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82화 (182/412)

【182회. 사자도】

크리스티나가 이번엔 루크에게 권했으나 루크가 고개를 저었다. 마차 여행이 처음이 아니기에 이 정도 아픔은 금방 괜찮아질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나의 저주 때문에 자신의 허리를 낫게 하려고 괜스레 많은 신성력을 낭비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잠시 배를 구하러 갔던 쥬디스가 돌아오자 모두의 시선이 쥬디스에게 쏠렸다.

"성녀님 배를 구했습니다."

"그런가요? 고생하셨어요 쥬디스!"

"와 배다!"

크리스티나의 말에 루시가 한껏 들뜨며 소리치자 루크도 오랜만에 배를 타는 것에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쥬디스를 따라 항구 깊숙이 들어서자 곧 마흐무드의 상징인 황금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는 커다란 배를 볼 수 있었다.

배는 나무로 만들어진 듯한 배로 그 크기도 꽤 커다란 배였다. 지구에서 봤던 크루즈 보다는 조금 작은 배지만 그와 어느정도 비슷한 크기에 꽤 위용을 자랑하고 있자 루크와 루시의 입이 절로 떡하니 벌어졌다. 그렇게 많은 인원도 아닌데 이렇게 큰 배를 쥬디스가 구해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꽤.. 크네요?"

루크의 물음에 크리스티나도 이 정도로 큰 배일 줄은 몰랐는지 이마를 긁적였다. 오직 쥬디스만이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성녀님이 직접 타실 건데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그 위용이 살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하...하하.."

당황을 감추지 못하는 크리스티나와 루크를 향해 쥬디스가 가슴을 퉁퉁 치며 말하자 크리스티나가 더욱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커다란 배 때문에 항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크리스티나에게 더욱 쏠렸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나는 서서히 찾아오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급히 종종 걸음으로 배에 탑승했고 쥬디스는 그런 크리스티나를 보며 여전히 크게 웃어 보이며 소리쳤다.

"자 출발하지요!"

그렇게 모두가 탑승하고 배를 이끄는 선원과 선장까지 탑승하자. 곧 배의 선장으로 보이는 자가 선원들을 향해 다그쳤다.

"자자 준비하자! 출항이다!"

그러자 일사불란하게 자기의 자리를 잡은 선원들의 모습에 서서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크 역시 갑판에 올라서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배를 보고 있었다. 뒤이어 쥬디스와 크리스티나도 갑판 위로 올라섰다.

"바다에도 몬스터 같은 것들이 있나요?"

움직이는 배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루크는 괜스레 지구에서 전설상으로 등장하던 크라켄이며 혹은 인어들을 생각이 나자 괜스레 궁금증이 올라 물어왔다. 그러자 크리스티나 대신 쥬디스가 대답을 해왔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사자도 까지는 그리 멀지 않고 배들도 많이 다녀 몬스터를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바다엔 선원들이나 승객들을 홀리는 세이렌 같은 몬스터들도 있고 하피 같은 몬스터들도 있지요 그리고 바닷속에는 저희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살고 있구요. 그렇기에 어부들 같은 경우 그렇게 바다 멀리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요르문간드의 전사들이 만든 강철의 배나 거대한 작살을 장착한 배들 정도 되어야 조금 먼 곳을 왔다 갔다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는 나름 영화에서나 또는 책으로만 보았던 바다의 괴수들에 대해 궁금증이 일자 한번쯤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크리스티나에게 들킨 것일까? 크리스티낡라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궁금해 하지 마세요 어차피 볼 확률도 별로 없거니와 만나게 된다면 꽤 골치 아파지니깐요."

"그..그럼요 하하."

괜스레 자신의 심중이 들킨 것 같아 루크가 헛웃음을 지어 보이자 크리스티나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하하하.."

"그나저나 오늘 하루는 꼬박 가야 하니 들어가 쉬세요 저도 안으로 들어가야겠어요. 긴 시간 동안 마차를 타니 조금은 피곤하군요."

성녀의 말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고 뒤이어 쥬디스를 제외하고 모두가 가판 아래로 들어섰다.

배는 커다란 몸을 가진 배답게 고요하게 바다 위를 유유자적 흘러가고 있었고 서서히 하늘이 어눅어눅해지며 밤이 찾아왔다. 모두가 식사를 끝내고 갑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돛대 위에 있던 선원이 크게 소리를 치며 종을 울리기 시작한 것도 그 쯤이었다.

"이런! 하피들입니다!"

돛대 위에 올라가 있던 한 선원이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저만치 여인의 몸을 가지고 새의 날개와 새의 다리를 가진 괴수들이 배 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자 모두의 시선이 괴수에게 향했다.

"이런..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루크가 크리스티나를 보며 묻자 크리스티나가 이상하다는 듯 대답했다.

"정말.. 가끔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게 하필 오늘이라곤.. 그래도 다행인 거에요 세이렌이 아닌 하피니깐."

크리스티나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속으로 기도문을 읊기 시작하자 곧 크리스티나의 몸에서 황금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크리스티나의 모습을 보며 갑작스레 어두운 밤에 빛이 터져나오자 선원들이 하나같이 넋을 잃고 크리스티나를 바라보았다.

"성녀님이야 역시!! 저 빛을 보라구!"

"성스러워!"

"이봐 너희들! 감탄만 하고 있지 말라고!"

뒤이어 선장으로 보이는 자가 상황파악 못하고 넋을 잃고 성녀를 바라보던 선원들을 향해 일갈했다. 이미 그의 손엔 커다란 석궁이 들려 있자 선원들도 급히 갑판 아래로 내려가 작살하며 석궁들을 죄다 끌어오기 시작했다. 성기사들 역시 그들 따라 석궁이나 활을 들어 보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크리스티나가 기도를 끝냈는지 성녀의 몸에 뿜어져 나온 황금빛이 서서히 선원들과 성기사들에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역시 성녀님의 힘이야! 힘이 절로 나는걸!"

걸걸한 목소리에 한 선원이 소리쳤다. 뒤이어 자신감이 생겼는지 하피들을 바라보며 석궁을 겨누었다.

"모두 조심해요! 아무리 하급 몬스터라해도 위험할지도 몰라요!"

크리스티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루크도 루시와 함께 몸을 피해 크리스티나의 곁으로 향하자 이내 쥬디스의 손에 들린 활이 하나의 화살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검을 들었을 때처럼 새하얀 빛을 머금은 화살은 배 쪽으로 쇄도해오는 하피 한 마리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하고 지나가자 하피는 그만 힘을 잃고 바다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런 하피를 보며 다른 하피들이 성을내며 무리를 지어 배 쪽으로 쇄도해 오기 시작하자 열 댓의 하피들이 모두 갑판 위 선원들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공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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