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93화 (193/412)

【193회. 사자도】

"조, 조심하십시오!"

레오니르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하던 쥬디스가 급히 검을 빼들고 루크의 앞을 막아섰다. 동시에 사자도의 전사들이 레오니르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 서기 시작했다. 마치 사자도 주민들은 이방인인 성녀 일행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한 모습에 크리스티나가 표정을 찌푸렸으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거죠?! 메디니아님!"

알 수 없는 레오니르의 행동에 놀란 크리스티나가 인상을 굳히며 소리쳤다. 그러나 메디니아말고도 다른 장로들 역시 이러한 일이 처음겪는 것인지 어찌하지 못하고며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였다.

"제, 제사를 지낼 때 빼고는 제단 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영물께서 어찌.."

율랑케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잠시 이어진 침묵 속에 레오니르가 천천히 루크를 향해 킁킁거리기 시작하자 쥬디스는 물론 한발 뒤로 뺐던 사자도의 전사들도 놀라 무기를 들어 한껏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뒤이어 레오니르가 천천히 발을 움직여 루크에게 다가오려 하자 쥬디스가 낮게 일렀다.

"멈춰라! 더는 앞으로 갈 수 없다!"

"크르릉.."

쥬디스의 행동에 레오니르의 심기를 건든 것일까? 레오니르가 낮게 울며 쥬디스를 바라보자 쥬디스의 이마에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한낱 동물일 뿐인데도 느껴지는 압박감과 위엄에 쥬디스는 쉬운 상대가 아님을 온몸으로 알 수 있었다. 쥬디스는 이러한 긴장감이 그에게 있어 오랜만에 느끼는 지라 왠지 모를 호승심이 일기도 했다.

그때였다. 오히려 쥬디스의 뒤에 있던 루크가 쥬디스의 앞에 나서려 하자 루시를 비롯해 쥬디스가 급히 루크를 제지하려 했다. 그러자 루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루크님, 말하지 않았습니다. 무모한 건.."

쥬디스가 자신의 호승심을 무시하며 앞으로 나서는 루크를 보며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으나 이번엔 루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번엔 괜찮아요."

"그게.."

루크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레오니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들려요 당신의 목소리가. 레오니르, 맞나요?"

갑작스런 루크의 행동에 모두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리기 시작했다.

☆ ☆ ☆

레오니르가 제단에서 뛰어내린 후부터였다. 루크의 귓가에만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에 루크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리저리 둘러봤으나 모두의 표정엔 연실 근심만이 가득했다. 그제야 루크는 이 의문의 목소리가 자신에게만 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이어 그 목소리에 출저는 자신 쪽을 보며 코를 킁킁대는 사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들리냐고~ 들리면 대답 좀 해라~ 이상하네? 너에게서 마리에테와 같은 향기가 느껴지는데? 이봐~~ 어이 뭐야 이건 감히 내 앞을 가로막아? 확 그냥!"

루크는 계속해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쥬디스가 자신을 제지했으나 이내 괜찮다는 말을 하고는 레오니르 앞에 멈춰 섰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으나 들려요 당신의 목소리가. 레오니르, 맞나요?"

'오! 역시! 이게 도대체 몇 년? 아니 몇십 년만인가? 아무튼! 오랜만이야! 날 깨운 사람이 하필 제미나이라서 실망했는데 다행이야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가 있다니 '

"왜 저에게만 들리나요?"

'다른 이들은 자격이 되지 않으니깐'

레오니르가 크 커다란 코를 들어 콧방귀를 뀌며 대답하자 루크가 고개를 갸웃해했다.

"저는 자격이 되고요?"

'하하! 당연히 안되지 너같은 약골이 감히 날? 안되지 안 돼! 그저 너는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사람이지!"

"하..하 징검다리요?"

레오니르의 말에 괜스레 루크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레오니르가 그 커다랗고 위엄있는 사자의 얼굴로 씨익 웃어 보이더니 다시 루크를 향해 코를 킁킁 거린다. 그러자 루시와 크리스티나의 비명소리가 들렸으나 루크가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흠, 이 냄새는 그래, 아리스의 냄새가 나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지금 여기에 아리스가 있진 않은 거 같은데?'

레오니르의 말에 루크가 대답했다.

"아리스는 지금 이곳에 없어요"

'그래? 그나저나 아리스와 계약을 맺은 아인가 보군 마리에테만 바라보는 고지식한 놈에게 인정을 받은 놈이라, 그래서 내 목소리가 들리는 것인가 그 허약한 몸으로? 흠 아리스가 선택할만큼의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은 것 같은데.. 그나저나 마리에테랑 매우 닮았어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오랜만이야 마리에테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건'

"제가 그녀와 비슷한가요?"

루크가 묻자 레오니르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아주 똑같아! 끌끌 허약해 빠진 것 까지, 물론 네가 더 허약하지만 말이야!'

그때였다. 루시가 조심스럽게 루크옆에 붙어 모두가 한 가득 느끼고 있는 궁금함을 풀어주려 했다.

"도대체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루크?!"

"예?"

갑작스런 루시의 물음에 루크가 그를 바라보다 이내 다른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모두의 눈에 궁금증이 가득 쌓여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몇몇 사람들에겐 혹여나 루크가 미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루크는 그런 그들을 보며 멋쩍게 웃어 보이다 말을 이었다.

"이 사자분? 아니지 레오니르라는 분하고 대화를 하고 있었어요."

"그.. 그게 무슨?"

"허허."

루크의 말에 크리스티나를 비롯해 다른 이들 역시 어이없다는 듯 루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루크의 말과 표정에는 거짓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자 주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왔다. 그런 그들을 보며 루크는 다시 레오니르를 바라보았다.

'이거 재밌는걸? 귀찮은 제미나이에게 선택 받은 아이와 라이브라까지 게다가 아리스와 연결 되어 있는 자도 있고 이거 슬슬 이렇게 신물들이 깨어난다는 게 그리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일이 아닌데 말이지?'

"맞아요, 흑마법사들이 나타났어요 지금 그들이 세상을 위협하고 있어요."

'또 그놈들인가? 마리에테가 막아냈다 했는데 또 지랄들인가 보군? 애초에 씨를 말렸어야 했는데 쯧쯧 좋다! 그러한 일에 내가 빠질 순 없지!'

"같이 가실건가요?"

'그럼!'

레오니르가 자신있게 대답하며 한껏 포효를 하자 갑작스런 포효소리가 공간을 진동시키자 모두가 급히 두손을 들어 귀를 막아야 했다.

'어서 아리스도 만나 보고 싶은데 어디있는건가 아리스는?'

"그게, 지금 잠시 일이 있어서 떨어져 있어요 "

'그래? 아쉽군 오랜만에 만나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여긴 너무 지루해 마리에테가 여기 있다 보면 내가 만족스러워 할 만한 인연이 나타난다 했는데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인지 지루해 죽을 뻔했단 말이지! 그래도 다행이야! 내가 지루해 미치기 전에 네가 와서! 좋아 네 녀석과 다니면서 나와 계약을 맺을 아이를 찾아보도록 하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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