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회. 27 루미에르】
"날 기억하는가?"
클루드가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물었다.
"어찌 널 잊겠는가!!"
"그래.. 자이로스 만큼의 힘을 가진 녀석이었지. 큭큭 마리에테의 힘에 내 세뇌가 풀렸나 보구나.? 그나저나 오늘은 네가 아닌 저 마차에 볼일이 있으니. 금방 사라져주었으면 좋겠구나."
클루드의 말에 레이슨이 입가에 핏물이 진하게 베일 정도로 꽉 물어 보이며 노기가 찬 얼굴로 클루드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레이슨이 말 위를 박차고 클루드를 향해 날아들었다.
"내가 있는한 루미에르님에게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탄력을 받고 날아든 레이슨의 검에 황금빛이 진하게 머금기 시작했다. 마치 황금색의 불꽃이 불타오르듯 거대한 마나의 힘이 클루드를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쇄도해 오는 듯싶었다. 그러나 클루드는 여유롭게 한손을 들어 보였고, 동시에 그려지는 수십 개의 마법진에 기다란 흑색의 촉수가 생겨나며 레이슨에게 쇄도해 들어 왔다.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는 검은 흑색의 촉수들을 하나둘씩 베어 가며 여전히 클루드를 향해 쇄도해 갔고 클루드는 자신의 마법을 간단히 베어버리는 레이슨의 신위에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허나 그 표정은 금세 비릿한 미소로 변했고 다시 한 번 손을 뻗자 새로 그려진 마법진에선 촉수 대신 하나의 스태프가 나타 났다.
"꽤, 놀라 웠다!"
어느새 레이슨이 클루드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뒤이어 찰나의 시간에 횡으로 베어진 검 레이슨은 곧 클루드를 베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자신의 손에 살을 베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연이어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은 실루엣이 반으로 갈리기 시작하자 레이슨의 미소가 더욱 짙어지려 했다.
"여기까지구나."
"..뭐."
레이슨의 앞에 있던 검은 실루엣이 허공에 신기루가 되어 사라져 갔고 그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레이슨의 뒤편에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하자 레이슨이 다시 말에 안착하며 급히 고개를 틀어 보였다. 여전히 허공에 떠있는 상태에서 어떠한 생채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손에 들린 기분 나쁜 스태프뿐이었다. 검붉은 색의 빛을 띠며 스태프 위쪽 부분엔 해골이 장식되어 있음은 물론 스태프의 손잡이 부분엔 레이슨으로는 알 수 없는 주문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는 스태프였다.
"칫! 운이 좋구나!"
레이슨이 혀를 차며 소리쳤다. 분명 자신의 검으로 그를 베었다 생각했건만 아무렇지도 않은 클루드의 모습에 괜스레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귀의 스태프라고 불리는 스태프지 마리에테의 힘을 막아낼 마계의 무기가 될 것이다! 이 스태프의 첫 힘을 너에게 먼저 보여 주도록 하마 영광스럽게 생각하거라!"
클루드가 담담하게 목소리를 내었고 레이슨에게 닿았다. 레이슨은 그런 클루드의 모습에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아차피 마법! 마법을 영창할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 주문을 영창 하지 못하는 마법사는 허수아비일 뿐이지!"
레이슨이 다시 말고삐를 놓고는 다시 몸을 날렸다. 마법사가 검사들을 1:1로 싸울 때 절대 마법사들이 이길 수 없음을 아는 레이슨은 그에게 주문을 영창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 했다. 어차피 방금 전과 같은 이상한 촉수 기술만이 빠른 영창으로 할 수있는 마법일거라 생각했기 때문 이었다.
"이 스태프는 영창이 필요가 없지.. 큭큭."
레이슨의 검이 다시금 번뜩였다. 연이어 머금은 검날이 정확히 클루드의 미간을 향해 노려왔으나 클루드의 표정은 여유가 가득했다. 그때까지 레이슨은 무언가 자신의 온몸을 조여오는 꺼림직한 느낌을 받았으나. 괘념치 않아 하며 끝까지 몸을 날렸다.
"끝이다 이 악마여!"
그때였다. 클루드의 손에 들린 아귀의 스태프가 레이슨의 앞을 막아섰다. 곧 아귀의 스태프의 윗 부분 해골 모형이 천천히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레이슨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의문을 가득했으나 이젠 몸을 뺄 수도 없을 정도로 클루드와 가까워진 상태였다. 레이슨은 이미 뺄 수 없는 상황에 꺼림직한 기분을 무시하고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금빛을 머금던 검에 기운이 서서히 아귀의 스태프를 향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건!"
레이슨의 검에 차오르던 마나의 기운이 서서히 클루드의 스태프에 스며들어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힘을 잃은 레이슨의 평범한 횡베기는 곧 클루드가 만들어낸 방어벽에 힘없이 막혀 버렸다. 레이슨은 지금의 상황에 이해가 되지 않아 클루드를 바라보았으나 곧 중력에 의해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놈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니라."
서서히 땅으로 떨어지는 레이슨을 보며 클루드가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다시 아귀의 스태프가 레이슨을 가리켰다. 스태프의 끝 부분에서부터 서서히 흑색의 마나가 순식간에 모여 들었고 연이어 평범한 사람의 머리통만큼 모인 마나의 구는 곧 아래로 떨어지는 레이슨을 향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레이슨은 급히 허공에서 검을 들어 보이며 마나의 구를 막아내려 했으나, 이상하게 모이지 않는 마나에 놀라 당황한듯 싶었다. 이대로 바닥으로 떨어진다거나 저 꺼림직한 마나의 힘이 자신을 강타한다면 크게 다칠 거라 생각이 든 레이슨은 어떻게든 마나를 끌어 모으려 했으나 마치 마나가 무언가에 의해 턱 하니 막힌 듯 마나가 모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 도대체.. .컥.."
뒤이어 레이슨의 복부에 흑색의 마나의 구가 정확히 부딪쳤다. 연이어 찾아든 고통 마치 사지를 찢어발길 듯한 고통이 레이슨의 복부로부터 전해져왔고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레이슨의 몸은 어느 한 곳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부서지며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커헉.."
멀어져가는 적들의 모습, 그와 반대로 땅에 곤두박질치며 온몸이 망가져버린 레이슨이 절망어린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자신을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이는 클루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더이상 레이슨에게 관심이 사라졌는지 클루드가 몸을 돌려 한참 멀어져가고 있는 마차를 향하기 시작했다.
'.. 아.. 안.. 돼'
어디가 크게 다친 것일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온몸에 커다란 고통이 느껴졌고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레이슨은 그나마 온전한 핏발이 잔뜩 들어선 눈으로 클루드의 뒷모습만을 쫓고 있었으나 그러나 몸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완전히 적들과 마차의 모습이 사라졌다. 황량한 들판 쓸쓸하게 남은 레이슨이 울컥 피를 토해냈다. 그러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양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나마 말을 듣는 건 유일하게 온전한 오른손 뿐이란 것을 깨달은 레이슨은 점차 강해지는 고통속에서도 황후와 공주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믿을 재상을 위해서라도 움직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힘겹게 오직 오른손만으로 그들이 사라진 쪽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