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회. 29 마흐무드】
"그래요..맞다 그전에 편지를 좀 쓰고요"
"어서!"
"아..아얏.. 예 예 가요! 잠깐이면 돼요"
자신의 손을 붙잡고 억지로 루크를 잡아끄는 통에 루크는 일단 여태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를 쓰는 와중에도 루시가 루크에게 연실 떼를 쓰자 결국 대충 편지를 작성한 루크는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게 쓰며 방을 나섰다. 그러자 밝은 태양이 여전히 넘실 걸리듯 하얀 배경의 복도가 모습을 드러내자 루크의 입이 절로 열렸다.
"거 청소하기 힘들겠네.."
루크의 괜한 걱정에 루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루크의 손을 잡아끌며 걸음을 옮겨 가자 누군가 루크에게 말을 걸어 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얼마나 갔을까? 마흐무드의 교황청에 정문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매력적인 중저음에 목소리가 루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곳에는 건장한 체격의 하얗고 위엄이 느껴지던 갑옷 대신 편한 복장을 한 금발의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아.. 예 잠시 바깥 구경을 좀 하고 싶어서요. 마흐무드는 처음 와 보거든요."
"그랬군요!"
다부진 얼굴을 가진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성녀님에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루크 아스란님이라구요?"
"아.. 예..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견문이 짧아서.. 죄송합니다. "
루크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금발의 사내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이거 제 소개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깨어 있을 땐 처음 뵙는 군요. 저는 마흐무드 성기사들의 단장을 맡은 쥬디스라고 합니다. 성녀님에게 들으셨을지는 모르지만 신물 라이브라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성녀님에게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그곳에서 데려와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루크의 고개를 꾸벅 속이며 인사하자 쥬디스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하 모두 성녀님의 덕분이지요. 사실 루크님의 신원을 확인할 수가 없어서 마흐무드로 데려오는 것에 반대했었거든요 오히려 저보다는 성녀님에게 감사하셔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결국 구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루크가 감사하다는 얼굴을 하며 고개를 숙여 보이자. 쥬디스가 마주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알겠습니다. 하하. 그럼 재밌게 즐기시길. 전 안에 볼일이 있어서."
"그러시군요!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말을 뒤로 루크와 쥬디스는 짧게 인사를 나누고는 서로 멀어져갔다. 어느새 루시는 정문 앞에 다가가 루크를 기다리고 있자. 루크가 한달음에 루시에게 달려갔다.
"많이 기다렸죠?"
"응! 그러니 어서 구경하러 가자!"
"좋아요!"
그렇게 루시와 루크는 처음 보는 도시의 설렘을 갖고는 종종걸음으로 밖으로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 ☆ ☆
한편 쥬디스는 성녀가 있을 집무실에 들어섰다.
"성녀님"
"예 말씀하세요 쥬디스님"
교황이 앉아 있어야 할 업무를 보는 자리에, 성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엔 이리저리 정신 사납게 펼쳐져 있는 서류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꽤나 바쁜 듯 보인다. 쥬디스는 그런 성녀를 향해 말을 꺼내기가 조금 미안해졌다.
"잠시 얘기를 나눠도 괜찮겠습니까?"
"예! 저는 괜찮아요 해보세요."
"흠... 알겠습니다, 먼저 메세츠데 제국으로 잠입한 성기사 몇이 돌아왔습니다."
"아! 그런가요?"
쥬디스의 말에 크리스티나가 급히 고개를 들어 쥬디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몇이라뇨? 전부가 아니에요?"
"예.. 몇몇 성기사들이 잠입을 들켜 라우엘님의 곁으로 향했지요"
"...그렇군요."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분들을 위해 기도를 드려야겠어요."
"예.. 따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그들이 가져온 정보입니다. 메세츠데의 귀족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상한 점이요?"
