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회. 27 루미에르】
한편 한창 달리고 있는 마차였다. 레이슨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체 마차는 여전히 자신을 따라오는 흑의인들의 말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라센은 손에 쥔 말고삐를 더욱 꽉 쥐어 보이며 다시 한 번 말들을 닦달 하자 말들이 길게 울음을 내뱉으며 조금 더 속도가 빨라진 듯싶었으나. 마차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점차 지쳐가는 말들에 라센으로선 이대로 있다간 금방 적들에게 잡힐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참으로 귀찮게 하는구나?"
"넌!"
어느새 자신의 옆 자리에 타 있는 클루드의 모습에 라센 역시 그가 누군지 알기에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이 라센에겐 전부가 되었다. 서서히 느껴지는 한기와 저릿한 고통이 라센의 심장으로부터 퍼져 오르기 시작했다. 지독한 혈향과 옷을 적시는 붉은 혈화에 라센이 눈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자 길다란 장검이 라센의 심장을 관통한 상태였다. 그런 그의 앞에 클루드가 스산하게 웃음소리를 내며 앉아 있었다.
"흐흐 그만 죽어라."
"억..."
비틀어지는 클루드의 손목 뒤이어 울컥하고 라센의 입가에 피가 한 움큼 터져 올라왔다. 연이어 온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손부터 시작해 몸 전체가 마치 물먹은 솜 마냥 퍼지기 시작했다. 아직 멀쩡한 정신은 어서 빨리 검을 들어 클루드를 베라고 아우성이었으나. 몸은 그의 명령대로 따르지 못했다.
"자 수고했다."
뒤이어 클루드가 라센의 몸을 바깥으로 툭 쳐내버렸다. 그러자 힘없이 라센의 신형이 마차 밖으로 떨어져 나가며 땅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라센의 사지가 이상할 정도로 꺽인 듯싶었다. 클루드는 그런 라센을 보며 잔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곤 다시 여전히 달리고 있는 말들을 바라보았다. 많이 지쳤는지 말들의 입가엔 질질 침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꽤나 안쓰럽기까지 하다. 클루드는 그런 말들을 향해 아귀의 스태프를 들어보이자 곧 해골 모양이 다시 한 번 입을 벌리더니 곧 말들의 생기를 빨아내기 시작했다.
"끼이이잉!"
말들이 크게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생기가 빠져나가 힘이 풀린 말들의 다리는 결국 바닥에 곤두박질쳤고 마차 역시 갑작스런 말들의 행동에 그대로 땅을 구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나름 튼튼하게 만들어진 마차여서 완전히 박살이 나진 않았으나. 여기저기 흉하게 구멍이 뚫리거나 부서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루미에르와 공주 세이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마차는 몇 차례 더 구르더니 흙먼지를 잔뜩 뿌리며 간신히 멈춰 섰다.
"크흐흐."
멈춰선 마차를 보며 클루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며 미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마차의 문이 열리고 나오는 루미에르의 모습은 여기저기 가득 생채기가 나 있음은 물론 새하얀 피부에 핏물이 뚝뚝 떨어졌고 금색의 비단 같은 머릿결도 산발이 된 상태였다. 세이실은 그대로 기절한 것 일까? 어떠한 움직임이 보이진 않았으나. 마차가 땅을 구를 때 루미에르가 세이실을 잘 지켰는지 딱히 심한 생채기는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루미에르의 눈이 심각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익숙한 사내의 모습을 보자 점차 분노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입니다. 루미에르 황후."
".. 당신!!!"
루미에르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자 루미에르의 주변에 하얀빛이 폭사 되기 시작하더니 곧 루미에르의 상처가 금세 아물기 시작했다.
"호오. 성녀직에 벗어났다 해도 그 힘은 남아 있는 것이구나?"
"... 당신 따위를 물리칠 힘은 충분히 나에게 남아 있어!"
"크크크 그런가?"
루미에르 주변에 더욱 빛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흑의 인들은 루미에르의 힘에 차츰 발걸음을 뒤로 물리고 있었으나 오직 클루드만이 여유롭게 루미에르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딴 흑마법으로 감히 나의 신성력을 뚫지 못할 겁니다!"
".. 하하 시험해보지 네년이 신을 믿는 믿음이 더욱 강할지 내 힘이 강할지 말이야."
클루드는 여유롭게 아귀의 스태프를 들어 보였다. 그러자 다시금 스태프의 윗 부분에 서서히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아까전 레이슨을 상대하던 마법과 비슷해 보였으나. 그 크기는 레이슨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욱 커다랬다. 뒤이어 거대한 흑색의 마나가 루미에르의 신성력과 부딪치기 시작하자 커다란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이 갈라지고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지축이 뒤틀리기 시작하자. 루미에르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클루드의 표정은 여유로워 보인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 루미에르?"
"곧.. .아스란가의 기사들이 올 거에요! 그때까지만 버틴다면!"
"아스란.. 큭큭 그래 아스란."
루미에르의 말에 클루드가 비릿하게 웃어 보인다. 그와 동시에 다시 아귀의 스태프에 자리한 해골이 아가리를 벌리기 시작하자 더욱 강대한 마나가 루미에르의 빛을 둘러쌓기 시작하자. 빛의 힘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의 힘애 흡수 돼 듯 루미에르의 힘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크흐흐흐"
클루드의 비릿한 웃음소리 오늘은 참 클루드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기만 하다 자신의 생각대로 모든게 이루어져서 그러는 듯싶다. 한편 루미에르는 점차 빠져나가는 힘에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클루드는 그 모습이 재미라도 있는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고는 좀 더 클루드의 손에 들린 스태프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포기하거라."
더욱 강해진 흑색의 마나 그와 동시에 마치 유리벽이 깨지듯 루미에르의 빛이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꺄아악!"
루미에르는 방대한 힘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클루드는 그런 루미에르를 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가자 루미에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간신히 소리쳤다.
"내.. 딸을 건들기만 해봐!"
"크흐흐 세이실.. 그리고 당신 이 둘이면 충분히 신물과 교환을 할 수 있겠지."
"손.. 손대기만 해봐!!"
서서히 흐릿해져 가는 루미에르의 시야 속에 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며 소리쳤으나 곧 먹먹해지는 시야는 더이상 루미에르가 힘이 남아있지 않음을 말해 주었다. 결국 완전히 정신을 잃은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클루드는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곧 자신의 뒤에 있던 흑의 인들에게 소리쳤다.
"이 두 년을 데리고 간다. 곧 아스란가의 개들이 올 테니 이곳을 벗어나고 너 너는 이곳에 올 아스란가의 개들에게 말을 하나 전해주고 오너라.""
간단한 클루드의 말에 흑의 인들은 급히 루미에르와 세이실을 들고 몸을 날렸다 뒤이어 클루드에게 선택 받은 흑의 인은 곧 무슨 말을 전해받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습을 감추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