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89화 (189/412)

【189회. 사자도】

"끌끌 거 당돌한 아가씨로군 성녀라 했던가? 왜 우리가 그대들에게 성물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군"

"그건 아까도 말했다시피 흑마법사들이.."

"그건 그쪽 사정이라네 예전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피해를 입히진 않았잖는가? 몇 번이나 흑마법사들이 창궐하긴 했지 하지만 결국 사자도까지 그들의 손아귀가 뻗진 못했네 요번에도 그럴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도 꼭 우리의 성물을 확인하고 그대가 찾는게 맞다면 가져가려는건가? 성물은 우리 사자도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물건이라네 그대들이 믿고 따르는 라우엘과 같지, 우리에게 있어 그만큼 중요하단 말일세 게다가 그 성물을 지키고 있는 자도 있어서 우리도 선뜻 주기도 힘들고 말이야."

메디니아의 말에 크리스티나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메디니아를 바라보았다. 사자도에서 신성시 여기는 성물은 마흐무드의 라우엘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은 상태였음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크리스티나도 자신의 부탁이 터무니없는 말이란걸 알고 있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사자도의 사람이 라우엘님의 동상이나 성물을 원해 빌려달라고 한다면 마흐무드도 알겠습니다 드리겠습니다 라고 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반대는 크리스티나로서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크리스티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으나. 다섯 원로들의 표정은 너무나 확고하게 보여 어떠한 해답이 나오지 않자 서서히 답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다섯 의원들 역시 그런 크리스티나를 보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럼 확인이라도 해볼 수는 없나요?"

잠차고 있던 루크가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루크에게 향했다.

"흠.. 그대 루크 아스란이라 했던가?"

얀 마르크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루크에게 물었다.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말했다시피 일단 저희가 찾는 물건인지 확인이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

"만약 당신들이 찾는 물건이라면 어떡하려는겐가?"

율랑케가 불만어린 목소리로 톡 쏘아 붙이자 루크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땐 그때 가서 생각해보지요"

"흠... 보여준다고 닳는것도 아니니 못 보여 줄 건 아니나.. 사실 그곳에는 성물을 지키는 자가 있다네 우린 그자를 성물을 지키는 수호자라고 칭하지 수호자가 허락할지는 모르고 위험할지도 모른다네 그래도 확인을 해보겠다는게냐?"

메디니아가 루크에게 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게 신물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는건 필수였기에 크리스티나도 루크의 말에 동의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면..성물을 보여주긴 하겠네"

"감사합니다!"

"허허 보여만 준다는 거네!"

싱글벙을 웃는 루크를 향해 율랑케가 불만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루크도 그 점을 알고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은 날도 늦었고 지쳤을테니 내일 성지로 가도록 하지 그럼 오늘은 이만 늦었기도 하고 좀 쉬다가 내일 다시 봅세 마렉"

메디니아가 모두를 보며 말했고 뒤이어 마렉을 부르자 저만치 사자도의 주민들과 같이 크루크 일행을 말 없이 바라보던 마렉이 몸을 날려 메디니아 앞에 자리했다.

"이분들에게 쉴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주게."

"알겠습니다. 의원님"

메디니아의 부탁에 마렉은 자신의 신물을 탐하러온 루크 일행을 탐탁치 않게 여겼으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따라와라."

차가워진 말투로 마렉이 루크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고 이내 터벅터벅 회관을 나서자 일행들도 급히 마렉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회관을 나서자 사자도의 주민들이 루크 일행들을 흘겨보며 무어라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회관에서 원로들과 대화를 한 것을 들었는지 꽤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에 크리스티나와 루크는 조금은 멋쩍게 생각했으나 쥬디스와 루시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마렉을 따라 걷고 있었다.

☆ ☆ ☆

마치 엘프가 사는 모습이 이러할까? 숙소도 커다란 나무 위에 마련되어 있는 총 2층으로 된 숙소였다. 모든 물건들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음은 물론 음식들도 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과일 위주의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말 그대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인들은 매일 자신들에게 일용의 양식을 주는 자연에게 감사하며 살고있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일행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주던 주민들이 있음에도 잔뜩 기대에 부푼 루시와 크리스티나는 이미 아침부터 마을을 구경하러 나갔고 쥬디스와 루크는 숙소 2층에 마련되어 있는 테라스에 앉아 향긋한 차를 즐기고 있었다.

"이 차 향기가 굉장히 좋네요"

"그렇지 않습니까? 저희 마흐무드에서도 극소수로 들어오는 차입니다. 몸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가 있지요 이 차는 주로 기도를 드리기전에 많은 사제님들이 즐겨 마시는 차이기도 하지요"

쥬디스의 설명에 루크는 자신의 손에 들린 나무로 된 찾 잔에 담겨있는 찻물을 바라보았다. 녹차 처럼 초록빛이 맴도는 차위엔 말린 찻잎이 담겨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루크는 그 찻 입을 보며 티백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팔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자 루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쥬디스가 말을이었다.

"혹시라도 이 차를 파시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왜요?"

"이 찻잎은 사자도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만든 차거든요 그들이 팔지 않아요 마흐무드에서도 간신히 극소량만 얻어 마시는 것이지요 그것도 절대 팔지 않은 조건을 걸고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루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하자 쥬디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찻물로 목을 축이고 루크에게 물었다.

"루크님, 루크님은 두렵지 않으신가요?"

"네?"

잠시 여유로웠던 쥬디스의 얼굴이 꽤 진지하게 변했다. 루크는 잠시 쥬디스를 바라보자 쥬디스가 다시 말을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루크님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흑마법사를 막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에 두려움이 없습니까? 언제고 죽을 수도 있고 또는 죽을 뻔한 적도 있지 않습니까? 정말 무모했습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루미에르님을 구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을 행하는 마흐무드의 사람들조차 쉽게 생각하지 못할 무모함이랍니다."

"하하.."

쥬디스의 물음에 루크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두렵지 않았습니까?"

"쥬디스는 두렵나요?"

"그렇습니다. 혹여나 흑마법사를 막지 못할까 봐 메세츠데가 아즈문을 뚫고 마흐무드로 진격해오진 않을까? 매일 걱정이 들고 두렵기도 합니다."

"저도 똑같아요, 루미에르님을 구하러 갈 때에도 두려웠습니다.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진 않을까? 아무리 제가 사는 곳에 황후라 해도 내가 무시하면 난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안되더라구요. 그냥 일반적인 애국심도 아니었어요"

루크가 천천히 찻물로 목을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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