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회. 26 습격】
세리스 역시 갑작스런 총성에 놀라 잠에서 깨야 했다. 또 루크의 실험이 자신의 잠을 방해한듯싶어 익숙하게 몸을 일으켜 루크에게 잔소리를 한차례 퍼부어 줄 생각으로 몸을 일으킨 세리스는 곧 자신의 앞에 묵묵히 서 있는 흑의 인을 보자 세리스의 신형이 우뚝 멈춰 섰다.
"누..누구세요.."
환한 달빛에 비친 흑의 인의 모습은 고작 보이는 것이 눈동자 뿐이었으나. 그 눈동자에서부터 느껴지는 진한 살기에 세리스는 절로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이 사내의 살기가 세리스의 전신을 옭아매듯 멈춰선 세리스의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뒤이어 세리스의 물음에도 말이 없는 사내가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날카롭게 예기를 내뿜는 검은 달빛을 받아 번뜩였고 그 한기가 느껴지는 듯 세리스의 온몸을 꽁꽁 얼려갔다.
"제..제발....살려주세요...오..오빠....언니..."
흑의 인의 안광이 더욱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늘 높이 들어 올린 검은 달빛을 받아 더욱 잔인하게 번뜩이고 있었고 무심한 사내의 눈동자에 세리스는 크나큰 공포를 느껴야 했다.
세리스는 몸을 떨며 자기도 모르게 뒤로 몸을 뺐으나 곧 벽에 몸이 닿아 더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었다.
"안돼....꺄아아악!"
빛이 한차례 번뜩였다. 세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틀었고 다행히 검은 세리스의 머리칼을 살짝 베어내었다. 흑의 인은 자신의 공격이 빗나감에 다시 한번 검을 뽑아들어 보인다. 이번엔 확실히 죽이겠다는 일념하에 그의 검이 다시 날카롭게 번뜩이던 순간이었다.
"아..안돼! 오빠!!!"
세리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자신에게 날라올 칼날을 더이상 볼 수 없거니와 피할 수 없다 생각해 나온 행동이었다. 허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에게 느껴지는 차디찬 칼날의 기운이 없자 세리스가 살짝 실눈을 떠 보였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이미 초점을 잃은 사내의 얼굴 그 흑의 인의 몸이 자신의 앞에 누워있던 것이었다.
"아..꺄아아악."
결국 다시 한번 비명을 토해내던 세리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급히 제롬이 다가와 세리스를 부축해줘야 했다.
"이크! 세리스님 괜찮으십니까?"
총성이 울린 순간 제롬은 저택에 뒤에 있던 기사단 숙소에서부터 한달음에 달려 저택의 뒷 문을 통해 들어왔던 것이었다.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인기척은 곧 황성에서 보았던 적들과 같았음을 알고는 급히 몸을 날려 비명이 들린 세리스 방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다행히 때맞춰 들어와 간신히 세리스를 지킬수 있었던 제롬은 기절한 세리스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다시 눕히고 시체를 창문 밖으로 내던진며 급히 라이아의 방으로 향해 들어섰다.
"라이아님!"
라이아의 방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사내 익숙한 황금색의 갑옷을 입은 사내 자이로스의 모습을 본 제롬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자이로스!!"
"호...제롬이라 했던가?"
자이로스가 여유롭게 제롬을 바라보았다. 그의 뒤엔 라이아가 두려운 눈으로 자이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해 확실히 아스란가라 이건가? 습격인데도 잘 받아내는구나?"
나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이로스가 비릿하게 웃어 보인다. 제롬은 그런 그의 모습에 급히 검을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당장 라이아님 곁에서 떨어져라. 배신자여"
"배신자라? 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아무렴 상관이 없지."
그말을 끝으로 제롬이 급히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려 자이로스를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 ☆ ☆
또 한번 울리는 총성 흑의인에 미간이 정확히 뚫리며 그대로 쓰러져갔다. 루크는 여전히 사람에게 총을 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으나 그래도 한 두번 쏘았다고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진 듯 더는 무리 없이 총을 쏘아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뒤이어 2층으로 올라서자 곧 방을 박차고 나오는 레이니의 모습이 보였다.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레이니의 모습에 놀란 루크가 한달음에 달려가 레이니를 바라보자 오히려 레이니가 루크를 바라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히야! 아무렇지도 않아서."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 피는."
루크가 레이니의 파자마에 묻은 피를 보며 말하자 레이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뒤이어 안느란테가 릴리를 데리고 나오자 아직 에이리스와 라이아 그리고 세리스만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피가 아니야 그나저나 안느란테 릴리 괜찮은 거니?."
"내 괜찮아요. 그나저나 루크님이나 레이니님은"
"우리 모두 괜찮아. "
안느란테가 다시 물어오자 레이니가 대답했다 뒤이어 레이니가 여기저기 둘러보다 라이아와 세리스 그리고 에이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레이니가 다급히 얘기 했다.
"루크! 내가 어머니에게 가볼게 세리스와 에이리스님은 둘에게 부탁해!"
"네 알겠어요!"
레이니는 급히 몸을 날려 왼쪽 끝방에 있는 라이아의 방으로 향했고 복도에 남은 안느란테와 루크는 각각 세리스와 에이리스의 방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렇게 루크가 도착한 곳은 에이리스의 방이었다. 여기저기 난장판이 되어 어질러진 방안에 에이리스와 흑의 인의 사내가 보였다. 간신히 흑의 인에 검을 피했는지 여기저기 창상이 자잘 자잘하게 난 에이리스의 모습이 보이자 루크가 급히 총을 들어 흑의 인에게 겨누었다.
"에이리스님!"
"루크!!!"
그렁 그렁 눈물이 맺힌 상태로 에이리스가 루크를 소리쳤다. 그제서야 흑의 인도 루크가 방안에 들어왔음을 알았는지 급히 몸을 날려 루크에게 쇄도해오자 루크의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뒤이어 방을 울리는 총성과 매캐한 연기와 함께 짙은 화약냄사가 물씬 풍겨왔다. 그와 동시에 우뚝 멈춰선 흑의 인의 신형이 서서히 무너져내려 갔다.
뒤이어 이어진 잠깐의 침묵 그 침묵을 깬 건 에이리스였다. 어느샌가 루크에게 한달음에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안기며 소리쳤다.
"무서웠어...흑.....흑.."
여진히 에이리스의 몸에 잦은 떨림이 전해져왔다. 루크는 급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진정시켜주려 했으나. 쉽사리 그녀의 놀람이 진정되려 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이제..제가..제가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