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회. 24 황녀와 공주】
"어..어.."
루크의 등의 업혀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사무엘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뒤이어 루크 역시 무릎을 꿇고 차츰 정신을 잃어가려 하자 에이리스가 당황한 얼굴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뒤이어 고통스러운지 루크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토해지기 시작했다. 허나 이상하게도 에이리스는 아무렇지않아 보였다.
"루크?!...괜찮은거니? 사무엘님!"
이미 사무엘은 그간 싸여온 피로감과 고통에 의해 금세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아직 루크만이 정신이 남아있었으나 에이리스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굉장히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그런 둘의 모습에 에이리스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급히 루크를 끌어안으며 어머니가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대하듯 끌어안아주며 이마를 만져보거나 했지만 그렇다고 몸이 불덩이 처럼 뜨겁지도 않았다. 도통 루크가 왜이러는지 모른 에이리스가 어느센가 그녀의 턱선을 타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루크...아...안돼 ..루크 왜이러는거야... 왜.."
에이리스가 루크를 끌어안으며 소리쳤으나. 루크의 고통은 쉽사리 가시지 않은 듯 싶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커지는 듯 싶었고 루크가 이젠 경련까지 하는듯 하자. 에이리스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루크의 손과 팔을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제발...제발..누가 도와줘요...누가! 제발!"
에이리스가 소리쳤으나 인기척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 찬 루크의 신음만이 가득 울리고 있을때였다. 에이리스가 차고있던 목걸이에서 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에이리스가 놀란 얼굴로 급히 자신의 목에 찬 목걸이를 꺼네 보았다.
"어머니.."
자신의 어머니가 선물해주었던 목걸이, 에이리스는 순간 이 목걸이를 주며 했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네가 진심으로 위험하거나.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힘들어 할때 꼭 도와줄거란다..'
그때는 그저 강제로 황성으로 가는 에이리스를 향해 어머니가 해준 말인 줄 알았다. 허나. 그 목걸이에서 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에이리스는 제발 그 말이 사실이길 빌며 소리쳤다.
"제발..도와줘.. 루크를 살려다오!!"
목걸이는 곧장 허공에 떠오르더니 곧 빛이 폭사 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빛은 곧 황성을 어우르기 시작했고 장시간 빛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어느세 루크의 고통스러워하는 표정도 차차 잦아들기 시작했고 군데 군데 보이는 상처들 마저 서서히 치료되기 시작했다. 사무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의 수많은 상처들이 마치 지우개로 지워지듯 지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경의로운 빛에 갑작스레 에이리스의 머릿속에 한가지 글귀가 떠올랐다.
"아쿠아리우스... 네 이름이었구나..."
목걸이를 향해 에이리스가 속삭였다.
"마리에테님의 11번째 ...신물...너 역시 신물이었던 거구나!"
서서히 빛이 거치기 시작했다. 뒤이어 목걸이는 다시 에이리스의 목에 매여저 있었고 볼품 없던 목걸이는 누군가 아름답게 세공했는지 물병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에이리스는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쓰다듬으며 감사의 말을 전할 때였다.
"저...저기..흠..."
에이리스의 품에서 루크가 얼굴을 붉히며 에이리스를 부르고 있었고 에이리스는 정신이 돌아온 루크를 보며 천천히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죽는 줄 알았어..."
"괜찮은걸요."
"그래..다행이야.."
찬찬히 얼굴을 쓰다듬으며 에이리스가 다시한번 눈물을 쏟아내자. 루크가 멋쩍은듯 이마를 긁적였고. 뒤이어 에이리스가 루크를 끌어 안았다.
"흠....흠.."
어느센가 사무엘도 정신을 되찾았는지 한 쪽에서 헛 기침을 해보인다. 그럼에도 에이리스는 루크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연신 끌어안으며 다행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루크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켜줌으로서 간신히 떨어질 수 있었고 그제서야 에이리스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나저나 대단해요. 아리스가 말해줬어요. 마리에테의 신물이라고 들었어요."
"응..."
여전히 얼굴을 붉히며 에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무엘이 물어왔다.
"신물?"
"맞아요. 아쿠아리우스 정화와 회복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요."
"그랬구나...그래서 상처들도 모두 회복 된거였군.."
"저도 몸이 날아갈것만 같아요!"
루크가 밝게 웃어보이며 소리치자. 에이리스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다행이도 아까 전 느꼈던 발목의 통증은 완전히 사라진듯 싶었다.
"다행이다 몸도 가벼워졌고 어서 빨리 황제폐하를 찾으러 가자!"
"네!"
사무엘이 몸을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아쿠아리우스의 힘에 몸이 가벼워졌는지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며 말했고 루크도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리스는 그런 루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한 이 이상한 감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에이리스로선 처음이였다. 남성에게 이렇게 마음이 끌린 것은 마치 운명으로 엮여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루크에 대한 감정이 너무나 커져만 갔다. 분명 나이차이도 많이 날테지만 왠지 모르게 에이리스는 루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일가? 이번엔 전 남편이던 마이더스와 루크가 비교되기 시작했다. 폭군 마이더스 그의 또다른 명칭으로 지난 마이더스와 강제로 결혼하며 거진 강간당하다 시피 생활하는 일의 반복속에 그녀의 마음속엔 다신 사랑을 하지 못할거라 생각했었다. 심지어 죽고 싶다는 마음만이 가득했었다.
허나 릴리가 태어나게 되고 오직 릴리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바랬던 그녀에게 이러한 감정은 진심으로 처음이었다. 심지어 남자아이를 낳지 못하자. 태후의 압박이 심해져만 갔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아이를 낳기 힘들게 된 그녀다 보니 마이더스는 결국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인을 탐하기 시작했고 어느세 에이리스는 한 구석에 쳐박혀 있는 신세가 되었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나날 속에 검은 로브의 사내가 마이더스의 심장에 칼을 꽃는 것을 보았다. 그때 에이리스에게 생각이 들었던 것은 로브의 사내에 대한 공포가 아닌 이제 더이상 마이더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는 급히 릴리를 깨워 릴리에게 주었던 파이시스를 이용해 도망치다 결국 이곳까지 오게된 에이리스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의 진정한 운명을 만난듯 싶자 걷잡을 수 없는 루크의 마음이 더더욱 피어올라 만개를 하고 있었다.
"에이리스님?"
잠시 멍해 루크를 바라보던 에이리스를 향해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해왔다. 에이리스는 곧 상념에 깨어나며 루크를 바라보자 루크가 손을 뻗었다.
"어서가요."
"으...응.."
뻗어진 손을 에이리스가 맞잡았다. 그러자 루크의 따뜻한 온기가 에이리스에게 스며드는 듯 싶었다. 에이리스는 얼굴을 붉히면서 이 손을 평생 놓지 않고 싶은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