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28화 (128/412)

【128회. 25 에이리스】

"루크 밥이라도 좀 먹고 해"

"아니요 괜찮아요!"

실험실에 있는 루크는 연실 재료들을 축출하기도 또는 합성하길 여러 번 어느세 1주일이 훌쩍 지나간 상태였다. 그와 동시에 로아니의 증세도 점점 더 악화 되어 갔고 루크의 조급함은 더욱 커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엘레니아 역시 로아니의 증세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아 아스란가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 루크는 차마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오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이 결핵균을 제거해야 하는데.."

루크는 로아니의 피를 작은 비커에 담아 와 결핵균을 관찰하며 그균을 제거할 항생제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지구에서 결핵에 걸려 앓아보기도 했고 또 치료까지 해보기도 했지만, 그 약에 성분을 제대로 알지 못한 실정이었다. 그나마 겨우 오랜 기간 복용했던 약이라 그 약의 이름과 어떠한 약이었는지는 기억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의사나 약사가 아닌 이상 고작 그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갖은 약초들에 효소를 추출해 무차별적으로 결핵균을 제거할 효소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둔 루크였기에 그 효능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로아니의 증세가 점차 악화되어가니 마음은 더욱 급박해져 결국 밥 먹는 시간조차 생략하기 일쑤였고 그런 루크의 모습을 보던 가족들이 모두 루크를 향해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로제스 역시 루크를 도와주기 위해 상단의 정보력을 이용해 기침이나 고열에 좋은 약재들을 사와 루크에게 제공했고 제공받은 약재들을 루크는 충분히 이용하고 있었다.

"왜..결핵균이 죽지 않은 거야!"

작은 비커에 담긴 로아니의 피를 마법을 이용한 확대 안경을 사용해 바라보던 루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고는 급히 다른 항생제를 주사기에 담아 결핵균에 첨가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루크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루크는 급히 자신의 옆에 있는 노트에 항생효과가 있는 약초에 엑스 표시를 하고는 다른 약재를 찾아 다른 항생제들과 합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가고 있는지 실험실에도 노을이 져 어눅어눅해 지며 땅거미가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하자 루크가 시험관에 눈을 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뱃속에서 요란하게 꾸르륵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결국 한 끼도 하지 않고 열심히 실험만을 해왔기에 뱃속에서 밥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듯 했다. 그렇게 루크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기지개를 펴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어...에이리스님?"

"고생...하는구나?"

오랜만에 보는 듯한 에이리스의 모습에 루크가 반갑게 그녀를 맞이하자 에이리스가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게 루크에게 다가왔다.

"죄송해요 있는 줄 몰랐어요"

"아..아니야 나도 잠시 잠이 오지 않아 들렸던걸..그나저나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에이리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도 좀 쉬려구요 피로가 좀 많이 쌓였나 봐요."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이며 자신의 어깨를 팔로 툭툭 치며 말하자 에이리스가 급히 루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내가 어깨를 좀 주물러 줄게"

"아..아뇨 괜찮아요"

루크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으나 이미 에이리스가 루크의 뒤로 가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가끔 쉬는 것도 중요하단다. 남을 생각하기에 앞서 네 몸을 먼저 챙겨야 남을 챙길 수 있는 법이야.."

"그렇군요.."

마치 어머니가 조언을 해주듯 나긋하게 속삭이는 에이리스의 말에 루크가 얼굴을 붉히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아왔고 에이리스도 자신의 행동에 루크가 만족스러워하자 더욱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에이리스님"

"하하 누굴 위해서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구나"

"정말인가요?"

"그래 분명 엘레니아가 알게 된다면 널 더욱 좋아하게 될 거야 장담해"

에이리스는 씁쓸하게 얘기하자. 루크도 곧 에이리스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음을 느꼈는지 괜스레 미묘한 감정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군요..아..아무튼 고마웠어요.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그..그러니 그래...이만 가볼 게 나도 ..."

