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회. 29 마흐무드】
"이게 무엇이냐?"
"그게 사실 ... 말하지 못한 게 있었습니다."
"그래? 해보거라. 무슨 일이기에 말하지 못했는지 궁금하구나?"
데미아스의 표정이 조금은 험상궂게 굳어졌다. 그러고는 편지를 받아 들어 읽어갔다. 편지에는 루크의 상황과 루미에르의 상황이 고스란히 적혀 있자. 데미아스가 조금은 충격받은 얼굴로 사무엘에게 일갈했다.
"왜 이 말을 지금에야 하는것이냐!"
"무엇인데 그리 화를 내는가?"
데미아스가 언성을 높이자 지크문드가 놀라 편지를 빼앗아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읽어가자 이내 혀를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보인다.
"... 쯧쯧.. 왜 황궁에서도 이 일을 우리에게 전하지 않은 것이지..그래 분명 지크라엘 그놈 생각이겠구나."
"우리에게 말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데미아스의 대답에 지크문드가 받아쳤다. 그러고는 편지를 다시 사무엘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황후께서 납치를 당했으나. 우리가 그것을 알고 병력을 빼낸다면 메세츠데 녀석들이 얼씨구나 하고 달려들겠지. 데미아스 자네나 나나 이곳에 없어선 안될 존재야 그점을 잊으면 안되네 그나저나 황궁에 적의 잔당들이 아직 남은 듯 하구만 언제고 찾아가서 싹 쓸어버려야 할텐데, 게다가 루크 역시 행방불명 이라니.. 나서스 너도 알고 있었던 일이냐?"
지크문드가 이번엔 나서스를 보며 묻자 나서스가 역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다시 지크문드가 혀를 찼다.
"쯧쯧... 그래도 말을 했어야지.. 아무리 우리가 윈랜드에 묶인 신세라지만... 너무들 하구만 재상도 그렇고..."
"죄송합니다. 지크문드님.. 사실 편지를 받았을 때 당장 아스란가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가 돌아간다면 간신히 훈련을 시킨 병사들에게 사기를 져버리는 행위가 될까 봐.. 차라리 알리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나서스도 제 말에 동의를 했습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쯧쯧."
사무엘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지크문드가 혀를 찼고 데미아스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메세츠데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말이라도 해야하지 않았더냐. 루크는 아스란가의 후계자다. 그전에 너의 아들이기도 하고 나의 손자이기도 하는데 어찌 그리 생각했느냐 물론 너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지크라엘도 괜히 소란을 피워 윈랜드에 상황을 흉흉하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알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너는 나에게 꼭 말을 했어야 했어. 내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할 사람으로 보였느냐?"
"그건 아닙니다."
사무엘이 황급히 고개를 저어 보이자 데미아스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다음부터는 꼭 말해주거라.. 그나저나 이 짓도 황궁을 습격했던 자들이겠지... 참으로 용의주도하군.. 근위기사단을 자신의 수하로 만들고 무아란가도 그렇고 말이야. 게다가 이번 황후 납치사건도 그렇고... 허허.. 쉽게 볼 녀석들이 아니야."
"황궁이 습격당할 때 메세츠데도 동시에 쳐들어온 거 보면. 분명 메세츠데 쪽의 사람이기도 하겠지."
지크문드의 말에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일수록 더 여유롭게 대해야 해.. 나서스 사무엘 병사들에게 알리지 말거라. 황후가 납치당했다는 이야기로 굳이 뒤숭숭하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루크와 황후를 찾지 못했는지 편지를 한 통 답장을 보내거라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큰일이겠지"
데미아스가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역시 루크의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생각했다. 지크문드도 표정에 그리 큰 변화는 없었으나. 루크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에게 중요하건 윈랜드였기에 지금으로선 직접적으로 도와줄 방법이 없어 데미아스와 지크문드는 씁쓸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윈랜드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줄도 모른 루크는 아스란가의 답장을 받고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흥.. 그렇게 좋아?"
루시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으나 루크는 차마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좋지요!"
"칫. 바람둥이 변태 "
"하하 그래도 좋은 걸요"
루시의 질투에도 루크는 여전히 기분이 좋기만 하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웃음이 떠나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또다시 샘이 난 루시가 루크에게 다가와 옆구리를 꼬집으며 말했다.
"아얏 아파요"
"칫 미워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싫었어?"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뭐야 지금!"
"오랜만에 보는 거니 좋지요!"
"칫."
루시는 여전히 싱글벙글한 루크를 보며 허를 짧게 찼다.
"바람둥이."
"하하 루시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에잇 놔! 놔!"
루크가 능글맞게 웃으며 루시의 허리를 붙잡고는 도망치려는 루시를 꼭 끌어안자 루시가 괜스레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그럼에도 루크는 루시의 허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름 질투를 하던 레이니를 보며 터득했던 방법이기도 했다.
"싫어요 안놓을 거에요"
"이 씨!"
"하하"
결국 루시가 루크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을 포기를 하고는 한껏 뾰루퉁한 목소리로 루크에게 말했다.
"루크."
"말하세요"
"평생같이 있겠다는 말 거짓말이 아니지?"
그것이 걱정이었을까? 루시가 묻자 루크의 대답이 그녀의 귓가를 속삭이자 루시의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럼요"
"간지러!"
루크의 행동에 루시가 그제서야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히도 더는 화를 내지 않으려는 듯싶었다.
루크는 그런 루시를 보며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에라도 자신의 여인들을 보며 루시가 저번에 보여주던 광기를 다시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기에 애초에 들킬 거 미리 그녀들이 없을 때 말한 것인데 나름 쉽게 넘어가자 절로 안도의 숨이 흘러 나왔다.
그렇다고 루시의 질투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리 깊게 신경 쓰지는 않은 듯 했다. 어쩌면 기억을 잃어서 일지도 몰랐다. 루시와 대화를 하는 도중 알게 된 사실로 라르문을 기억하고 그를 사랑했다는 것을 기억했으나.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또는 루시가 어떻게 봉인을 당했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치 자기 스스로 그 기억을 봉인한 것처럼 일부로 기억에서 지운 듯싶었다.
그렇기에 루시도 그렇고 루크 역시 그때에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루크는 그런 루시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