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회. 사자도】
마렉의 말에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물건이 저희가 찾는 물건이라면 저희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답니다. 지금 사자도 밖에선 세상을 위협하는 흑마법사들이 그 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메세츠데 제국을 강제로 빼앗고 아즈문을 비롯해 마흐무드 그리고 요르문간드까지 분명 노릴게 분명해요! 사자도도 메세츠데 손아귀에 큰 피해를 당할지 모릅니다. 우린 그들을 막기 위해 신물들을 모으고 있어요, 그렇기에 꼭 사자도의 성물이 저희에게 필요한 신물인지 꼭 확인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크리스티나의 말에 굳어진 마렉의 표정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나 나름 고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던 마렉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이었다.
"뭐.. 일단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런 일은 제가 정할 일이 아니니 저희 원로님들과 얘기를 나눠 보시지요 좋습니다 자! 따라오시지요"
마렉은 그 말을 뒤로 빠르게 나무를 타며 숲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원숭이처럼 나무줄기와 넝쿨을 타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마렉의 모습에 루시는 절로 감탄을 자아내며 중얼 거렸다.
"원숭이 같아.."
루시의 말에 루크도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굳은 표정에 크리스티나에게서 풋 하고 웃음소리가 흘러나와 조금 심각해졌던 분위기가 나름 풀리기 시작했다.
"좋아요 저희도 어서 마렉을 따라가봐요"
그렇게 루시로 인해 조금 풀린 분위기로 다시 숲 안으로 향하는 일행은 곧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집을 지으며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마을의 규모는 꽤 컸으며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빼곡히 집들이 둘러싸여 있었고 마을 가운데 커다란 건물을 중심으로 원형을 그리며 집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크리스티나를 비롯해 루시와 루크 역시 마치 엘프들이 사는 집들과 비슷한 형태로 자리잡은 집들을 보며 연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들을 바라보자 이내 사자도의 주민들도 루크의 일행이 눈에 띄었는지 한둘 씩 일행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루시는 꽤 장관을 연출하는 마을의 풍경을 보며 입을 벌리고 감탄을 자아내며 연실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이리저리 돌아보기 시작했따. 루크 역시 루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자신을 마렉이라 소개한 사내가 쥬디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저 가운데에 이 마을에 원로님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지요"
"예"
마렉의 말에 쥬디스가 대답하자 모두 마렉을 따라 마을 한 가운데에 자리한 거대한 나무에 3층으로 지어진 집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과연 저 커다란 나무를 어떻게 올라가나 생각했으나 다행히도 나무를 타는 일 없이 정갈하게 나무로 만든 계단을 타고 나무 위로 쉽게 올라갈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구름다리로 이어진 길을 걷자 이내 회관같이 보이는 건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들어가시지요."
마렉이 건물 안을 가리키며 말하자 잠시 멈춰서 넋을 잃고 건물을 구경하던 일행들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3층으로 된 건물은 마치 원형 콜로세움 같기도 하며 강당과도 비슷한 형태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건물 안에는 이미 자신들이 올줄 알았는지 꽤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이방인인 일행에게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다섯의 노인들이 쭉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렉은 그 다섯의 노인들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어 보이며 대답했다.
"다녀왔습니다."
마렉의 모습에 가운데 앉아 있는 노파가 손을 휘휘 졌자 마렉이 몸을 일으켜 모습을 감췄다.
"자자 거기 서 있지 말고 이리로 가까히 와 주게나. 나이가 적지 않아 눈이 그리 좋지 않다네"
맨 오른쪽에 앉아 있는 늙은 노파의 말에 일행은 종종걸음으로 원로들 향해 다가갔다. 그들 역시 이곳에 사람들처럼 몸에 알 수 없는 문신에 피부도 구릿빛으로 타 있었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루크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지구에서 봤던 정글에 원주민 같아 보였다.
"끌끌 우린 이 섬에 주술사들이자 이 섬을 대표하는 다섯 원로라네 내 이름은 메디니아라고 하고, 옆에 늙은이는 제미니 옆으로 얀 마르크, 우드번, 율랑케라네"
맨 오른쪽에 앉아있는 메디니아라고 소개한 노파가 나서서 나머지를 소개하자 급히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반갑습니다.저는 마흐무드의 성녀, 크리스티나라고 합니다. "
그렇게 성녀의 소개가 끝나고 뒤이어 루크를 비롯해 모두의 소개가 끝나자 메디니아가 사람 좋은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얀 마르크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이 루크와 루시를 보며 마치 반가운 친구를 마주한 듯 반가워 하며 입을 열었다.
"호오! 아즈문이라고? 꽤 먼 곳에서 왔구먼 그래? 정말 반갑네! 나도 아즈문 출신이지! 허허"
얀 마르크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루크를 보며 반가워하자 루크도 얼떨결에 고개를 푹 숙여 보인다.
"예 반갑습니다. 루크 아스란이라 합니다."
"허허 그래 그래! 성이 있는 걸로 봐선 귀족인가 본데 거 젊은 친구가 예의가 바르구만! 그나저나 아즈문은 어떠한가? 아직도 그대로겠지? 크~ 내가 어릴 땐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였는데 말이야 허허 이거 아직도 기억이 나는구만 내가 말이야 어릴 때 말이지!"
"또 시작이구먼"
얀 마르크에 끊이지 않는 말에 오른쪽에 있던 우드번이라는 노인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어 보인다. 그러자 맨 왼쪽에 있던 율랑케라는 노인이 소리쳤다.
"거 그놈 아즈문 출신 아니랄까 봐 아즈문에 아이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쯧쯧"
"끌끌 왜 그러는가? 오랜만에 아즈문의 아이를 보니 기분이 좋아서 그렇지 껄껄 아즈문이 어떻게 돌아가나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궁금하긴 아즈문이랑 인연도 끊은 놈이"
율랑케의 불만 섞인 말에 얀 마르크가 너털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메디니아가 웃으며 이번엔 크리스티나를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이 먼 곳까진 무엇 때문에 오셨는가? 성녀?"
"그게... 사실,"
크리스티나는 잠시 헛기침을 하며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이곳 사자도에 있다는 성물을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크리스티나의 말이 끝나고 한창 밝았던 분위기에 다섯의원들의 표정이 점차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 인자한 미소를 보이던 메디니아 역시 살짝 미간을 구기며 크리스티나를 바라보자 크리스티나가 급히 뒷말을 이었다.
"그게.. 지금! 사자도 밖이 흑마법사들에 의해 난리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마리에테님의 신물을 모아 라우엘님을 소환해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답니다. 그리고 신물을 찾는 도중 이곳 사자도에도 신물과 비슷한 물건이 있다고 하여.. 염치 불구하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흠... 또 흑마법사 녀석들이 설치나 보구만?"
조용히 듣고 있던 메디니아가 혀를 차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 음침한 새끼들이 아주 매번 시도때도 없이 튀어 나오는지 이거 원"
우드번 역시 메디니아의 말을 듣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했고 옆에 있던 얀 마르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그나저나 우린 마리에테가 누군지도 모르겠거니와 그 신물이 우리 사자도에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우리가 신성시 여기는 성물이 하나 있긴 하내.. 만약 그게 그대가 찾는 물건이라면 혹시 가져가려는겐가?"
여태 조용히 듣고 있던 제미니라는 노파가 말하자 크리스티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다섯의원 뿐만 아니라 주위에 이들을 구경하던 사자도의 사람들 사이에 웅성거림과 함께 좋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고 사자도의 주민들도 성난 목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섯 의원들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다 이내 모두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