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26화 (126/412)

【126회. 25 에이리스】

"어머니 괜찮으세요?"

갑작스런 로아니의 연이은 기침 속에 엘레니아가 당황하며 그녀를 부축했으나 로아니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괘...괜찮으니 콜록..그마..그만 나가다오 콜록.."

말을 할 때마다 섞여 나오는 마른기침에 엘레니아는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나서야 했다. 그럼에도 로아니가 걱정되는지 천천히 침대 위에 누우려는 로아니를 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렇게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온 엘레니아가 아직도 1층에 서 있는 루크를 발견한곤 한달음에 달려가 껴안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

어느새 눈물까지 보이는 엘레니아의 모습에 루크가 씁쓸하게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더 미안한걸요.."

☆ ☆ ☆

정적이 가득한 식당 그저 로아니의 식기가 살짝식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그 외엔 오직 침묵이 가득했다. 엘레니아는 그저 스프만 깨작거리고 있었고 테온 역시 차갑게 내려앉은 분위기 속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식사가 끝나고 로아니가 식기를 내려놓고는 냅킨으로 조심스럽게 입가를 닦아냈다. 뒤이어 천천히 몸을 일으키다가 무심코 말을 이었다.

"계속 이곳에 머문다 해도 나의 생각은 달라지 않는단다.. 루크."

"로아니님.."

로아니의 말에 루크가 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으나 로아니는 루크의 말을 무시하며 식당을 나섰다.

"저.. 저도 그만 올라가 볼게요 하하 업무가 많아서..."

뒤이어 테온 역시 이곳에 남아 식사를 이어 가기가 거북했는지 채 다 식사를 끝마치지도 못 한 체 급히 몸을 일으켜 식당을 나서자 엘레니아가 루크의 손을 맞잡았다.

"미안해요.."

조용히 침묵하던 루크가 엘레니아를 향해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사과를 해오자 엘레니아가 단호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야."

"하핫 어쩔 수 없지요 소중한 딸을 저 같은 능력도 없고 곁에 다른 여자들까지 있는 남자에게 그 어느 부모가 좋다고 하겠어요...하하.."

"그렇지 않아..어머니도 네가 얼마나 착하고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넌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잖아!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

"...하하...고마워요..하지만 그래서 더 미안한걸요. 하필이면 욕심까지 많아서 그때 누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는걸요. 분명 로아니님도 크게 실망하셨을거에요. "

"루크.."

어느새 엘레니아 눈가에 다시금 눈물방울이 생겨나며 턱선을 타고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루크는 씁쓸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미안해요."

"흑.....날..사랑하지?"

"그럼요."

"그거면 충분해..난 "

☆ ☆ ☆

"마님.."

식당으로 들어서는 입구 메르헴이 멈춰서며 로아니를 불렀다. 그러자 로아니의 시선이 곧 메르헴에게 다가갔다.

"주제넘은 이야기지만 한마디만 하고 싶군요, 아가씨와 루크 도련님의 사랑은 지난 저의 연륜으로 보았을 땐 거짓은 없어 보이는군요."

"...."

메르헴의 말에 로아니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식당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여전히 엘레니아와 루크가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잠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로아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겨 식당을 나섰고 메르헴이 그녀의 옆에 서며 조심스럽게 부축해 가기 시작했다.

"방으로 가죠 메르헴."

"네."

☆ ☆ ☆

그날 저녁이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복도에서부터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엘레니아역시 누군가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에 잠에서 깨야 했다. 그때였을까 메르헴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엘레니아를 향해 소리쳤다.

"아가씨?"

"무..무슨 일이에요 메르헴?"

"로아니님이!"

"..예?"

"상황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기침이 심하더니 곧 각혈까지 하신 상황입니다!"

"아.."

메르헴의 이야기를 듣고 엘레니아는 간단히 몸에 걸칠 것을 착용하고는 급히 로아니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이미 테온도 와 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엘레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뒤이어 루크도 급히 로아니방으로 달려왔다. 말도 쉽게 못 할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하고 있는 로아니의 상태는 겉으로만 봐도 그 심각성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평소보다 더욱 창백해진 얼굴과 여기저기 피가 묻은 손수건들 그럼에도 멈추지 않은 기침은 하얀 침대보까지 붉게 묽들이고 있었음은 이제는 마른기침에선 쇳소리까지 섞여 들어왔다. 엘레니아는 급히 로아니에게 다가가 눈물을 흘리자. 로아니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난..괜...괜찮아..콜록...콜록.."

마른기침 속에도 걱정스러워 하는 엘레니아를 보며 괜찮다고 말하는 로아니의 목소리는 이미 기침에 의해 많이 상처를 입었는지 쉰 목소리였고 이제는 숨조차 재대로 쉬기 힘들어 보였다. 그러자 로아니의 모습에 루크는 자신의 기억속에 자신이 알던 병 중 하나가 떠올랐다.

"결핵인가..?"

루크가 천천히 로아니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머리에 손을 대자 곧 테온이 루크를 제지하려 했으나 엘레니아가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열이 심해..그리고 각혈을 하는 것도 그렇고 "

루크는 좀 더 얼굴을 로아니에게 가까히대자 로아니가 자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는지 등과 이마에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뒤이어 가슴에서도 통증이 느껴지는지 로아니가 계속해서 가슴을 두드리기도 한다. 루크는 곧 로아니의 병이 무슨 병인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루크...."

뒤이어 엘레니아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루크를 불러세웠다. 허나 지금 루크에겐 엘레니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오직 로아니가 지금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사제로 보이는 여인이 급히 방문을 열고 메르헴과 같이 들어왔다.

보통 사제들이 입은 흰색의 로브를 입은 여성은 이러한 모습이 익숙한지 급히 로아니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기도문을 읇기 시작하자. 곧 그녀의 손에서부터 황금색의 빛이 터져나오더니 로아니에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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