하는 에이리스에게 급히 루크가 닥달하자 결국 하는 수 없이 에이리스가 루크에게 업혔다. 다행이도 루크의 키와 에이리스의 키가 비슷해 조금은 쉽게 엎힐 수 있었으나.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루크의 등에서부터 눌려 에이리스도 그렇고 루크 역시 살짝 얼굴을 붉혀야 했다. 허나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급히 사무엘을 따라 다급히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어서 가자꾸나!"

"네!"

사무엘을 따라 루크가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에이리스는 그런 루크를 보며 괜시리 얼굴을 붉히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난 유부녀인데..'

자신을 업고 있는 루크의 등을 보며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배려와 따듯함을 느낀 그녀였다. 메세츠데 있을때 폭군이었던 자신의 남편 마이더스 메세츠데에게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게다가 그와 나눴던 정사가 다시한번 생각나자. 괜시리 그녀의 음부가 찌릿하게 저려오는 듯 싶었다.

'좋았지.......처음이야 내가..그렇게..가버린건...아..아니야 ..무슨! 하지만 ...이제 마이더스는 죽었어...난 갈 곳이 없는데...차라리..아..아냐!'

에이리스가 급히 고개를 내저어 보인다. 만약 루크가 자신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면 자신을 혐오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가 딸린 유부녀가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남자에게 욕정을 느꼈다는 것에 에이리스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루크의 등을 바라보았다. 작고 여리여리 하지만 넓직한 등에 다시한번 따듯함이 전해오는 듯 싶자 에이리스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서렸다.

"괜찮으세요?"

그때였다. 루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에이리스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응? ..나..난 괜찮아..너..너야 말로 괜찮은거니?"

"하하 괜찮아요 의외로 굉장히 가볍네요 에이리스님!"

"무..무슨."

루크의 칭찬에 에이리스가 얼굴을 더욱 붉게 붉혀갔다. 그러면서 자꾸만 온 몸에서 부터 이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소리치는 듯이 음부부터 시작해 온몸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봤던 날에 봤던 그 우람한 루크의 분신이 생각나자.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루크의 등에 비벼 조금씩 자극을 느껴갔다.

'내가 미쳤어.....나같이 나이가 많은 여인을 봐줄리가 없잖아! 너 왜그러는거야 에이리스!! 후우...'

잠시 딸을 잊고 그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차올랐던 에이리스가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한번 정신을 가다듬었다.

☆ ☆ ☆

자이로스의 검이 나서스의 얼굴을 노리고 들어왔다. 나서스는 급히 검을 쳐내자 이번엔 나서스의 검이 자이로스의 얼굴을향해 쇄도해오자 자이로스가 비릿하게 웃어보이며 간단하게 몸을 틀어 간단하게 피할 뿐이었다. 이미 수차례 이어진 서로의 공방 자이로스는 점차 여유를 되찾아갔으나 그에비해 나서스는 더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느세 자신의 병력들은 지쳐 서서히 밀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수장인 자이로스의 목을 베어야 했것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나서스에겐 자이로스를 상대하기에는 꽤나 벅찬 상대였다.

"큭큭 슬슬 끝을 내야지 않겠느냐?"

자이로스가 한껏 비웃으며 나서스에게 외쳤다.

"크흐..기사도의 긍지까지 져버린 녀석 어찌 기사가 흑마법의 힘을 받아들인 것이냐."

나서스가 자이로스를 노려보며 외쳤다. 그럼에도 자이로스는 여유로운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처음이 힘든법이야 나서스! 너도 받아들여보거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니깐! 크하하하"

오히려 자이로스가 나서스를 유혹해온다. 나서는 그런 자이로스를 향해 침을 뱉고는 소리쳤다.

"나는 그런 더러운 수법 따윈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죽음 뿐이다 나서스 운이 좋아 이 곳에서 살아난다 해도! 결국 끝은 죽음에 이르를 것이다"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자이로스가 검의 기운을 담기 시작하자. 보통 평범한 기사들과 달리 검붉은색의 기운이 차츰 자이로스의 검에 스며들기 시작하자 곧 끈적하고도 불쾌한 어둠의 기운이 자이로스의 검으로 부터 물씬 풍겨오기 시작했다.

"미친녀석.."

그러한 모습을 보며 나서스 역시 자신의 마나를 이끌어내 검에 스며들게 했으나. 자이로스가 내 뿜는 기운보다는 한없이 초라하고 작은 기운이었다.

"큭큭 끝이구나!"

자이로스가 천천히 검을 휘두르려 할때였다. 그의 옆에서 검은연기가 솓구치기 시작하더니 곧 얼굴의 반이상 화상을 입은 클루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이로스는 그런 클루드를 보며 놀란 얼굴로 급히 외쳤다.

"클루드님 어찌..."

"젠장 신물이 또 나타났다. 일단 목표치는 끝냈으니 몸을 빼낸다!"

"하..하지만.."

자이로스는 나서스를 보며 아깝다는듯이 외쳤으나 클루드는 요지부동이었다.

"알겠습니다."

결국 자이로스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나서스를 향해 외쳤다.

"살아돌아가보거라! 나서스! 곧 후회하게 될거야!"

자이로스는 그 말을 끝으로 검에 불어넣었던 기운을 없에고는 클루드와 함께 몸을 감추자. 나서스가 급히 달려가 자이로스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했으나 애꿎은 허공만 베어갈 뿐이었다.

뒤이어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또다른 병사들이 나서스를 앞에 막아서자 결국 자이로스를 추격하는 것에 실패한 나서스가 씁쓸하게 혀를 차보였다.

그 순간 부터였다.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땅위에 짙은 검붉은색의 마법진이 그려지며 황성을 삼키기 시작했다. 나서스도 자신의 아래에 그려지는 마법진을 보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꼈으나 자신의 아버지와 다르게 마법사가 아닌 나서스는 이 마법진을 딱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게..!"

서서히 그려지는 검붉은 마법진이 곧 붉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미 쓰러져 죽은 시체들의 피와 시체들을 삼켜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운까지 흡수해가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나서스 역시 빠져나가는 기운을 느끼며 순간 어지러움을 느껴야 했으나.간신히 어지로움을 이겨내며 자신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도..도망쳐라!!!! 최대한 마법진에서 멀리 도망쳐!!"

나서스의 외침에도 짙어지는 기운에 발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압박감을 느껴야 했던 병사들이 하나 둘 씩 쓰러져가기 시작하자 나서스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젠장...여기서...끝인가.."

나서스가 한차례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레이니와 안느란테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 테온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 역시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나서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억지로 힘을 끌어내 다시 한번 소리쳤다.

"도..도망쳐.."

뒤이어 서서히 나서스의 시야도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목소리 역시 잦아들기 시작해고 귀도 점점 먹먹해져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일그러져 들려왔다. 나서스는 이러다 곧 자신도 정신도 잃겠구나 싶을 때였다. 황성에서부터 강대한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어두워져가는 시야속에 덧없이 환하게 빛나는 그 빛이 나서스가 본 마지막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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