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58화 (158/412)

【158회. 27 루미에르】

"하하하 자 해후는 여기서 그만하고 이제 네가 지켜야 할 차례다. 어딨느냐 신물은 말이다. 마지막 아리스는 어디있는 거지?!!"

"약속은 지킬거야 대신 먼저 황후님과 공주님을 아스란가로 보내 줘 그래야지만 아리스를 넘겨 줄 테니"

"큭큭 듣자하니 누가 지금 위고 아래인지 모르나 보군..."

아리스가 비릿하게 웃으며 강하게 쇠창살을 내리쳤다. 그러곤 일그러진 얼굴로 루크에게 나긋하게 일렀다.

"이 년들이 당장 몬스터의 아이를 낳게 하지 않으려면 어서 아리스를 내놓거라. 그리고 감히 너 따위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알겠느냐?"

"..."

클루드의 잔뜩 성난 목소리에 루크가 잠시 멈춰섰다. 그러곤 급히 머릿속으로 아리스를 불렀다.

'아리스'

'듣고있다.'

'내가 널 넘기면 즉시 파이시스와 아쿠아리우스를 깨워서 저 둘과 함께 아스란가로 돌아가...'

'하지만..'

'난 어쩔수 없이 널 넘겨야 해 그렇다고 저 자가 황후님과 공주님을 다시 아스란가로 보내지 않을꺼야. 악당들은 늘 거짓말을 하잖아."

루크의 생각에 아리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나?'

'하하.. 어쩔 수 없잖아...'

그때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루미에르가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는지 루크를 향해 소리쳤다.

"루크! 절대로 신물을 주어선 안 돼요!!"

루미에르의 목소리에 잠시 루크가 루미에르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다시 아리스를 불렀다.

'아리스! 이 방법뿐이야. 아리스는 모든 신물을 사용할 수 있잖아. 그리고 파이시스는 두 사람만 텔레포트를 가능하니 사람이 아닌 너와 공주와 황후님만이 가능할 거야 그러니! 내 말을 들어.'

'내가 현신을 해서 저자를 막아선다면.?'

아리스가 다시 물어왔다. 루크는 잠시 고민을 하다 말을 이었다.

'적들의 수가 얼마나 있는지 몰라. 아직 오랜 시간 현신에 있지 못하잖아. 무리야. 그러다간 이도 저도 안될 수가 있어 게다가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나중에 아리스가 없을 때 우린 다시 잡힐 게 뻔해. 그러니 부탁할게'

'그런..'

"자 어서 아리스를 내놓거라"

클루드가 분노에 찬 눈을 일렁이며 낮게 일렀다. 루크는 그런 클루드를 보며 못내 어쩔수 없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루미에르가 안된다는 말을 내 뱉었으나 곧 클루드가 짧게 손짓하자 한 사내가 급히 루미에르의 입을 막아 루크의 귓가에 닿지 않게 했다.

'부탁해 아리스 정 걱정되면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 있을 테니 돌아와 줘.'

'.....그런."

그 생각을 끝으로 루크의 손에 찬 팔찌를 빼내자 말을 하려던 아리스의 음성이 뚝하니 끊어졌다. 뒤이어 클루드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서렸다.

"이런.. 설마 팔찌가 신물이었던 건가? 허허 파이시스나 아쿠아리우스에도 느꼈던 신물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말이지? 거짓은 아니겠지?"

"아리스는 보통의 신물들과는 다르니깐."

"... 그렇군.. 대단해.. 마리에테 날 얼마나 더 놀라게 할 속샘인지 좋다! 어서 넘겨라 그렇다면 황후와 공주를 살려주지."

마치의 뱀의 혀와 눈처럼 밝게 빛나며 속삭이는 클루드의 목소리에 루크는 한차례 비웃어주고는 팔찌를 넘기자 클루드가 크게 웃어 보였다.

"안 돼!"

뒤이어 루미에르의 절망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루크가 루미에르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루미에르님."

".... 하지만 신물이!"

"그때 죄송했습니다. 황궁에서 황후님과 한 약속 지키지 못해서."

