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18화 (118/412)

【118회. 24 황녀와 공주】

"괜찮으냐?"

나서스가 급히 테온에게 물었다. 테온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고 뒤이어 레이니와 안느란테에게 다가갔다. 그들 역시 괜찮다는 말을 했다. 아니 오히려 몸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덤으로 초점을 잃었던 병사들까지. 차츰 정신이 들기 시작하자 모두가 작금의 상호아에 어리둥절 하고 있었다. 나서스는 이러한 기적같은 일에 놀라면서도 급히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두..몸을 정비하라! 그리고 아스란가와 지아란가의 병사가 아닌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나서스가 소리쳤다. 그러자 아스란과 지아란가의 병사들이 급히 정신을 차려 자신들의 적을 향해 창을 들어보였고 곧이어 적군들 하나 둘 씩 무기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나는 황성으로 가겠다. 테온 너는! 병사들을 이끌고 적군들을 모두 포박하고 주변을 정리해라!"

"네!"

나서스는 그 말을 끝으로 급히 황성으로 달려갔고 뒤이어 안느란테와 레이니까지 나서스를 따라 황성으로 진입했다.

☆ ☆ ☆

"황제폐하..."

적들이 빠지고 난후 텅빈 황성을 한참을 달린 사무엘과 루크 그리고 에이리스는 곧 황제가 숨어있을 비밀의 방에 다다르섰다. 그 방은 황제의 방으로 부터 들어 갈 수 있는 방으로 기관으로 만든 벽 장식을 만지면 들어올 수 있는 방이었다. 다행이 그 기관은 무아란가와 아스란가만이 알 수 있는 방이었고 다행이도 무아란에서도 가주가 있지 않아 이 방을 몰랐기에 다행이었다. 사무엘은 능숙하게 기관을 만지고 비밀의 방으로 향하자 곧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황제의 모습과 그 아래 침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재상 지크라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스란가의 가주 사무엘 아스란이 황제폐하와 재상을 뵙습니다..."

급히 그들에게 다가간 사무엘이 한쪽 무릎을 꿇고는 소리쳤다. 그러자 지크라엘이 차츰 고개를 들어 사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밖은...다 해결이 된 건가..."

"그렇습니다. 재상! 그런대...황제폐하께선...."

"....치료제를 구할 수가 없었다..늦었어...너무 늦은거야..."

재상의 말에 사무엘은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러곤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곤히 잠들어있는 제이서스를 바라보았다. 마치 편히 잠든 것처럼 제이서스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으나 숨을 쉰다면 당연히 있어야할 가슴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무엘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카르엘을 바라보았다.

"...자이로스가 배반해 황제의 폐하의 가슴에 칼을 찔러 넣었지..내가 간신히 막아내긴 했지만 피해가 컸어...거기다 그 이상한 사내에게 어둠의 마나에 중독까지 당해버린거야...그누구도 쉽게 버틸 수가 없었을거야..."

"약초를 찾지 못한 것 입니까?"

조용히 있던 루크가 지크라엘에 말했다. 그러자 지크라엘이 루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탓이다..사무엘...내가 지키질 못했어...."

지크라엘이 다시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칼을 쥐어잡아 뜯으며 소리쳤고 뒤이어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사무엘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언제 부터 있었는지 루미에르가 터벅 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었고 어깨는 힘이 빠져 축 쳐진 상태였다.

"...루미에르님..."

지크라엘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허나 루미에르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곤히 잠들어있는 제이서스에게 저벅저벅 다가갈 뿐이었다.

"이..일어나요....여보.."

멈춰선 루미에르가 손을 들어 황제를 흔들며 속삭였다.

"평범한 일 상처럼....그저 늦잠 잔거라 말하며 일어나주세요..여보..."

서서히 루미에르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러곤 그녀의 하얀 피부에 투명한 물방울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재발 일어나요 여보...제발...."

"..황녀님...."

다시 지크라엘이 루미에를 제지하려했으나 그녀는 지크라엘의 손을 뿌리치며 누워있는 황제를 껴안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보!! 일어나요!! 제발 일어나줘요!! 제발!! 날...떠나지 말아줘요 제이서스..."

루미에르가 손을 들어 황제의 뺨을 어루어만졌다. 허나 제이서스에게서 느껴져야 할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차디찬 얼음을 만지듯 제이서스의 체온은 루미에르의 뼛속까지 얼려버리듯한 한기가 느껴져 루미에르가 자기도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제발...."

☆ ☆ ☆

침울한 황궁 허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상황을 전해받지 않았으나 윈랜드 역시 급박한 상황을 맞이 하고 있었기에 황제의 죽음을 세간에 알리지 못했다. 재상은 급히 정신을 추스리고는 급히 사무엘과 나서스를 병사들과함께 윈랜드로 향했다.

"....힘드네요.."

루크가 문득 자신의 옆에 말을 타고 있는 사무엘에게 말하자. 사무엘이 말없이 루크를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힘들구나.."

아스란가로 돌아가는길 반역자들을 몰아내고 전투에서 이겼으나 결국 그 전투는 큰 상처를 남겼다. 황제의 죽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으나 곧 소문은 세상 곳곳에 퍼져나가게 될것이다. 루크는 환하게 웃 던 루미에르의 모습과 황제의 죽음을 알고 슬퍼하는 루미에르의 표정이 교차되며 떠오르기 시작하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계속해서 슬픈 감정이 자꾸만 솓아나기 시작했고 아스란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많이 침울해져 있었다.

"다음 황제는 루이서스 황자가 앉는건가요?"

뒤이어 유일한 황자인 루이서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황제가 되기엔 너무나 부족해보이던 작은 아이가 떠오르자 루크는 괜시리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를 처음보고 얘기는 나눠보진 못했으나 그저 한번 훑어 보기에도 내성적인 아이가 아버지를 잃고 어떻게 해쳐나갈지 참으로 걱정이된 루크였다.

"그럴지도..허나 그는 너무어려....아마 재상이 건제하고 있으니 그가 임시로 맡겠지 아니면 루미에르님의 대리청정이 있을지도 모르고...허나 지금 상태로 봐선...루미에르님은 많이 힘들어 보이는구나.."

"그렇지요..."

마지막으로 루미에르를 봤을 때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이 없어 결국 재상이 모든 일을 떠 맡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겨내야겠지.."

사무엘이 마지막으로 씁쓸하게 말을 하고는 말을 멈춰섰다. 어느센가 아스란가와 윈랜드로 가는 길목에 이르른 것이었다. 뒤이어 나서스의 말도 멈췄고 수 많은 병사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헤어져야 겠구나."

"...그렇네요.....겨우 만났는데..어머니도 뵙지 못하고 가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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