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56화 (156/412)

【156회. 27 루미에르】

"하하 역시 알고 있었군요?"

'말을 타고 가다 보면 네 승마실력으로 따라잡힐게 뻔할 테니 말이야.'

"하하 그렇죠. 자 가요 어서."

루크의 말에 파이시스의 빛이 더욱 폭사 되기 시작했고 곧 루크의 모습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찾아온 정적만이 맴돌던 저택을 깨운 건 안느란테였다. 문을 박차고 나온 안느란테의 표정은 깊은 당혹감에 빠져 있었고 뒤를 이어 에이리스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밖을 나왔다.

"안느란테님!!!"

에이리스의 외침에 안느란테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언제나 차고 있던 에이리스의 목걸이가 보이지 않았고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낀 에이리스가 안느란테를 불렀다. 그러자 안느란테 역시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설마하는 마음에 급히 릴리의 방으로 향했다.

"릴리!"

"...어머니.."

에이리스가 들어올 줄 알았는지 릴리가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에이리스를 맞이했다.

"루...루크가 왔다 간 거니?"

"...루크가 왔었나요?"

에이리스와 안느란테의 질문에 불안에 떨던 릴리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왜. .왜우는거니? 울지마렴...루크.. 그래 루크는 어디 간 거야?"

에이리스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느껴졌다. 릴리는 잠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곤 훌쩍이며 입을 열지 못하자 안느란테가 다시 릴리를 닦달했다.

"릴리! 어서요 설마 루크님이 왔다 갔나요? 어디 있죠? 릴리의 신물은 어디 있는 거죠?"

"미안해요...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오빠 떠났어요."

"아.."

안느란테는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뒤이어 에이리스가 떨리는 음색으로 릴리에게 말했다.

"루크에게..파이시스를 주었던 거니?"

"네.. 죄송해요. 어머니..말렸어야 했는데."

"어째서..왜 그냥 보낸 거야.. 얼마나 위험한 곳인 줄 알잖니..."

"죄송해요.."

결국 훔쳐갔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던 릴리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계속해서 사과를 해왔다. 루크에게는 훔쳐갔다고 말하려 했으나.

막상 닥쳐오니 성격상 거짓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릴리는 결국 사실대로 토해내자 에이리스가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의 사람들이 곧 릴리의 방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다들 왜 그래요?"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안느란테와 릴리 그리고 에이리스를 보며 레이니가 당황하며 물어오자 릴리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언니... 오빠를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흑.. 미안해요."

"무슨 소리니?"

레이니가 되물었다. 그러나 릴리의 입에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뒤이어 엘레니아와 라이아 그리고 세리스까지 릴리의 방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무슨 일이에요. 왜 이리 시끄러워요?"

".."

엘레니아의 대답에도 레이니는 아무런 말없이 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어머.. 레이니!"

아무 대답 없이 방을 나선 레이니를 라이아가 불러세웠으나 이미 레이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뒤었다. 라이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다 곧 누군가 한 명이 빠져있음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루크는? 어디있니? 아직 잠들어있는 거니? 왜들 말이 없는 거니? 어서 말좀 해보렴!"

그제서야 라이아도 무언가 느낀 듯 언성을 높였다. 뒤이어 엘레니아 역시 모두를 바라보며 닦달하자 안느란테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루크님이.. 루크님이...가버렸어요.."

"...아.."

제대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았다. 루크가 결국 루미에르를 구하기 위해 떠났다는 걸 라이아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쓰러지자 세리스가 힘겹게 라이아를 부축했다. 엘레니아 역시 충격을 받아 곧장 방을 나서자. 아직 방을 돌아다니는 레이니를 바라보았다.

"레이니.!"

"없어... 아무 대도 없어 실험실에도 없고 방에도 없어!! 엘레니아! "

레이니의 옷은 어느새 간단한 경 갑옷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뒤이어 칼을 한쪽 허리에 차며 저택을 나서려 하자 급히 엘레니아가 레이니를 제지했다.

"어디가게!"

"비켜 엘레니아."

"너 혼자 어디로 가게! 루크는 이미 파이시스로 이동했어! 따라잡지 못해! 혼자 가면 더 위험할지도 몰라!"

"비켜"

엘레니아의 말에도 이미 이성을 잃은 레이니가 차갑게 엘레니아를 향해 일렀다.

"레이니! 진정해!"

"비키라 했어!"

레이니가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진득한 살기가 엘레니아를 향해 쏟아지자 순간 엘레니아는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처음이었다. 레이니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엘레니아는 간신히 자신의 마나를 풀어내며 레이니의 살기를 받아내기 시작하자 겨우 입를 열수 있었다.

"내.. 내 말 좀 들어봐!"

"마지막이야 비키라 했어 엘레니아!"

"레..레이니... 이..일단 기사단하고 같이 가... 혼자선 위험해!"

"지금 이 순간에도 늦을지도 몰라! 한시가 급하다고! 이러다 늦을지도 몰라! 그러니 비켜 엘레니아!"

"안된다고 이 멍청아!"

간신히 살기에서 벗어난 엘레니아가 손을 들어 레이니의 뺨을 쳤다. 순간 레이니의 뺨이 홱 하니 돌아가고 그제서야 풀풀 풍기던 살기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엘레니아는 그런 레이니를 향해 다시금 소리쳤다.

"정신 좀 차려! 이 멍청아 나라도 지금 당장 달려가고 싶다고! 하지만 혼자선 무리야! 그러니 내 말 좀 들어!"

엘레니아의 다그침에 그제서야 레이니의 눈가에 눈물이 한 두방울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레이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엘레니아에게 말했다.

"제발.. .비켜줘 엘레니아.. 가야 해 루크에게 난 루크를 지켜준다 약속했단 말이야..."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레이니의 모습에 엘레니아가 덥석 그녀를 끌어안아 주며 대답했다.

"그래 찾으러가야지 당연히 갈거야! 하지만 혼잔 아니야. 다 같이 갈 거야. 그리고 루크도 한대 때려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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