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40화 (140/412)

【140회. 26 습격】

교착상태에 빠진 윈랜드 상황에 오랜 시간 동안 국상을 뒤로 밀 수 없었던 아즈문은 국상을 지내기로 하자 대대적으로 아즈문의 가문들에게 공문이 내려졌다. 국상을 있을 시각부터 총 한 달간 하얀 옷만을 입어야 하는 공문이었고 국상을 지내는 시간에 맞춰 가문의 가주들을 모이라는 공문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귀족들이 차츰 황궁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아즈문의 백성들 역시 모두 흰옷으로 갈아입어 국상을 지낼 채비를 맞췄다.

북방을 제외하고 남쪽에 신성제국인 마흐무드를 비롯해 서쪽의 요르문간드 왕국에서도 사절단이 왔으며 모두가 모인 시각 국상이 시작되었다. 황궁의 모든 문이 열렸고 뒤이어 웅장한 북소리를 시작으로 구슬픈 진혼곡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황궁을 나오는 흰 백색의 옷을 입은 황후와 황자 그리고 공주의 모습을 뒤로 그들의 뒤를 이어 황제가 안치되어있는 석관이 황궁을 나오자 모든 백성들과 귀족들이 하나같이 무릎을 꿇어 보였다.

"내가...좀 더 빨랐다면 황제를 구할 수 있었을까? "

행렬을 보던 루크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늦은 행동에 괜스레 아쉬움과 함께 씁쓸함이 느껴졌다. 혹여나 자신이 일찍 나섰더라면 황궁으로 잠입해 일찍 재상 지크라엘을 만나 치료방법을 말해주었다면 황제가 죽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러한 생각이 자꾸만 루크의 머리에 맴돌자 마음이 아파 왔다. 그러면서 맨 앞에 루미에르의 황후의 얼굴을 바라보자 파리한 안색과 몸도 많이 말라 꽤 수척해진 상태 였다. 그전날 위험한 황궁에서도 여유로움과 고귀함을 가지고 있던 루미에르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녀가 흐르는 눈물에 루크의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 왔다.

"분명 기대했을 거야.."

뒤이어 루크의 기억 속에 루미에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나를 믿는다던 그녀의 목소리가 자꾸만 루크의 귓가에 울려 퍼지자. 더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없던 루크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에이리스가 루크의 손을 붙잡으며 속삭였다.

"루크... 너의 잘못이 아니야."

"..."

에이리스의 위로에도 루크가 씁쓸하게 웃어 보이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에이리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루크를 감싸 안았다.

"너무 자책하지 마.."

"네..고마워요.."

여전히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루크의 목소리에 에이리스가 걱정어린 표정으로 루크를 바라보았다. 그녀로선 더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그저 지금 잡은 이 손을 더욱 꽉 잡아주는 것만이 그녀로서 해줄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황제의 관이 다시금 능에 들어가고 모든 행렬이 끝이나자 재상의 목소리가 아즈문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즈문 제국의 모든 이들이여 오늘 우린 아즈문 제국의 태양을 주신 라우엘님 곁으로 보낸 날입니다. 황제이자 나의 친우 제이서스는 언제나 아즈문을 생각했으며 아즈문을 위했고 아즈문만을 바라본 굳은 심지의 남자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이렇게 쉽게 떠나 보내선 안 될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간악한 무리에 의해 우리의 태양이 빛을 잃었고 땅에 묻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즈문을 피눈물을 흘리게 했지요 하지만...태양은 언제고 다시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저 높은 태양은 절대 사라지는 법이 없습니다. 빛을 잃은 태양이 언제고 다시 빛을 되찾듯이 우리 아즈문은 다시 빛을 되찾을 것이고 간악한 무리에게 복수를 해줄 것입니다. 모든 백성들과 귀족 모두 이럴 때일수록 우린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아직 북방에선 대장군인 데미아스님과 지크문드님이 힘겹게 싸우고 계십니다. 우리가 어서 이 슬픔을 이겨내고 힘을 합쳐 하나가 되어 북방을 지키고 있는 분들에게 힘이 돼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태양을 잃게 한 적들에게 칼을 빼 들어 태양의 불꽃으로 모든 적들을 불태울 것임을 약속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내 친우이자 아즈문의 태양 제이서스에게 다짐하겠습니다!"

지크라엘의 말에 귀족들을 비롯해 모든 백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 가득 분노에 찬 눈빛을 보이며 메세츠데를 정벌하자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친구로서 제이서스를 떠나 보내는 말로서 끝내겠습니다. 친구여 걱정하지 말게나 편히 잠들어 우릴 지켜봐다오! 그대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과 이 자그마한 돌 조각 하나까지 우리가 지켜보이겠다고 쥬신 라우엘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지크라엘의 말이 끝났다. 그러자 백성들이 하나 같이 발을 구르기 시작했고 뒤이어 귀족들을 비롯해 같이 국상을 지낸 외교사절단들 역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아즈문 전역에 울려퍼지듯 하나가 되어 발을 굴리고 있었고 뒤이어 하늘이 떠나가라 아즈문의 대한 만세 소리가 한없이 커져 오르기 시작했다.

☆ ☆ ☆

그날 저녁 황궁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황궁에서 쉬고 있던 루크의 방에 누군가 노크를 하자 루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누구세요?"

"나야 로제스. 들어가도 돼?"

"그럼요."

루크의 말이 끝나고 천천히 방문이 열리자 로제스가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며 루크를 바라보았다. 그런 귀여운 모습에 루크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세요?"

"그냥 볼려구"

로제스의 말에 루크가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레이니를 비롯해 엘레니아까지 들어오자 루크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모두 어떻게 된 거에요?"

"오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여서 다 같이 놀러 왔지."

엘레니아가 천천히 루크에게 다가오며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안타깝게도 메세츠데 일원이었던 에이리스와 귀족이 아닌 안느란테는 아쉬움을 남기며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기에 이곳에 남아있는 레이니 엘레니아 그리고 로제스만이 루크의 방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제가 그렇게 안 좋아 보였어요?"

"그럼요."

루크의 물음에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자꾸만 떠오르는 루미에르의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주변의 기분을 가라 앉혀놓은듯싶었다.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요."

"그래?"

엘레니아가 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황궁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자 그제서야 레이니와 로제스를 비롯해 안엘레니아 역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만약 제가 좀 더 빨리 왔으면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레이니의 말에 루크가 대답하자 옆에 있던 로제스가 루크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던 거야 루크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냥... 운이 없었던 거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

"..."

"맞아 루크!"

뒤이어 레이니도 루크를 껴안으며 말하자 자신을 위해주는 미녀 둘 사이에서 루크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아쉬운 느낌은 들었으나 그렇다고 이렇게 축 처져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워요 모두 큰 힘이 되었어요."

"그럼 오늘 밤엔 특별히 이곳에서 어때?"

루크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던 로제스가 조용하게 루크의 귓가에 대며 속삭여왔다. 뒤이어 로제스의 손이 차츰 루크의 분신을 향해 다가가자 엘레니아와 레이니가 화들짝 놀라며 로제스를 제지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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