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21화 (121/412)

【121회. 25 에이리스】

에이리스가 걱정을 하며 묻자 릴리가 씩 웃어보이며 말했다.

"세리스에게 들었어요!"

"세리스에게?"

"네! 루크오빠는 예쁜 여자가 들이대면 다 넘어간대요! 게다가 성격상 내치지도 않을 거구요! 그래서 안느란테님이나 로제스님에게도 루크오빠에 연인이 된거구요! 어머니도 세리스의 말처럼 해보세요! 충분히! 통할 거예요 히힛"

"...그..그게 전부니?"

릴리의 말에 에이리스가 멋쩍은듯 이마를 긁적이며 묻자 릴리가 고개를 갸웃해하며 끄덕이자 에이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다시 릴리가 말을 이었다.

"어머니 이렇게 있는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그리고 오빠의 옆엔 여자들이 많잖아요 또 언제 새로 생길지 몰라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사전작업을 해야지요!"

"그..그렇니?"

"그럼요!"

릴리가 당연하다는듯이 에이리스의 손을 맞잡으며 소리쳤고 에이리스는 당황하면서도 이상하게 릴리의 말에 경청하게 됐다.

"오빠에게 자신에 대해 어필하는거예요!"

"어..어필?"

"난 주변의 다른 여자들보다 더 우월하다라는걸 보여주어야지요!"

"어머..남...남사스럽게.."

"어머니 그러다가 금방 식어버린다구요! 보세요 언니들 다 루크오빠에게 잘 보일라고 들이대고 어필하잖아요! 어머니도 그런게 필요해요!"

릴리가 굳게 다짐하며 소리쳤다.

"제가 도와줄테니 따라오시라구요!"

"...거..참.."

그런 릴리의 모습에 에이리스는 괜시리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 ☆ ☆

한편 윈랜드였다. 점차 땅거미가 드리워져가는 윈랜드 방벽의 앞, 어느세 방벽 아래엔 무수한 시체들이 뼈와 내장을 드러낸채 죽어가고 있었다. 윈랜드의 하늘에 노닐던 까마귀들은 곧 흑색의 갑옷을 입은 사내들이 차츰 방벽에서 물러나기 시작하자 곧 땅에 내려 앉아 여기저기 대지를 가득 채운 시체들을 파 먹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가 시끄럽게 윈랜드를 울리고 있었다.

마치 지옥의 파수군들의 울음소리마냥 윈랜드 방벽 위와 아래에 아직 살아있는 병사들은 그 까마귀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괜시리 돌맹이를 던지거나 발로 차 까마귀들을 날려보내려 했다. 허나 끈질긴 까마귀 때들은 잠시 몸을 띄었다가 다시 내려 앉아 시체들을 파먹기 시작했고 까마귀를 날려버릴 수 없을 거라 생각이든 병사들은 이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전우들과 적군들의 시체를 파먹는 까마귀를 보려하지 않았다. 데미아스는 잠시 까마귀와 시체들을 바라보다 지크문드에게 물어왔다.

"우리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까마귀들은 만찬을 벌이고 있군."

"끌끌...그러게 말이야..."

지크문드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병사들의 소원이 무엇인지 아는가?"

"소원?"

데미아스의 뜬금없는 물음에 지크문드가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대답했다.

"전쟁이 끝나는거겠지?"

"아니 지금은 아니야. 그건 전쟁이 시작전 그때의 바람이었지...지금은 자신의 시체가 고향에 닿을 수 있길 바란다네 저렇게 까마귀의 먹이가 되지 않고 자신의 고향에 닿기만을 바라지..병사들은 이제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네."

"그랬군.."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적군이 물러갔음에도 아직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크문드는 한편으로 그런 병사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젊은 나이에 고향에 떨어저 이 척박한 땅에서 죽어나가야 할 병사들을 보며 대견하기도 했고 또는 불쌍하기도 했다. 자신과 데미아스야 이미 늙어 정치에선 한 발 물러난 상태로 모든걸 다 이룬 상태였다. 자신의 아들은 이미 사회에 자리잡았고 그 아들은 아이를 낳아 자신을 할아비라 불러준다 이제 자신의 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죽음을 기다릴 나이였기에 이러한 생활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으나 젊은 병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음을 가지고 있겄만 이러한 곳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죽어 결국 까마귀의 밥으로 돌아가는 것에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울까 지크문드는 애써 병사들에게 시선을 때며 데미아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데미아스가 지크문드에게 일렀다.

"시선을 돌리지 말게 우리라도 그들을 바라봐주고 기억해줘야하네."

"....."

"절대 불쌍하게 여겨서도 안돼 저들은 거대한 압박감과 공포속을 이겨내고 간신히 이겨내고 있는 녀석들이야...자랑스러워하고 대견스럽게 대하게 "

"그러지. "

지크문드가 대답했다. 데미아스는 그런 지크문드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자네와 함께여서 좋군..."

"나도 고맙네 자네와 같이 있어서. 슬슬 어두워지는군 병사들을 쉬게 해야겠어"

"그러게"

데미아스의 말에 지크문드가 쑥스러운 것일까? 좀체 따뜻한 말에 유독 소름 끼쳐하며 진저리 치던 지크문드였기에 데미아스의 말에 급히 고개를 돌려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병사들에게 장비점검과 함께 치료를 받거나 휴식을 취하게 일러두는 모습이 보였다. 데미아스는 그런 지크문드의 모습을 보며 짧게 미소를 보이곤 다시 고개를 틀어 메세츠데 진형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밥 조차 먹지 않은지 지금 시각에 보여야할 밥을 짓는 연기나 불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직 어둠이 짙게 내려 깔린 상태였다. 데미아스는 그런 그들을 한차례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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