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회. 사자도】
"사자도에 들어가기 위해선 마하무드의 허락이 필요해요 사자도 내부에서도 마흐무드의 배만이 사자도에 입항을 허가받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사자도 사람들이 침입으로 알고 저희를 공격할 거에요. 게다가 마흐무드와 사자도에 허락을 받는다 해도 예전부터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소수의 사람만 입항을 허가하기도 했고요 사자도 사람들은 마흐무드의 사람이 아니라면 굉장히 폐쇄적인 섬이지요."
"...그럼 저희가 이곳에서 허락을 받으면 되는 거잖아요?"
로제스가 묻자 루미에르가 씁쓸하게 로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허락을 해줄 교황님과 성녀가 없어요.."
"그런."
에이리스가 안타깝다는 듯 소리쳤다. 그때였다. 루미에르를 유심히 바라보던 경비병이 그제서야 무언가 깨달았는지 손뼉을 치며 급히 루미에르 앞에 무릎을 꿇어 보인다.
"죄, 죄송합니다! 몰라봤습니다. 혹 루미에르님 아니십니까?"
경비병의 말에 루미에르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경비병이 더욱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루미에르님도 같이 오신다는 소식을 전해 받지 못해서.... 그게.."
"그러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편지에 저도 이곳으로 온다고 했는데 어쩐지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았던게 편지가 잘 전달 되지 않았나 보군요? 아무튼 지금은 성녀도 이미 크리스티나에게 물려 주었고.. 이번에는 아즈문의 사절로 온 것이 아니라 아스란가와 함께 손님으로 온 것이니 그만 일어나세요"
"하지만."
루미에르의 말에 경비병이 어찌할 줄 몰랐다. 그런 경비병을 향해 루미에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괜찮으니 어서 일어나세요 저는 어서 안에 있을 추기경님들을 만나고 싶은걸요."
"아! 예! 죄송합니다. 자 따라오시지요!"
경비병이 다급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걸음을 옮겨갔다. 그리고 교황청 내부로 들어서자 흰색의 사제복을 입은 늙은 노인이 그들을 맞이했다.
"저희 마흐무드의 교황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스란가의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성녀와 교황님을 대신해 여러분을 맞이 할 추기경 조셉이라 합니다."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는 사제복을 입고 자신을 조셉이라 소개한 노인의 모습에 모두가 예를 표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다 죠셉의 시선이 루미에르에게 향하자 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이게 누구야? 루미에르도 온게야? 설마 했는데 아스란가의 편지에 루미에르의 이름도 있었는데 나는 동명이인인줄 알았지 뭐야? 지금 한창 황성에 있어야할 네가 어찌?"
"하하 어쩐지 그랬군요! 아무튼 오랜만이지요 조셉 추기경님?"
"허허허 이 늙은이가 살아생전 다시 루미에르를 볼 날이 오려나 했것만 그게 오늘이었어!"
죠셉이 기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하자 루미에르도 마주보며 웃어 보인다. 그런 둘의 모습은 마치 할아버지와 손녀딸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교황 그 늙은이도 그렇고 아즈문 내부 사정도 언뜻 들었네. 참으로 비통하게 느꼈는데 다행이구나 루미에르!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으니 이 늙은이는 곧 죽어도 상관이 없겠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진작에 찾아 뵜어야 하필 그 늙은이도 라우엘님 곁으로 가서 말이야 한동안 바빴단다!"
"괜찮아요 조셉 이렇게 시국이 힘들 때 저까지 계속 우울하게 지낼 수는 없지요 그리고 바빴다고요? 조셉이? 또 몰래 교황청 밖으로 나가서 놀진 않았구요?"
루미에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조셉을 향해 말하자 조셉이 괜스레 헛기침을 하다 이내 멋쩍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허, 허허! 그건 대충 넘기고! 우리 루미에르 많이 컸구나! 하하 어릴 땐 얼마나 말썽꾸러기에 어찌나 이 할아비 말을 듣지 않아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었는데 말이야?"
"거, 거기서 그 말이 왜 나와요?!"
