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회. 25 에이리스】
루크가 아쉽다는 듯이 말하자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라이아를 잘 부탁하마."
"네..아버지..조심하세요."
"그리고 레이니, 안느란테... 루크를 잘 부탁하마."
"네..아버지..."
"알겠어요."
레이니와 안느란테가 든든하게 루크의 옆에 서며 대답하자 사무엘이 오랜만에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를 뒤로 천천히 사무엘과 나서스의 말이 나란히 윈랜드로 향하기 시작했고 그의 뒤로 수 많은 병력들이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루크는 잠시 길에서 벗어나 그들이 편히 지나갈수 있게 해주며 그들을 바라보았고 곧 그들의 모습이 한점의 점이되어 서서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완전히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씁쓸하게 미소를 짓던 루크에게 뒤에 있던 에이리스가 입을 열었다.
"걱정이 되나 보구나?"
"네...지금이라도 당장 따라가고 싶은 마음인걸요."
"착하구나.."
에이리스가 밝게 웃어보이며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루크의 얼굴이 금세 붉어지자 그 모습도 에이리스에겐 귀여운지 에이리스가 자그맣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루크는 충분히 할일을 했으니 이제 나머지는 어른들에게 맡기렴..넌 이미 충분히 잘 했어."
"...그런가요?"
"그럼!"
에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그제서야 루크의 얼굴이 조금 펴지는듯 싶었다. 에이리스는 방긋 웃어보이며 루크의 허리를 다시금 강하게 붙잡았다. 말을 타지 못하는 에이리스가 루크의 뒤에 탔기 때문이었다. 레이니와 안느란테가 그런 에이리스를 보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허탈하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하하.."
레이니가 의미 모를 말을 내뱉으며 말했고 안느란테도 그 말에 동의를 했다. 그러고는 차츰 말을 돌려 루크에게 얘기했다.
"돌아가자 루크."
"네!"
☆ ☆ ☆
서서히 저택의 입구가 보였다. 그러자 저먼치서 소식을 전해 들었는 라이아의 모습을 뒤로 로제스와 엘레니아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
저택에 입구에 다다른 루크가 급히 말에서 내리며 한달음에 라이아에게 달려갔다.
"루크! 다친 곳은 없느냐? 괜찮은거야?"
"그럼요! 괜찮아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라이아가 루크를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몇차례나 루크의 몸에 어디 다친곳이 없나 확인하려 했다.
"전 정말! 괜찮아요"
"그렇구나.....레이니 안느란테 너희들도 괜찮은 거니?"
뒤이어 루크의 뒤에 있던 레이니와 안느란테를 향해 묻자 둘다 밝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걸요! 모두 잘 해결 됐어요!"
레이니가 밝게 웃어보이며 외치자 라이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엘레니아와 로제스가 다가와 루크를 끌어안으며 해후를 나눴고 릴리까지 나와 에이리스에게 안기며 말했다.
"어머니 보고 싶었어요...!"
릴리가 에이리스의 품에 앉기며 외쳤다. 허나 이상하게 에이리스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릴리가 의아함을 느끼며 에이리스의 얼굴을 바라보자. 에이리스의 시선이 루크에게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루크와 그녀의 여인들을 향해 있었으며 왜인지 모르게 눈빛을 강하게 빛내고 있었다.
"어머니?"
릴리가 다시 에이리스를 부르자 그제서야 에이리스가 릴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에이리스의 모습에 릴리가 고개를 갸웃해했다. 허나 자꾸만 에이리스의 시선이 루크에게 향하려 했다. 그때마침 한참을 모두와 해후를 나누던 루크에게 로제스가 다가와 입술을 훔쳐가자 에이리스의 표정이 급히 찌푸려지며 자기도 모르게 릴리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게 되자 릴리가 아파하며 다시 에이리스를 불러세웠다.
"어머니..아..아파요...사..살살."
"어..어머..미..미안하구나.."
에이리스가 급히 손에 힘을 빼며 말하자 릴리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왜 그런거에요? 어디 아프신건 아니죠?"
"그..그럼 괜찮아! 아픈 곳 하나 없으니 안심하렴!"
"다행이구요 그럼"
"그래..다행이지.."
에이리스가 미소를 지어보이며 릴리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다 자기도모르게 다시 루크에게 시선이 향하기 시작했다. 한편 루크로서는 갑작스런 로제스의 행동에 놀랐었으나 곧 로제스가 루크의 귓가에 속삭인 말에 급히 얼굴을 붉혀야 했다.
"이따 밤에 찾아갈게."
루크의 얼굴이 붉어지며 왠지모르게 하체에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연실 안느란테는 로제스를 향해 너무하단 말만 내뱉었고 레이니와 엘레니아의 표정은 붉으락 푸르락 되어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는 듯 했다.
☆ ☆ ☆
아스란가에 돌아오고 에이리스와 릴리의 입장은 조금은 난처해진 상태였다. 그들로선 이제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미 메세츠데는 악의 손에 들어갔고 결국 아즈문에 쳐들어왔다. 더이상 에이리스가 알려줄 정보도 없었을 뿐더러 더이상 돌아갈 곳 조차 없었기에 혹여나 라이아나 루크가 이 곳을 떠나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다행이도 라이아를 비롯해 루크역시 언제든 있어도 된다는 말을 했지만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도 되는지에 대한 걱정이 든 에이리스는 평소 메세츠데에서부터 여기로 오기까지 매일을 긴장과 고통에 연속이었던 것에 익숙해 편안한 이곳과 그동안의 겪었던 삶에 괴리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도 이러한 점을 라이아가 알았는지 에이리스를 토닥이며 차차 나아지고 익숙해질거라 이르자 에이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아내야 했다.
그렇게 아직은 익숙치 않은 편안한 생활 속에 에이리스는 지금 다른 한가지 고민이 생겨 잔뜩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는데 바로 루크 때문이었다.
"내가...미쳤지.."
루크가 만들었다던 차를 한모금 들이키고는 에이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자꾸 루크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다 못해 지난 미약을 먹었을때 나눴던 정사까지 떠오르자 몸이 달아오르는듯 싶었다.
"추하게...나같은 유부녀가 무슨 짓이야..이미 루크에겐 여자들도 충분히 많잖아...칫.."
에이리스는 루크의 여인들을 생각하며 괜시리 입술을 삐죽내밀고는 자신의 옆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에이리스가 이리저리 자신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