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회. 29 마흐무드】
"그..그렇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저는 크리스티나에요, 많은 분들이 마흐무드의 성녀라고도 부르기도 하죠."
조신하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자신을 소개한 그녀의 모습에 루크도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여전히 고통이 남아 그러질 못했다. 크리스티나라 불린 여인은 그런 루크를 제지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직 환자시니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그..그런가요 죄송합니다. 일단 저는 루크 아스란이라 합니다."
루크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크리스티나가 살짝 놀란 모습을 띠며 대답했다.
"호... 그랬군요! 아즈문의 귀족이었군요! 그런데.. 어쩌다 그곳에 있게 되었던 거지요?"
"네?"
루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다시 크리스티나가 말을 이었다.
"그 동굴에 어떻게 당신과 그쪽 여성분이 같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그곳은 메세츠데를 무너트린 흑마법사들의 제단이 있는 곳이었거든요 그러니 다시 물을게요 그곳에 왜 있었지요?"
크리스티나가 눈을 빛내며 묻자 루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어디서 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잠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나는 그런 루크의 모습을 조용히 기다려주었고 곧 루크가 입을 열어 왜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힘겹게 말을 하자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루크를 바라보았다.
"흠... 거짓말은 하는 것 같지는 않군요."
크리스티나의 눈이 살짝 황금빛이 일렁거렸으나. 루크는 알아채지는 못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어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저희 가문에..연락하셔두 되요."
"그렇군요."
크리스티나가 잠시 고민을 하다 대답했다.
"알겠어요 당신의 말을 믿어보도록 하죠, 안 그래도 걱정했거든요 아즈문에서 저희 언니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
"언..니요?"
"그래요 루미에르가 저의 언니에요. 일단 감사드려요 제 언니를 구해주신 점"
"아.....예?"
루크는 놀란 얼굴로 크리스티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루미에르와 크리스티나를 바라보았으나 그닥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루미에르는 좀더 날카로운 인상을 가졌다면 크리스티나는 조금 더 순둥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그렇기에 더 고개를 갸우뚱 하자. 크리스티나 풋 하며 웃어 보였다.
"모르셨나요? 유명한대 루미에르 언니와 마흐무드의 성녀는 언니 동생 사이에요 물론 그다 닮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언니가 저보다 더 일찍 성녀직에 있었구요 물론 결혼한 후로 제가 성녀가 되었지만요"
"저..전혀 몰랐어요."
"그랬군요! 유명한 이야기인데 모르는 분이 있었군요? 오히려 제가 더 놀라운걸요?"
"하.."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이자 크리스티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몸은 좀 괜찮은가요?"
"예... 아직 고통은 있지만, 가만히 있으면 참을만 합니다. 맞다! 일단 저를 그곳에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먼저 감사인사부터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네요"
"아니에요 성녀가 다친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순 없죠! 그리고 저희 언니를 구해주셨으니! 그나저나 정말 다행이에요 특의한 체질을 가지고 있어서 치료하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었거든요."
"그렇죠... 제가 좀.."
"다행인 줄 아세요 제가 성녀라는 것을 후훗 제힘은 마나의 저주도 치료할 수 있다구요! 물론 다른 분보다 좀 힘들었지만 말이에요!"
그녀는 앓는 소리를 하며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자 루크의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그려졌다.
"고마워요 성녀님,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예 그러세요! 그나저나 그쪽 분 깨어나신 듯하네요"
크리스티나는 루크의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루크의 시선이 절로 손가락을 따라 자신의 옆으로 향했다. 크 눈망울을 똘망똘망 뜬 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루시의 모습은 마치 새끼 강아지를 연상캐하는 듯싶다. 다 큰 성인인데도 귀여움이 물씬 풍겨왔다.
"일어나셨나요?"
"... 라르문?"
"하.. 하하 전."
"라르문!!"
루크의 말을 체 하기도 전에 루시는 급히 루크의 몸을 덥석 안겨왔다. 그러자 루크의 몸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듯 아우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크리스티나는 그런 둘을 바라보다 호오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흥미롭게 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 저기 루시."
"라르문!! 보고 싶었어 라르문!!"
연실 루크를 끌어안은 체 얼굴을 루크의 얼굴에 대고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크리스티나는 그런 루시의 애정공세에 조금은 당황했는지 한발 뒤로 빼며 얘기했다.
"잠시 방해꾼은 나가 있어야겠네요 있다가 다시 뵙죠"
"아.. 예..."
크리스티나는 단아하게 인사를 해 보이며 걸음을 돌려 방을 나섰다. 루크가 그런 크리스티나의 뒤를 바라보자 루시가 손을 들어 루크의 얼굴을 강제로 틀어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보지 마."
"네?"
"보지 마 이제 나 말고 아무도"
"하... 하.. 그게 .. .저 루시"
"응!"
여전히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며 루크를 바라보는 루시를 보며 루크는 자신이 라르문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되기 시작하자 이번엔 몸 대신 머리가 지끈거려 왔다.
"저.. 그게."
"응!"
"하.."
루크의 한숨이 더욱 길어졌다. 그럼에도 루시의 초롱한 눈망울은 어떠한 의심도 없이 루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그게 라르문이 아니에요."
"..."
결국 힘겹게 입을 열은 루크였다. 그러자 루시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루크는 곁눈질로 루시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 커다란 눈망울이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혀 있는 루시를 보며 루크는 꽤나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그게.. 울지 말아요.."
".."
당황한 루크가 황급히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으나.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눈물만을 뚝뚝 흘리는 그녀를 보며 루크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 루크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 주며 말했다.
"울지 말아요.. 루시. 그게 거짓말은 안 하려 했는데.. 그땐 어쩔 수가 없어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전 루시가 생각하던 그 라르문이 아니에요. 제 이름은 루크 아스란이에요"
루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자 루시가 떨리는 손으로 루크의 얼굴을 어루어 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야... 아니야.. 똑같단 말이야 얼굴도.. 목소리도 그리고 향기도 영혼에게 느껴지는 모든 기운도 모두 다 똑같단 말이야. 제발 .. 날 버리지 마, 다시 혼자가 되기 싫단 말이야. 싫어 제발.."
"그..그게."
오열을 하면서도 루크가 아닌 라르문이라 생각하는 루시를 보며 루크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루시를 바라보았으나. 그녀의 눈물이 다시금 루크의 마음을 찌릿하게 저리게 만들었다. 이내 루크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