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회. 사자도】
한동안 높게 자란 나무들에 의해 어두웠던 길을 단번에 밝혀주는 햇빛이 일행을 감싸 안았다. 마치 사자도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꿈에도 그리던 휴식을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 같은 넓직한 공토에 지쳐있던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그동안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사람이 앉아 쉴 수 있을 만한 그루터기만이 가득했고 땅도 오랜만에 늪이 아닌 마른 땅이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었다.
루크와 크리스티나는 마치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인연을 만나듯 그리웠던 표정으로 곧장 그루터기에 몸을 뉘었고 성기사들도 한둘씩 자리를 잡아 몸을 쉬기 시작했다. 루시 역시 서서히 지친 몸을 힘겹게 이끌고는 루크 배를 베고 눕자. 조그마한 산들바람이 일행을 훑어 지나가며 흘렸던 땀까지 식혀주기 시작했다.
"루시는 괜찮아요?"
루크가 루시를 향해 묻자 루시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좀 힘들지만 괜찮아. 그래도 처음 보는 꽃 하며 새를 보니 재밌는걸!"
"루시는 체력이 좋네요.."
"루크가 약한 거야"
루시가 키득거리며 대답하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 많이 힘들어?"
"조금 지치네요. 하하."
루시가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시 물어오자 루크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루시는 그런 루크를 향해 어디론가 가더니 곧 물이 담긴 주머니를 받아와 루크에게 건네자 루크가 허겁지겁 물이 찬 주머니를 받아들고 입안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루시가 다시금 키득 거리자 루크가 다시 루시에게 물을 건넸다.
물을 받아든 루시도 입에 물을 털어 넣고는 다시 루크의 옆에 앉아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즐기고 있자 크리스티나가 둘에게 다가왔다.
"괜찮나요 루시? 루크?"
"하하 괜찮아요 좀 쉬었더니 나아지고 있어요"
"문제없어요!"
크리스티나의 물음에 루크가 대답하고 뒤이어 루시가 대답했다. 크리스티나는 그런 둘을 보며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루크의 옆에 앉았다.
"조금만 참으세요 곧 사자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어쩌면 이 숲에 들어온 순간부터 몇몇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있다고 쥬디스가 그랬어요"
"그런가요?"
"우릴 관찰하는 거에요 숲에 들여도 되는지 알아보는 거겠지요"
"만약 그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면..?"
루크의 말에 크리스티나 대신 어느새 다가온 쥬디스가 말을이었다.
"그들은 용맹한 전사들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진 않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용맹하고 강한 전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싸운다면 저희 역시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군요."
"그정도 인가요?.."
쥬디스의 말에 루크가 내심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여태껏 봐왔던 성기사들은 웬만한 기사들보다 한 두수 위 더 강인하고 체계적으로 훈련되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성기사들 마저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에 솔직히 믿기지가 않았다.
"쥬디스의 말이 맞아요 그러니 함부로 행동해선 안 됩니다. 아무리 제가 성녀라 해도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법이 있으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죠 이곳은 마흐무드 내에 있지만 어떻게 보면 또 다른 나라나 다름없는 곳이거든요"
"그렇군 알겠습니다."
크리스티나의 말에 여유로웠던 루크의 표정이 잔뜩긴장한 표정으로 변해 대답하자 크리스티나가 풋 하고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하하."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쥬디스는 그런 그들을 보며 슬슬 말을이었다.
"자 슬슬 움직이도록 하지요."
쥬디스의 말에 성기사들부터 시작해 한둘 씩 몸을 일으켰고 루크와 크리스티나 그리고 루시까지 뒤를 이어 다시 움직일 준비를 맞쳤다.
"앞장 서서 가겠습니다."
☆ ☆ ☆
"여기 없다고요?"
교황청의 앞, 마흐무드의 도시 내 사람들이 힐끔힐끔 그들을 쳐다본다. 모두의 이목을 끄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고급스런 마차를 타고 교황청 앞에 내렸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었고 교황청 내에 배치 되어 있는 경비병들 역시 자신의 할 일을 잊고 잠시 감탄을 자아내기 바쁘다. 그러나 그렇게 이목을 이끄는 여인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는 않아 보였다. 특히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인형 같은 여인은 다른 여인들 보다 더 그러했다. 그러자 주변에 갈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인이 붉은 머리칼의 여인을 제지 하며 말했다.
"레이니! 여긴 마흐무드야 너무 무례하게 하면 안 돼!"
엘레니아의 말에 잔뜩 인상을 구긴 레이니가 이내 콧방귀를 뀌자 뒤에 서 있던 루미에르가 나섰다.
"그들은 어디로 갔다고요?"
"예?. .아! 그게 사자도로 향했습니다."
경비병이 루미에르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 급히 대답했다. 경비병은 지금 이 여인이 누구와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아스란가의 사람이 온다고 했는데 이 익숙한 여인은 누군가? 금발의 머리를 한데 묶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다른 여인들 보다 더 고귀해 보이기까지 한다. 경비병은 잠시 넋을놓고 그 여인을 바라보다 다시금 소리치는 붉은 머리칼의 여인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왜 다친 루크가 그곳에 간 거에요?"
"그.. 그게 저도 잘 성녀님과 함께 간 거라 저 같은 말단은 그곳에 왜 갔는지 왜 그분과 같이 간 것인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레이니가 한껏 인상을 구긴다.
"그들은 언제 돌아오나요?"
뒤이어 걱정스런 표정으로 라이아가 묻자 경비병은 여전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그러자 레이니를 비롯해 로제스와 에이리스까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야 루크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건만 루크는 또 어디론가 가버린 뒤 만나게 된다면 꼭 잔소리를 퍼부을 꺼라 다짐한 이들이었다.
"아무튼.. 성녀님이 가시기 전에 여러분을 잘 모시라고 했습니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경비병이 한껏 당황하며 급히 길을 터주며 묻자 라이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레이니만이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으나 세리스와 엘레니아가 옆에 서서 레이니를 한참을 달래주자 그제야 불만 가득한 표정이 차차 풀리기 시작했다.
"성녀님과 같이 갔으니 꽤 중요한 일 일거야 그러니 참고 기다려보자"
"맞아요! 언니! 그러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하지만 겨우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엘레니아! 그리고 세리스 에이리스님도 안느란테도 괜찮은거야? 모두?"
레이니의 말에 모두가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이라고 루크를 안 보고 싶을까 모두 루크가 걱정되어 이곳까지 한달음에 달려 온 것인데 그런 레이니의 모습에 라이아가 대신 말을 이었다.
"레이니 우리모두 루크가 보고싶구나! 하지만 지금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겠니 레이니?"
"그래.. 맞아요 레이니님"
안느란테까지 나서서 라이아의 말에 동조하 이내 레이니는 알겠다며 한숨을 푹 내쉬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레이니를 향해 라이아가 웃어 보였다.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에이리스가 손가락을 튕기며 물었다.
"저희가 그 사자도라는 곳을 따라가면 안 되나요?"
레이니의 눈이 번쩍 떠지며 에이리스를 바라본다. 모두의 표정에도 그런 방법이 있다며 좋아하려 했으나 그런 그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건 의외로 루미에르였다.
"그건 쉽지 않아요"
"예?..왜 그런가요?"
안느란테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되물었다. 뒤이어 모두의 시선이 루미에르에게 향하자 루미에르의 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