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91화 (191/412)

【191회. 사자도】

"자 슬슬 모였는가? 이제 출발해도 되겠지?"

메디니아가 모두를 보며 일렀다. 그 뒤로 크리스티나와 루크 그리고 루시와 쥬디스만이 메디니아와 남은 원로들 뒤에 섰고 그들의 주위를 사자도의 전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 자신을 마렉이라 소개한 전사가 이곳에 대장직을 맡고 있는지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미안하네 그래도 그곳은 우리 사자도의 성지이기도 하니깐 외부인은 적은 소수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 허허"

얀 마르크라는 장로가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크리스티나에게 말하자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번에도 그 힘든 숲을 걸어가야 하나요?"

한편 루시는 다시 또 힘들었던 숲을 걸어가야 하는지 걱정이 되어 묻자 얀 마르크가 껄껄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네 성지까지 가는 길 만큼은 매일 잘 정비 해 놨으니, 힘들진 않을게야. 게다가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고"

"다행이야! 그치 루크?"

"네"

루시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하자 루크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메디니아를 필두로 마을로 들어왔던 길의 정 반대편인 마을의 뒷길 쪽으로 향하자 곧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태껏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던 사자도에서는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길이었으나 장로들은 괘념치 않은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길은 꽤 고요했다. 그 흔한 동물들의 울음소리하며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새소리까지 들리지 않은지 오래 된 것 같았다. 이렇듯 고요하고 정막감이 맴도는 길목에는 기다란 나무만이 바람이 머물다 가는 소리만이 가득하자 루시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루크에게 물었다.

"너무 조용하다 여긴.."

"그러게요"

루시의 말에 루크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치 온 세상이 침묵을 하듯 이 숲은 아무도 살지 않은 것일까 싶었다. 그때 마침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던 율랑케라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이곳은 그분의 영역이라 그렇지 어떠한 동물들이며 벌레들조차 감히 이 성지에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네"

"그분이요?"

율랑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율랑케에게 향하자 율랑케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다시 말을이었다.

"그래, 사자도의 성물을 지키는 자, 그리고 이 섬이 왜 사자도로 붙였는지 알 수 있는 자이지. 조심하는 게 좋아! 처음 보는 아이들은 오줌까지 지릴 정도로 위엄이 있으니깐 껄껄."

율랑케가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보며 껄껄거리며 말하자 우드번이란 노인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쯧쯧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네, 무례한 짓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나저나 만약 너희들이 말한 신물이란 것을 어떻게 확인할 생각인가?"

우드번의 물음에 크리스티나가 대답했다.

"저에게도 신물이 있거든요, 잠시 나와줄래? 제미나이?"

크리스티나의 말에 그녀의 양쪽 귀걸이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곧 두 명의 아기자기한 요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서 일까? 제미와 나이는 연실 크리스티나의 주변을 돌다가도 이내 숲이 가득한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번엔 숲 이리저리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한바퀴 돌더니 언제나 그렇듯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크리스티나의 앞에 멈춰 섰다.

"크리스티나~ 왜 안 불렀어! 심심했는데!"

"맞아 맞아!!"

제미와 나이가 크리스티나를 향해 투정부리듯 말하자 크리스티나가 밝게 웃어 보이며 사과했다. 한편 장로들의 표정은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요정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제미니라고 소개했던 노인은 성지로 가는 것도 잊으며 제미와 나이를 향해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허허! 요정이라니, 이제 완전히 사라진 존재들 아닌가?"

제미니의 말에 제미와 나이가 서로 키득거리며 제미니의 주위를 한차례 훑어 지나가더니 말을 이었다.

"우린 사라지지 않았어."

"맞아"

"오호 그러신가? 분명히 이 사자도에서도 요정이 살았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럼 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제미니의 물음에 제미와 나이가 잠시 이리저리 둘러보다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며 키득 거리다 말을이었다.

"이곳이 무섭대. 지금 이 지역에 왕이 살고 있어서 무서워서 도망친 상태라는데?"

"역.. 그랬던 건가?"

제미나이의 말에 얀 마르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랬군, 이곳에 성물을 지키는 그분께서 자리를 잡은 뒤로 요정들이 모습을 감춘 것이구먼! 하하 난 또 우리 때문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허허"

얀 마르크의 말에 다른 원로들 역시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얘기는 나중에 이어서하지 여긴 성지라는 것을 잊지 말게나 들 언제나 예의를 지키게 계속 가보도록 하지 곧 도착할게야."

메디니아가 모두에게 말하며 다시 걸음을 옮겨갔다. 제미와 나이도 다시 귀걸이로 돌아가기 싫은지 크리스티나의 양 어깨에 자리했고 모두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하자. 서서히 경사가 지기 시작했다. 루시는 경사가 진 언덕을 넘으며 한 번 더 힘들다고 칭얼거렸으나 결국 크리스티나의 도움으로 쉽게 언덕 끝에 도착하자 돌로 만들어진 하나의 제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메디니아외 다른 장로들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제단 앞에 섰고 루크의 일행도 그들을 따라 하려 했으나 이내 걸음을 멈추고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저...저건."

제단 위, 위용을 보이는 거대하고도 하얀색의 갈기가 있는 사자 그 사자가 지금 제단 위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성지를 찾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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