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63화 (163/412)

【163회. 28 잊혀진 기억】

'난..'

'넌 라르문이 맞아.'

'내 이름은..'

'라르문 오르페아스 네 이름이야.. 내 이름은 루시야 어서 날 기억해줘.'

'루시..'

'맞아.. 내 이름! 이제 기억하는 거야?'

'루시.'

루크는 계속해서 루시라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에 대한 기억을 찾으려 되뇌이고 또 되뇌이자 곧 루크의 머릿속에 희미하게 안개로 둘러싸인 기억의 파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짙은 안개로 인해 그 기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고 그 안에 누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루시..'

'날 기억해줘... 그때처럼 날 다시 사랑해줘.. 라르문 오르페아스!'

'난..'

"클루드님."

한참을 스태프를 사용해 루크를 괴롭히던 클루드를 향해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곧 엘프 남성으로 보이는 사내가 클루드에게 다가와 말을 걸자 클루드가 행동을 멈추며 엘프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한창 루크를 고문하며 재미를 보던 클루드는 자신의 행동을 방해받자 짜증이 돋았는지 아니면 그 사내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얼굴이 구겨졌고 목소리는 약간 신경질적이 되었다. 그러나 엘프 남성은 괘념치 않은 듯 무표정한 표정을 일관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동굴로 침입자를 감지했습니다. '

"뭐라?"

클루드가 오랜만에 놀라 하며 되물었다.

"레이먼드는?"

"의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오늘이 마지막 의식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클루드님에게 그들을 막으라 전했습니다."

"... 그랬단 말이야?"

마치 자신을 수하처럼 생각하는 레이먼드의 말에 클루드의 한쪽 눈이 부르르 떨려오고 꽉 쥐어진 주먹엔 불그스름한 핏물이 배어 나왔다. 루크를 괴롭히며 서서히 사라지던 분노가 다시금 차오르는 듯싶었다.

"그래. 그러지, 오늘은 운이 좋군 루크"

클루드는 고통스러워하는 루크를 바라보며 한차례 일갈하며 빠르게 걸음을 옮겨 감옥을 나섰다. 엘프 남성은 클루드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잠시 멈춰 서다 고개를 돌려 루크를 바라보았다.

온몸이 피 칠갑이 되어 간신히 숨을 이어가고 있는 어린 청년의 모습에 조금은 감정의 변화가 있으련만 엘프의 눈엔 무심하고도 차가운 한기만이 가득했다. 그러고는 더이상 관심이 가지 않는지 고개를 돌려 클루드가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라르문... 날 기억해줘.. 어서..'

'난.. 루크 아스란이야..'

'그렇지 않아.... 이제 곧이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때는... 그때는 다신..'

'난..'

☆ ☆ ☆

"적들의 수는?"

클루드가 자신의 앞에 늘어서 있는 흑의인들을 보며 일렀다. 자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흉흉한 붉은색 안광을 내뿜는 자들은 언제든 적들을 도륙해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듯 온몸에서 짙은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흐무드의 성기사단과 사제들로 구성된 적들입니다. 총 100여 명은 넘을 듯 싶습니다. "

"흠.. 마흐무드의 개자식들이 이곳을 잘도 찾아내었군... 혹시 신물의 힘인가? 뭐 좋다. 환영파티를 해줘야겠지! 이곳에 오게 된다면 몬스터 우리를 풀어 날뛰게 해라."

"아직 시험용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엘프의 목소리에 클루드는 괘념치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상관하지 말아라. 어차피 실패작이나 다름없으니, 성기사 녀석들을 이기리라 생각한 게 아니다 어느정도 지치게 하거나 피해만 입혀도 좋겠지.. 성녀 정도의 신성력이 없다면 몬스터들에게 충분히 진을 뺄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엘프는 간단히 대답을 하고는 다시 어디론가 몸을 날려 모습을 감추었다. 클루드의 시선은 곧 동굴에 나있는 여러 갈래 길중 한 길을 보며 비릿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그래... 내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클루드는 멀어지는 엘프의 모습을 보며 여전히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흑의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내가 신호할 때까지 몸을 숨기고 있어라. 때가 되면 부르겠다. 크흐흐흐.. 좋아 아주 좋은 생각이야."

오늘따라 더욱 음흉한 클루드의 모습과 그의 웃음소리는 누구를 향해 피어오르는 알 수가 없었다. 오직 꼭두각시인 흑의인들만이 묵묵히 클루드의 말에 복종할 뿐이었다.

☆ ☆ ☆

"조심하십시오! 성녀님"

"쥬디스 저는 괜찮아요."

얼마나 걸었는지 꽤 기다란 동굴의 길이에 성녀가 조금 지친듯싶었다. 게다가 동굴의 바닥 역시 울퉁불퉁해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많아 쥬디스는 성녀를 향한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저희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입구로 돌아가시는 것이."

쥬디스의 말에 성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 보였다.

"전 정말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충분히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어요!"

"후.. 알겠습니다.."

성녀 크리스티나의 말에 쥬디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장서서 걸음을 옮겨가자. 그 뒤를 다른 성기사들이 꼬리를 물고 이동을 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마흐무드와 아즈문의 국경 사이에 이러한 곳이 있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성녀가 정말 놀랐다는 표정으로 낮게 중얼거리자 쥬디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적들이 둥지를 틀었다는 것이...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었습니다."

"그러니깐요.."

그때였다. 성녀의 양어깨에 앉아있던 두 명의 요정이 그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 성녀에게 다급히 말을 이었다.

"조심해 크리스티나! 점점 느낌이 좋지 않아!"

제미와 나이가 이리저리 크리스티나의 주변을 부산스럽게 날아오르며 경고를 해오자 뚝 하니 크리스티나와 쥬디스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그러곤 여전히 어두운 동굴을 바라보자. 다시금 서늘한 바람이 한차례 성기사단과 성녀를 향해 몰아쳤다. 크리스티나는 갑작스런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다시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겨갔다.

이미 돌아가는 입구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내려온 길, 심상치 않은 느낌이 연실 크리스티나의 몸을 소름돋게 했다. 그렇게 완전한 어둠 속에 오직 성기사단이 들고 있는 횃불에 의존하며 거리를 걷던 그들이 이내 이르른 곳은 거대한 동공이었다. 마치 이 동굴에 광장을 표현한 듯 여러 갈래 길이 모두 이 동공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이 동공이 얼마나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여긴.."

쥬디스의 눈이 다시금 빛이 일렁이었다. 신성력을 이끌어내어 여기저기 주위를 돌아보자 여러 갈래 길 중 몇몇 군데에서 음산한 기운이 풀풀 풍겨져 왔다.

"이 악취는.."

뒤이어 크리스티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쥬디스는 곧 자신의 허리에 찬 검을 빼 들며 말했다.

"성녀님과 사제님들을 주위로 원형진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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