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회. 27 루미에르】
서서히 따라붙는 적들을 향해 레이슨이 소리쳤으나 그들의 대답은 없었다. 그럼에도 레이슨은 곧 그들이 황궁에서 봤던 적들과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글거리는 눈을 빛내었다. 한편 마차 안에선 세이실이 가까스로 자신의 레이피어를 뽑아들어 보였으나. 아직 이러한 경험은 처음인지라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루미에르는 겁을 집어삼킨 세이실을 끌어안아 주며 괜찮다는 말을 세이실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꺄아악.. 어머니!"
"괜찮단다 세이실! 근위기사가 우릴 지켜줄 거란다! 그리고 나 역시 널 지켜주마!"
루미에르는 마차 밖에서 들려오는 레이슨의 목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세이실을 더욱 세게 끌어안아 주자 세이실이 조금은 두려움이 가셨는지 몸의 떨림이 차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다시금 쏟아져 내리는 화살 비는 곡선을 그리며 마차를 향해 쇄도했으며 곧 마차는 고슴도치처럼 수 많은 화살들을 꽂은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레이슨은 계속해서 날아오는 화살비 속에 더는 놔두다간 마차가 부서짐은 물론 무게가 더해져 말들이 지쳐 할까 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연이어 레이슨이 급하게 마나를 이끌어 자신의 칼뿐 아니라 몸 전체로 마나의 벽을 만들어 세우고는 급히 몸을 날려 마차 위에 자리했다. 그러자 다시금 쏟아져 내리는 화살 비에 레이슨이 황금색의 검기를 방출하며 날아오는 화살들을 속속들이 쳐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검 솜씨라 해도 될 정도로 그의 검은 일품이었다.
"대장! 괜찮습니까?"
"난 상관하지 마라! 어서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 생각해!"
라센의 물음에 레이슨이 소리쳤다. 그러곤 다시 더욱 가까워져 온 흑의 인들을 향해 이글거리는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다시금 날라오는 화살비 속에 레이슨이 인상을 쓰며 다시 한번 검기를 방출했다.
"이러다간 마나가 먼저 다 떨어지겠군"
몇차례의 화살 비를 막아내던 레이슨이 중얼거렸다. 흑의 인들도 이점을 노린 듯이 가까워져서도 계속해서 화살만 날리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우.. 그런데 어떻게 황후마마가 나오는 것을 알고 습격하는 거지.. 혹 로열나이트에도 첩자가 있던 걸까?"
잠시 숨을 몰아쉬던 레이슨이 다시 한 번 검기를 흘리며 화살 비를 막아내고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상과 로열나이트를 빼고는 황후가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만큼 비밀리에 움직인 것이었는데 그들은 어찌 알고 그 것도 마을이 없는 이곳에 맞춰 자신들을 습격한 것에 레이슨이 고개를 갸웃해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으로선 나올 수 없는 물음이었다.
"후우....후우..."
점차 레이슨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이로스의 황금기사단과 쌍벽을 이루는 근위기사단 로열나이트의 대장이라 해도 계속해서 내리는 화살 비를 검기만으로 막아낸다는 것이 꽤나 힘이 들었다. 그렇기에 점차 마차에 박혀 들어가는 화살의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레이슨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점차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거 직접 베어주마!"
레이슨이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그러곤 점차 가까워지는 말을 탄 자객들을 바라보았고 급히 온몸으로 돌리던 마나를 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충분히 모여진 마나를 바탕으로 레이슨이 마차 지붕을 박차고 가까워진 자객들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레이슨은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며 자객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리곤 적의 말을 빼앗아 타자 순간 말이 움찔하며 놀라 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다시 안정은 되 찾은 말을 몰아 마차에 붙어오는 적들을 향해 레이슨이 칼을 내지르자. 자객들은 속속들이 레이슨의 검에 찔려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흑의 인들 역시 반격을 해 왔으나. 레이슨은 말의 고삐도 잡지 않고 허벅지 힘만으로 말에 위에서 버티며 그들의 검을 간단하게 피해 내곤 오히려 검을 휘둘러 적의 목을 베어 가자 목을 잃은 흑의 인들이 낙마하기 시작했다.
"너희가 황실을 욕보인 적들이렷다!!"
황금 기사단에 의해 황궁 제 2 기사단으로 밀린 로열나이트 들이 얼마나 치욕을 받았던가, 레이슨은 치욕스런 그때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황금기사단들에 의해 자신의 기사단 숙소가 점령당하고 자이로스와 클루드에 의해 자신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어둠의 힘에 의해 세뇌되어 가는 것을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두눈을 뜨고 지켜만 봐야 했다. 심지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세뇌 역시 이기지 못해 황궁의 일이 다 끝나고 마지막에 빛이 터져오르지 않았다면 여전히 어둠의 힘에 빠져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자이로스의 명에 움직이던 그날 얼마나 치욕스럽고 죽고 싶었는가 레이슨은 그때만 생각하면 열분이 차올랐다. 자신이 잘 알던 동료들이며 친한 사람들까지 죽어나가면서도 또렷한 정신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레이슨은 그러한 기억을 되뇌이며 지금 앞에 있는 적들을 바라보자 짙은 살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너희들 오늘 내가 깡그리 다 죽여주리라!"
제이슨의 눈이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의 마나 역시 반응했는지 황금빛을 내뿜는 마나가 점차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상한 세뇌 술만 없다면 너희는 한낱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황금빛으로 물든 검을 휘둘러가자 흑의 인들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고 뒤이어 말들 역시 목이 잘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길 일 수였다. 일대 다수 상황에서 레이슨은 한치의 밀림 없이 적들을 그야말로 도륙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흑의 인들도 이제서야 마차보다 레이슨이 더 위협적인 존재라 인식했는지 마차를 공격하기 보단 레이슨을 향해 집중 공격하기 시작하자 마차가 조금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오너라!!"
☆ ☆ ☆
"후우.... 후우.."
레이슨이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수를 자랑하는 적들을 향해 레이슨이 인상을 썼다. 아무리 압도적인 실력을 보인다 해도 레이슨은 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점차 지쳐오는 몸에 숨은 터질 것 같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마나 역시 점차 바닥을 들어내고 있자. 레이슨의 움직임 상당히 굼떠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난... 아직! 더 싸울 수 있다.! 덤벼라. 개자식들아!"
레이슨이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뒤이어 빠르게 말을 몰고 오는 흑의 인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흑의 인의 머리가 그대로 하늘로 솟구쳤다가 다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때였다. 허공에 그려지는 흑색의 섬광 그 흑색의 빛이 잠시 일렁이다 모습을 감추자 그곳에 머리를 붕대로 칭칭 둘러싼 익숙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녀석은!"
레이슨 역시 잘 아는 사내였다. 아즈문 황실에 큰 상처를 남긴 로브의 사내 레이슨이 이를 갈며 소리치자 로브의 사내 클루드의 시선이 차츰 레이슨을 향해 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