조셉이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루미에르의 말을 받아치자 루미에르가 얼굴을 붉히며 빽 하니 소리를 질렀다.
"호호호 그래 우리 루미에르가 많이 컸구먼"
그때였다. 저만치 복도에서부터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다가오는 늙은 노파의 모습이 보였다. 조셉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이 노파의 모습에 루미에르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그려졌다.
"수잔!"
"허허 그래 루미에르, 오랜만이구나? 그리고 이 아름다운 분들이 아스란가에서 온 손님들이군 끌끌! 저는 이 조셉과 같은 마흐무드의 추기경직을 맡고있는 수잔이라 합디다."
"아..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이아 아스란입니다."
수잔의 급작스런 인사에 잠시 조셉과 루미에르를 보며 당황하던 라이아가 급히 예를 표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뒤로 다른 이들까지 소개를 마치자 수잔이 밝게 웃어 보인다.
"그나저나 루미에르도 많이 컸구나? 또 울고불고하진 않았겠지?"
"아이참! 그만해요 수잔! 이제 안 그런다고요"
루미에르가 다시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자 조셉과 수잔을 비롯해 아스란가 사람들도 처음 보는 루미에르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루미에르 역시 이런 분위기에 더욱 얼굴을 붉혔다.
"그래 그래, 그나저나 늙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손님을 보니 말이 많아졌군 마차를 타고 왔으니 힘들었을 텐데 일단 좀 쉬고 나중에 남은 얘기를 하지 않겠는가 들? 아 거기 마이노 형제님 이분들에게 쉴 방을 좀 부탁합니다."
수잔은 지나가던 한 사제를 붙잡고 말하자 사제는 고개를 숙이며 아스란가의 사람들을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아스란가의 몇몇 기사들과 제롬은 성기사들이 기거하는 숙소에 머물게 되었고 여인들은 교황청 내부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나 루미에르만이 아직 걸음을 옮기지 않고 수잔과 조셉을 바라보고 있자 수잔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루미에르에게 다가갔다.
"루미에르 다행히 밝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구나"
"예. 저도 나름 한 나라의 황후잖아요. 계속 우울하게 있으면 안되잖아요 그런데 다른 분들은?"
루미에르가 주위를 돌아보며 묻자 수잔이 말을 이었다.
"교황 그 노인네가 서거하고 고위급 사제들과 추기경들은 모두 각자의 기도실에서 100일 기도에 들어갔단다. 나와 수잔 그리고 성녀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게다가 나이도 나이인지라 나나 이 늙은이가 어디 100일 기도가 쉽겠느냐? 끌끌"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크리스티나가 사자도로 향했다는데 혹시 신물 때문인가요?"
루미에르의 물음에 조셉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성녀가 사자도로 향한 것도 신물의 행방이 사자도에 나타나서지 그 정보가 좀 엉뚱한 곳에서 나왔지만 말이야."
수잔의 눈이 조셉을 향하자 조셉이 멋쩍게 웃어 보인다. 그런 둘의 모습에 루미에르가 고개를 갸웃 했다.
"하하 왠지 알만하네요... 마자 또 묻고 싶은게 있어요"
무언가 생각이난 루미에르의 표정이 조금은 씁쓸해졌다. 조셉과 수잔은 그런 루미에르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하며 루미에르를 바라보자 루미에르가 말을이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루미에르의 목소리가 조금은 떨려왔다. 울음을 참으려는 것임을 잘 아는 조셉과 수잔은 그런 루미에르를 보며 일부러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떻게 죽긴 그 노인네 그냥 평소처럼 너와 크리스티나 걱정을 하다 가버렸지 뭔 놈의 영감탱이가 그리 바쁜지 나보다 나이도 적으면서 먼저 가버리다니 에휴 쯧쯧 분명 일하기 싫어서 먼저 라우엘님 곁에 간게 분명해 매일 일하기 싫다고 얼마나 찡찡거렸는지 에휴"
약간 오버스럽게 대답한 수잔의 모습에 루미에르의 표정이 나름 밝아지며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런 수잔의 모습에 조셉은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루미에르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