쥬디스의 표정이 꽤 심각하게 변했다. 크리스티나도 슬픈 표정을 지우며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돌변하며 쥬디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예! 마치 무언가에게 조종이라도 당하듯이 행동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제대로 알 수는 없었으나.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치 인형? 꼭두각시처럼 행동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아마도 현혹마법이나 지배마법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꽤 고위급 마법인데 그런 마법을 단체에게 걸었다는 소린가요?"
크리스티나가 침을성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리고 마을 내부에 아무렇지도 않게 몬스터들이 활보하고 다닌다는 정보까지 있습니다."
"예? 그게 무슨."
"저도 잘 알지는 못했으나... 아마 메세츠데에서 몬스터들에게 까지 지배마법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예!?"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쥬디스가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크리스티나는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고위급 흑마법사라 해도 몬스터들까지 지배를 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들은 지성이 없고 본능에 움직이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면 자연스레 항마력이 발생했다.
그렇기에 정신계 마법은 잘 듣지 않음은 물론 흑마법사가 아닌 일반 마법사들도 몬스터들을 지배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에 돌아갔었다. 그런 힘든 일을 그들이 성공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만약 정말 메세츠데에서 몬스터까지 지배에 성공했다면 그만큼 큰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 병력의 두 배는 더 있다는 소리가 될 테니 말이다.
"그 동굴에서 봤던 몬스터들 처럼.. 혹시. 하지만 그때는 지배를 받는 모습은 보이질 않았는데.."
"아마도 그 동굴에서 봤던 몬스터들이 그곳에 있던 이유가 지배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그렇군요.. 그럴 수도 있겠어요.. 만약 메세츠데가 몬스터들도 지배를 했다라면 정말 위험 할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아즈문은 어쩌고 있지요?"
크리스티나가 다시 쥬디스를 보며 묻자 쥬디스는 자신의 금발을 뒤로 한번 쓸어넘기고는 말을 이었다.
"아즈문 역시 재상 지크라엘이 아즈문을 황실을 관리하고 있고 계속해서 병사들을 모집해 윈랜드로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윈랜드는 검성을 필두로 방벽을 지키고있는 상황인 듯 싶습니다. 검성이 있고 방벽이 있으니 쉽사리 그곳이 뚫리진 않겠으나, 몬스터들 까지 메세츠데에 합세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쥬디스가 뒷말을 아꼈다. 자신 역시, 메세츠데의 제대로 된 힘을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메세츠데 역시 아즈문과 같은 제국의 위치에 있는 곳이라. 병력의 수만 해도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았다. 그런 그들이 몬스터들 까지 이용한다면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아짐이 분명했기에 아무리 윈랜드에 그 높은 방벽도 금방 밀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군요... 어서 신물을 모아야겠어요! 혹시 신물에 대한 또 다른 정보는 없었습니까?"
"그건 아직."
쥬디스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크리스티나는 금세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군요.. 혹 보고 할게 더 남아 있습니까?"
"아닙니다. 이게 끝입니다."
"그래요.."
크리스티나가 몸을 일으켰다. 이내 자신의 앞에 어질러져 있는 서류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더니 쥬디스를 보며 말했다.
"라우엘님의 곁으로 간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야 겠어요. 그리고 루크 아스란님에 대해서 조사를 해주실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이라도?"
쥬디스가 묻자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궁금해서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쥬디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크리스티나는 짧게 묵례로 인사를 끝내며 방을 나섰다. 그러고는 곧장 개인적으로 기도를 들이는 기도실로 향했다.
다른 곳보다는 꽤 작은 단칸방이었으나 그 방에 벽에는 하나의 십자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그 앞에 작은 제단 같은 게 만들어져 있었다. 크리스티나는 그 십자가를 향해 묵례를 취한 다음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들어와 한쪽 옆에 놓인 그릇에 손을 씻고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앉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을 아우르고 보살펴주시는 라우엘님이시여 오늘 또 저희에 식구분들이 라우엘님의 곁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름은 막심...이요나..지로드... 그분들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라우엘님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라우엘님의 어린 양이 이렇게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