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34화 (134/412)

【134회. 26 습격】

"릴리는 세리스랑 같이 라이아님에게 가 있어서.."

"그렇군요 아 일단 들어오세요 차라도 한잔 타줄게요."

"응.."

그 말을 끝으로 루크는 급히 실험실에 놓인 뜨거운 물에 티백을 넣어 간단하게 차를 탄 뒤 에이리스에게 건네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차를 받아든다. 차의 따뜻한 온기가 손을 타고 흐르자 조금 불안했던 마음이 잦아드는 듯싶자. 에이리스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짐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모금 차를 마시던 에이리스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기 루크.. 물어볼게 있어."

"물어볼 거요?"

아까보다 좀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에이리스가 루크를 향해 물어왔다. 루크는 잠시 실험을 하던 것을 멈추고 에이리스를 바라보자 그녀의 검은 눈망울에 무언가 결심이 서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에이리스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물어온다. 그녀의 손가락도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듯 무심히 찻잔을 손가락으로 비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게..무슨?"

루크는 아직 에이리스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에이리스가 크게 숨을 내쉬더니 다시 한 번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 얘기...들어볼래?"

"그럼요 얼마든지요."

에이리스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앞에 의자를 가져다 앉자 에이리스가 무언가 불안한지 다시 한 번 차를 한 모금 하며 목을 축이며 말했다.

"난...메세츠데 제국에 몰린 후작가에서 태어났어..그때만해도 모두에게 축복받으며 태어났고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에이리스 몰린.. 이게 나의 예전 성이야"

어릴때의 기억이 생각난 것일까? 에이리스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그 안엔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루크는 그런 에이리스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가 16살이 되던 해였어. 연회장에서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 그때 당시 30살 정도로 적지 않은 나이에 마이더스 메세츠데바로 메세츠데의 황자였지.. 내 남편이자. 나의 저주.... 그가 아직 황제가 되지 못한 시점이었어. 하나 황제가 될 것이 확정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세력은 이미 전 황제의 세력을 웃돌 만큼 강대했기 때문이야...뭐 말이 좀 엇나갔지만 나는 그런 아저씨에게 별 관심이 없었단다. 그저 처음 겪는 연회장에 분위기에 한껏 도취해 내 또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를 사귀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어...그런데 마이더스는 그렇지 않았나 봐 아무튼 그때 잠깐 눈인사를 나누었어을 뿐인데. 그 계기로 나의 불행한 일상이 시작된 거였어.. 그리고 그해 정정하던 황제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고. 동시에 1황자의 세력은 급히 황제파의 세력을 집어 삼켜가려 했지. 황제의 세력은 1황자가 황제를 죽였음이 분명하다며 대립각을 세운 거야...우리 몰린 가문은 황제의 세력에 속해 있었지... 그때부터 1황자의 숙청이 시작되었어.."

에이리스가 다시 한 번 목을 축였다. 점차 먹먹해지는 목소리 약간 서글픈 기운이 서려 있었다. 루크는 묵묵히 그녀의 행동을 기다리며 그녀가 다시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고마워..아무튼..그렇게 하나둘씩 1황자는 황제의 세력의 귀족들을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된 거지 그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 동생, 오라버니, 모두를 잡아들였어. 그리고 나까지. 하지만 마이더스는 나에게 관심이 있었나봐. 날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이고 나에게 말했단다. 자신과 결혼해 자신의 아이를 낳아준다면 내 가문의 가족들을 전부 살려주겠다고 말이야. 하하....말도 안되지?"

에이리스의 턱선에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루크는 급히 품속에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자 에이리스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받아들였다.

"하핫...미안..그 어렸던 나는...그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어.. 어린 애처럼 막 싫다고 때 쓸수도 없었고 나 하나만 희생한다면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그렇게 난 그의 아내가 되었고 황후가 될 수 있었어. 그때부터 그는 나를 잔인하게 능욕해왔어. 어렸던 나는 너무나 무서웠고 힘들었어...지금도 그때의 기억만 떠오른다면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려.."

그의 손에 작은 떨림이 생겨났다. 아직 찻잔에 남은 찻물이 그녀의 떨림에 작은 파장이 일을 정도로 그녀의 떨림에 루크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아주자 그녀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서 밝게 웃어 보였다.

"그의 아이를 낳기 싫었어...하지만 그는 나의 가족들을 들먹이며 강간 아닌 강간을 해왔고 결국 어리고 젊은 나이에 아이를 잉태했지.. 그리고 그 아이가 릴리야 처음엔..릴리가 죽을 만큼 싫었어. 그의 아이라는 것에 싫었고 억지로 낳아야 했다는 것에 싫었지.. 게다가 릴리를 볼 때마다 그의 강간의 상징이기 때문에 두렵기까지 했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 아이란 것엔 변함이 없더라구.. 아무것도 모르는 이 작은 아이가 날 보고 웃으며 좋아하는데 어떻게 싫어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릴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 때 마이더스는 그렇지 않았어. 그에겐 딸이 필요가 없었던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늙어가는 자기 자신에 그는 건장한 후계자가 필했지... 남자아이..그가 원하는 건 오직 남자아이 뿐이었어. 마이더스는 릴리를 무시하고 싫어했지. 자신의 딸을 버린 거나 다름없어. 결국 릴리에게 남은 건 나뿐이었지. 그렇게 남자아이를 낳기 위해 마이더스는 다시 날 덮쳐왔고 다시금 견디기 힘든 날이 이어졌지. 그런데 이상하게 아기를 잉태하지 못한 거야....극심한 스트레스, 그로 인해 내가 결국 애를 가질수없는 몸이 되어 버린거야 그가 날 망친거지.."

다시금 에이리스의 말이 멈췄다. 그만큼 분노에 차오른 듯싶었다. 잠시 멈춰선 에이리스가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자 때문에.. 내가 진정한 사랑하는 사람과 만들어갈 아이를 다신 낳지 못하게 만들었지..그래도 그거 알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어. 이 짐승 같은 관계가 이제 끝날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말 그대로 그렇게 되었지.. 마이더스는 아이를 낳지 못한 내가 필요가 없어진 거야...그때부터 난 그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지..뒤이어 들어온 다른 그의 여인들..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온 다른 여인들에 밀려 난 쪽방의 신세가 되었지만 상관하지 않았어 릴리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행복하니깐.. 그리고 지금도 릴리와 그리고 이 아스란가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해..."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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