"...뭐.."

루미에르의 뇌리에 황궁에서 루크와 얘기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루미에르는 씁쓸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으려 할 때였다. 순간적으로 팔찌와 아쿠아리우스에게서 밝은 빛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끄아악"

갑작스런 빛에 클루드가 고통스러워 하자 루크가 소리쳤다.

"죽은 자이로스가 왜 죽었는지 몰랐나 봐?"

비릿한 루크의 목소리에 클루드가 급히 자신의 손에 들린 파이시스와 아쿠아리우스 그리고 아리스를 던져내자 다시 빛이 폭사하고 아리스가 현신했다. 그의 손엔 어느새 클루드가 던져낸 아쿠아리우스와 파이시스가 들려있었다.

"아리스!!!"

신경질적으로 클루드가 소리쳤으나 아리스는 급히 몸을 날려 루미에르를 잡고 있는 흑의 인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상태였다. 둔탁한 음과 함께 저만치 나가떨어지는 흑의인을 보며 아리스가 급히 루미에르와 세이실을 받아 들었다.

"꺄악.. 이건!"

"안심해요 황후님! 그리고 나중에 봬요!"

뒤이어 루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미에르는 급히 루크를 바라보았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무엇이 그리 자신감에 넘쳤는지 루미에르는 이제 좀 알법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이제는 자신감이 아닌 체념을 한듯한 표정의 루크를 보며 의아함을 표출했다.

"왜..?"

루미에르가 무언가 물어보려 할 찰나 이번엔 파이시스에게서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리스 지금이야!"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이상함을 느낀 클루드가 급히 허공에 마법 진을 그리며 아귀의 스태프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미 텔레포트를 하기 위해 준비하던 파이시스가 먼저였다. 폭사해가는 빛에 서서히 아리스와 루미에르 그리고 세이실의 모습이 흐릿해져 가기 시작했다.

"꼭 돌아오마. 루크."

아리스가 속삭였다. 여전히 루미에르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애쓴는 듯 싶었다.

"응.. 돌아와줘 아리스."

그말을 끝으로 빛과 함께 루크만을 제외하고 모두의 신형이 사라져가자 클루드의 마법이 아리스가 있던 애꿎은 허공만 강타하고 흩어져 나갔다.

"이!! 이! 망할 새끼!! 널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주겠다!"

"내가 생각도 없이 여기 온 줄 알아?"

잔뜩 노기를 띈 클루드가 루크에게 다가와 소리쳤다. 루크는 그런 클루드를 보며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일갈하자 클루드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져갔다.

"애초에 황후님과 공주를 보내지 않을 것이란 건 알고 있었어"

"그 잘난 입을 언제까지 털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 ☆ ☆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롬이 레이니를 향해 대답했다. 마차가 전복되어 있는 들판, 이곳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로서 벌써 일주일째가 되었으나 루크의 흔적은커녕 그 누군가의 흔적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이 어떻게 루크를 데려간 것인지 혹은 정말 데려 가긴 한 것인지 알 수 없어 레이니는 답답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보였다. 저 먼치 황궁의 근위기사들도 모습을 보인다. 같이 이곳을 수색한 지 1주일이나 지났었다. 루미에르와 공주 세이실의 납치, 역시나 황궁도 뒤집힌 상태였고 곧 황실에 남은 로열나이트 기사들이 밖으로 나와 황후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허나 그들 역시 루크처럼 하늘로 솟았는지 혹은 땅으로 꺼졌는지 알 길이 없어 모두가 답답해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롬이 다시 물어왔다. 그의 표정에도 깊은 걱정이 담겨있었으나. 1주일간 먹지도 쉬지도 못한 레이니를 향한 걱정도 들어있었다.

"난 돌아가지 않을 거에요."

"레이니..."

엘레니아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레이니를 불렀으나 레이니는 이내 다시 말에 올라타며 이미 몇십 번이나 돌아다녔던 들판을 다시 말을 타고 돌아다니려 했다. 그러나 말이 도통 움직이질 않는다. 말 역시 꽤 지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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