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회. 26 습격】
루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에이리스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웃어 보이다 다시 말을이었다.
"그런데 행복하니 이제 욕심이 생기더라구.."
"욕심이요...?"
"응....내가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당연하죠! 이제 더는 힘들어하지 않아도 돼요! 에이리스님은 아직 아름다우세요 원하는 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세요!"
루크가 환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에이리스는 그런 루크의 모습에 조금 야속하긴 했으나 한편으로 기분이 좋아져 왔다.
"내가..아이가 있는 유부녀라 해도...괜찮다는 이야기니?"
"그럼요!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랑하는 감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표현해보세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에요 서로의 마음만 맞는다면 나이 든 아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에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루크의 말에 에이리스가 풋 하고 웃어 보인다. 세리스와 릴리의 말대로 눈치가 이렇게 없는 아이라는 것에 에이리스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정말..내 나이가 많 던 아이가 있 던 괜찮은 걸까? 만약 루크 너라면 어떻게 할 거니?"
"만약 저라면 에이리스님이라면 전 당연히 상관하지 않을 거에요!!"
루크의 눈동자에 진심이 묻어나왔다. 에이리스는 그런 루크의 모습에 한 줄기 희망이 생긴듯싶었다. 허나 아직 조심스러웠다. 아직 루크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만약 방금 했던 말이 만약이 아닌 진심이었다면 루크가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생겨난 듯 싶었다.
"후회하며 살지 말아요 이제. 에이리스님 이제 에이리스님은 자유에요! 에이리스님은 지금..추..충분히 아름다워요 자신감을 가져도 돼요!"
"그렇구나...후회하지 않게.."
에이리스의 말이 끝났다. 루크는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 에이리스가 무언가 고민에 빠져있듯 싶어 다시 시선을 돌려 실험대로 향했다. 한번씩 에이리스를 힐끔 쳐다볼 때마다 무엇을 고민하는지 도중 도중 헤픈 미소가 서렸다가도 빠르게 고개를 저어 보인다가 다시 또 미소가 그려진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루크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에이리스의 고민은 결국 루크의 실험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고 다음날이 되었다.
여전히 로아니의 약을 만들기 위해 실험실에 있던 루크에게 에이리스가 찾아왔다. 그는 조용히 루크의 실험을 훔쳐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려다 다시 도로 닫는다.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일까? 왠지 모르게 루크의 마음에 질투감이 생겨나려 해 씁쓸함이 입안에 묻어나왔다.
그렇게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났을까? 서서히 바깥이 어눅 어눅 해지기 시작한 시각이었다.
"저..저기 루크..."
에이리스의 입이 그제서야 힘겹게 열렸으나 너무 작은 목소리여서 일까? 루크의 시선은 여전히 실험대 위에 올라 있었다.
"루크..."
다시금 용기를 낸 에이리스가 간신히 루크를 불러 세우려했다. 그때였다.
"돼...됐다!!.....결핵균이..사라져가!!"
"으..응?"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루크의 모습에 에이리스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루크를 쳐다봤다. 뒤이어 루크는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며 에이리스를 푹 끌어안았다.
"꺄앗..루..루크!"
자신을 껴안는 루크에 에이리스가 놀라 소리치자. 그제서야 루크가 급히 에이리스를 놓아주며 괜스레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해요..너..너무 기뻐서."
"기쁘다니?"
"찾아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분명히 로아니님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거에요!! "
"그..그러니?"
"내! 이 마시레테 약초와 고산지방의 흙에서 추출한 박테리아 균을 혼합한 거에요 기침에 좋은 약제하고 폐에 좋은 약재들이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하핫! 효과가 보여요! "
루크가 한껏 기뻐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에이리스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지만 결국 엘레니아와 그의 가족들을 위한 일이었기에 한편으론 괜히 질투심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대놓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아직 루크에게 아무것도 아님을 알기에 씁쓸하면서도 같이 기뻐해 주자 루크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면서 에이리스는 생각했다. 저 미소를 자신을 위해 지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엘레니아가 많이 좋아 할 거야.."
에이리스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럼에도 아는지 모르는지 루크의 미소는 떠나갈 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에이리스에게 처음으로 결심이 섰던 하루가 어영부영 지나가고 금세 며칠이 지나고 난 뒤었다. 그동안 혼합물 배합에 대해 다시 연구를 하느라 에이리스가 다시 쉽게 말을 꺼내지 못 해 흐지부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디어 모든 연구가 끝이 났는지 루크는 한시라도 빨리 로아니에게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레이니와 안느란테는 기분 좋게 루크를 보내주려 했고 로제스도 오랜만에 아스란가에 들렸으나. 곧 루크가 떠난다고 하길래 잔뜩 얼굴에 키스 세례를 퍼붓곤 했다. 그렇게 그들이 루크와 잠깐의 해후를 즐기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오랜만에 오직 루크만이 남은 방 앞 에이리스가 우둑하니 씁쓸하게 서있자 릴리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에휴..루크 오빠가 그랬다면서요 후회하며 살지 말라고.당장 오빠에게 가보세요. 이러고 있으면 전 눈치 없는 오빠가 알아주긴 할까요?"
"...하지만..만약 루크가 날 거부한다면...우린 이곳에 살 수 없을지도 몰라..."
"괜찮아요 전! 어머니랑만 함께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설마! 라이아님이나 오빠가 저희 쉽게 내치겠어요! 자자 어서요!"
"그..그렇지만.."
에이리스가 우물쭈물한다. 그러자 릴리가 꽤나 답답했는지 억지로 에이리스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고 루크의 방안을 덜컥 열고 들어서며 루크에게 다가가자. 루크가 에이리스를 바라보았다.
"에이리스님!""
"그..그래?...엘레니아에게 가는 거니?"
"네. 약이 완성되었으니 마지막 실험을 해보러 가야지요!"
루크의 눈빛에 당당함이 서려 있었다. 에이리스는 그런 루크의 당당함과 자신감이 좋았다. 그러자 에이리스의 눈이 호선을 그리며 입가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태 마음속에 숨겨왔던 말을 꺼네려 하니 서서히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숨이 가빠져오르곤 했다. 그래서일까? 루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왔다.
"괜찮으세요?"
자신의 모습이 그만큼 평소와 달랐던 걸까? 루크가 한 움큼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자 에이리스가 멋쩍게 웃어 보인다. 허나 뛰어오르는 심장은 잦아들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