에이리스가 얼굴을 붉히며 급히 루크에서 멀어지면서 말했다. 그러자 루크의 마음속에 무언가 아쉬움이 들기 시작하자 자기도 모르게 에이리스의 손을 붙잡아 세우자. 에이리스가 놀란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루크 역시 자신이 왜 그녀의 손을 붙잡았는지 몰라 우물쭈물하다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저..저기 저녁 드셨어요? 아.. 아니, 당연히 먹었겠구나...."

이미 모두가 잠들 새벽녘이었다. 이미 먹고도 한참 전에 먹었으리라 생각한 루크가 자신의 말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알아채고는 쑥스럽게 이마를 긁적이자 에이리스가 풋 하고 웃어 보였다.

"기다려줄래? 식당에 가서 샌드위치라도 만들어줄게."

"아..아니에요 굳이 그러실 필요는."

루크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으나 에이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내가 해주고 싶은 걸 기다려줄래?"

"아..예"

☆ ☆ ☆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던 릴리가 몸을 일으켰다. 낮에 세리스와 함께 낮잠을 자서 그럴까? 잠이 오지 않는 릴리가 몸을 일으켜 산책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방문을 나섰다.

그렇게 2층을 지나 1층으로 내려오자 복도 끝 식당에 불이 켜져 있음을 볼 수 있자. 릴리는 순간 도둑이라도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멈춰서서 식당 쪽을 바라보던 릴리가 지금이라도 이 집에 주인인 라이아님이나 또는 레이니 언니를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혹여나 도둑이 아닌 이 집 식구중 한 명이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 확인하자."

결국 잠시 고민을 하던 릴리가 식당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보기로 결심하고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렇게 식당에 가까워지자. 조금씩 목소리가 새어 나왔는데 그 도둑은 무엇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듯싶어지자 릴리가 고개를 갸웃해 했다.

서서히 식당 쪽에 가까워질수록 콧노래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고 목소리도 정확하게 들려오자 곧 그 목소리가 릴리에게 이상하게도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아갔다.

"설마.."

릴리는 혹여나 하는 생각으로 좀 더 대담하게 발걸음을 옮겨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곧 식당 한 켠에 빵과 갖은 채소로 열심히 무언가 만들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 에이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뭐하시는거에요?"

"어머!...리..릴리!?"

에이리스가 화들짝 놀라며 행동을 멈췄다. 릴리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에이리스에게 다가갔고 곧 그녀가 만드는 것이 샌드위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녁이 부족했어요?"

"그.. 그게"

에이리스를 향해 릴리가 물어오자 에이리스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릴리는 에이리스가 무언가 자신에게 속이는 것이 있다 생각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에이리스를 훔쳐보자 에이리스가 급히 릴리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의심은 확신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 흠?"

더욱 집요하게 릴리에 시선이 에이리스를 쫓아온다 그러자 에이리스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혹시?"

"호.. 혹시라니!! "

릴리의 의심 속에 에이리스가 크게 리액션을 하자 릴리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내가 눈치가 좀 빠르죠 어머니 후훗."

"그..그러는 넌 지금 시간에 뭐 하는 거니 어서 자야지!"

에이리스가 급히 말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나 릴리는 그것에 쉽사리 당해 주지 않았고 이 음식이 루크에게 가는 것이 아니냐며 추궁해오자 결국 에이리스의 얼굴이 붉어짐으로써 완전히 들키게 되었다.

"잠도 안 오고 산책 좀 하다 자야지 했것만 어머니... 모두가 자는 시간에 이런 노력을 하고 계실 줄이야! 놀랐어요! "

"무..무슨!"

릴리가 밝게 웃어 보이며 소리쳤고 당황한 에이리스가 황급히 반박했으나 릴리는 이미 에이리스의 반박이 들리지 않은듯싶었다.

"응원할게요! 하핫 그럼 이만 가볼게요 ~ 좋은 시간 보내봐요!"

"아.. 아니라니깐 그런 게!"

"하하핫 네네~알겠어요~"

"아이 참!"

"그럼 이만 가볼 테니 어서 루크 오빠에게 가져다줘요 근 1주일 만에 재대로 된 끼니 일 테니 엄청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이에요"

릴리의 말에 잠시 에이리스가 우물쭈물하다. 결국 완성된 샌드위치를 한가득 바구니에 담고 급히 식당을 벗어나자 릴리가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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