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94화 (194/412)

【194회. 사자도】

레오니르의 물음에 루크가 조금은 당황하며 말했다.

"그, 그게 사실은 이곳 주민분들이 레오니르님을 신성시 여기셔서 함부로 같이 갈 수가 없어요 저희도 포기하려고 돌아가려 했거든요"

루크의 말에 레오니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감히 누가 이 나를 막아? 마리에테의 최강의 힘을 말이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날 가둬둘 존재는 없어 그저 내가 가고자 하면 가는 법이지!'

"하.. 하지만"

"크헝!"

멋쩍어 하는 루크를 향해 레오니르가 씨익 웃어 보이더니 다시 한번 크게 포효를 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거대한 광풍이 몰아쳤고 숲이 벌벌 사시나무 떨듯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뒤이어 메디니아를 비롯해 사자도의 주민들이 무엇을 느꼈는지 갑작스레 무릎을 꿇는 모습이 보였다.

'네가 유일하게 내 말을 알아들으니 저 우매한 녀석들에게 말을 하거라'

"예?"

레오니르의 포효에 놀라하던 루크에게 레오니르가 막무가내로 부탁하고는 루크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너희가 날 신성하게 여긴다는 것을 안다. 뭐 내 가 그만큼 대단한 존재이긴 하지 끌끌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니 정해진 운명대로 난 인연을 쫓아 나아 갈 테니 너희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잘 살길 바란다. 자 이 말을 저자들에게 해다오'

"..."

레오니르를 쳐다보던 루크가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뒤이어 힘겹게 고개를 돌려 사자도의 원로들을 바라보자 모두의 시선이 루크에게 향했다. 원로들 역시 레오니르가 루크에게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챈듯 싶었다. 루크는 자신을 향해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원로들을 보며 괜스레 한숨이 흘러 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자 뭣 하는가? 어서!'

우물쭈물하는 루크를 향해 레오니르가 닦달하기 시작하자 루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루크에게 쏠렸다.

"하아...그게.. 레오니르님이 얘기 하실 게 있다고 합니다.. 하하."

"오오..말씀 새겨듣겠나이다!"

메디니아가 고개를 조아리며 일렀다. 루크는 그런 메디니아를 보며 최대한 순화해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그게 그동안 고마웠고 자신을 신성하게 여겨준 점 고맙다고 하네요.."

"오오"

"그리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으니.. 자신의 운명대로 만난 인연을 쫓아 갈 테니 주민 여러분들도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잘 살아가시라고 하더라구요."

". 뭐?"

율랑케가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뒤이어 얀 마르크와 우드번 역시 인상을 구겼다. 그러자 메디니아만이 바닥까지 고개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그럴 순 없습니다! 저희 마을을 위해서라도 남아 주시길 바랍니다"

메디니아의 절절하고도 애절한 목소리가 레오니르를 향해 닿았으나 그럼에도 레오니르는 괘념치않을 뿐더러 귀찮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투덜대듯 말을 이었다.

'거 고놈들 귀찮게 하는구나? 내가 없어도 충분해 이제, 아니 에초애 나는 너희들에게 해준 게 없어 물론 초반에 조금 도와준 것은 있었으나 내가 잠들기 전이지 잠든 후로는 다 지들이 알아서 한 건데 이봐 내가 이제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좀 잘좀 말해봐'

레오니르가 귀찮다는 듯 루크에게 떠넘겼다. 루크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잠시 고민을 했으나 별 떠오르는 말이 없자 있는 그대로 말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레오니르님이 자신이 없어도 충분하다고 애초에 처음 레오니르님이 잠들기 전에 도와준 이후로 여태 잠들어 있어서 도와준 게 없다고, 모두 사자도 주민 여러분들이 직접 이뤄낸 일들이라 해요... 이제 더이상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 그럴 순 없습니다. 어찌 저희를 버리시려고.."

메디니아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루크는 한껏 당황하며 레오니르를 바라보자 레오니르조차 그 모습에 조금 난감했는지 살짝 표정을 구겼으나 떠나겠다는 마음은 여전해 보였다.

'것 참 답답하군 저놈들도 사실 알고 있을 텐데 더이상 나란 존재가 필요 없다는 것을 이 섬은 이제 나보단 저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어차피 나는 떠나야 하는 운명 평생 이곳에 있을 수 없는 존재이니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날이 올지 모르겠으나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인 것을 쯧쯧 이봐 네 이름이 뭐지?"

레오니르가 루크를 향해 물었다.

"루크 아스란이에요"

'그렇군 루크 아스란 어차피 여긴 섬이니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갈 테지?'

"그렇습니다."

'그럼 거기서 보지 이 말만 전해 한낱 미물에 의존하지 말고 너희들이 했 던대로 스스로 깨우치며 살아가라고 이제 내가 필요치도 않은데 내가 있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라 난 내 힘이 필요한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이야 예전의 너희들 처럼'

레오니르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한번 포효를 토해내자 아까처럼 광풍과 함께 거대한 파동이 몰아쳐 모두의 시야를 괴롭혔다. 그렇게 포효와 함께 뿜어져 나온 광풍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레오니르가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메디니아를 비롯해 장로들은 모습을 감춘 레오니르의 이름을 외쳤으나 역시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럴.. 수가.."

메디니아를 비롯해 사자도의 전사들까지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레오니르가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자 루크가 조심스럽게 말을이었다.

"그, 레오니르님이 마지막 말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

루크의 말에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루크가 헛기침을 해보이며 혼자 말을이었다.

"한낱 미물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들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삶을 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여기 있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하셨고 이제 레오니르님은 자신이 힘이 필요한 곳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가요."

메디니아가 씁쓸하게 대답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허탈한 표정의 메디니아가 레오니르가 있던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율랑케는 달랐다. 허탈한 감정을 보이던 율랑케에 얼굴이 어느세 붉으락 푸르락 해지며 루크와 크리스티나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네놈들!! 네놈들이 오지만 않았어도! 이럴일은 없었을거다! 난 그래서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어! 메디니아! 너희들 때문에 우리들의 신이 결국 떠나게 되었다! 이 모든게 너희들 탓이다! 사자도의 전사들이여 저자들을 포위해라!"

율랑케의 외침에 사자도의 전사들이 넋을 나간 표정을 풀고는 급히 루크 일행을 향해 창과 검을 빼들고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하자 쥬디스돌 황급히 크리스티나와 루크 앞에 서며 검을 들어 보였다.

"율랑케.. 이미 끝났네.."

그때였다. 얀 마르크가 허탈한 표정으로 율랑케에게 말을 했으나 율랑케는 여전히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띄며 얀 마르크의 말을 무시한 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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