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회. 사자도】
"자네는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괜찮다는 게야! 난 인정하지 못하겠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분이 직접 자신의 발로 가버렸는걸!"
제미니가 답답함에 소리쳤으나 율랑케는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어서! 저 녀석들을 잡아!"
율랑케에 외침에 마렉이라 자신을 소개했던 전사가 다른 원로들을 바라보며 우물쭈물하다 이내 자신의 전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율랑케 의원님의 말을 들어라. 전사들이여 무기를 들어라!"
"허허.."
결국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 같은 상황에 얀 마르크가 한탄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율랑케가 단단히 화가 나 자신의 말은 듣지 않을 속셈인듯싶었다. 이렇게 되면 메디니아만이 율랑케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얀 마르크가 급히 메디니아를 바라보았으나 메디니아는 여전히 넋이 나간 표정으로 레오니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으리라 생각한 그는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창 대치구도를 유지하는 마렉과 성녀의 일행을 바라보았다.
"크리스티나님 루크님 루시님!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마십시오!"
쥬디스가 검을 빼 들고 소리쳤다. 아무래도 싸움을 피할 순 없을 것 같았기에 뒤이어 마렉이란 사내의 기이한 곡도가 빛을 번뜩이며 쥬디스를 향해 쇄도해 오기 시작하자 쥬디스가 급히 몸을 틀어 검을 피했다.
뒤이어 마렉의 검을 몸을 틀어 피한 상태에 쥬디스 역시 검을 횡으로 휘두르자 이번엔 마렉이 빠르게 바닥을 박차고 뒤로 스텝을 밟으며 쥬디스의 검을 쉽게 피해냈다. 한차례 이어진 공방은 곡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연이어 주변의 창과 검을 빼든 사자도의 전사들이 날을 세우며 쇄도해 오자. 쥬디스는 다급히 검을 휘둘러 창과 검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방면에서 찔러 들어오는 무기에 쥬디스의 몸 여기저기 기다란 혈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칫"
"조심하세요 쥬디스!"
쥬디스에 몸에 기다란 혈선이 그려지는 모습을 본 크리스티나는 한차례 소리치며 당황하지 않고 급히 기도문을 읊자 크리스티나의 주변에 작은 빛의 막이 생기기 시작했다. 뒤이어 크리스티나와 루크, 루시에게 쇄도해 오는 창과 검들은 크리스티나에 의해 생겨난 빛의 막에 한둘 씩 튕겨나가기 시작했다.
연이어 크리스티나의 기도문이 이번엔 쥬디스에게 향했다. 그러자 쥬디스의 몸에 옅은 빛이 서리더니 몸에 새겨진 혈선들이 차츰 치료되기 시작했으나 적들의 수는 쥬디스가 모두 상대하기엔 너무나 많아 보였다. 그럼에 쥬디스의 숨이 점차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검과 창에 의한 창상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서 저자들을 제압해! 성녀는 무시해도 좋다! 먼저 저 성기사놈을 제압해라! 저놈만 제압하면 남은 녀석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율랑케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몇몇 크리스티나와 루크, 루시에게 향하던 공격들이 이번엔 쥬디스를 향해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쥬디스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창을 피하고 빈틈을 향해 검을 찔러 넣고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슬슬 한계를 느끼는지 쥬디스가 서서히 라이브라의 힘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자네에겐 별 감정은 없으나 어쩔 수 없는 우릴 용서해주게!"
마렉이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쥬디스는 마렉의 검을 막고 뒤에서 들어오는 창을 몸을 굴러 피하며 소리쳤다.
"나도 적들이 아닌 자에게 쓰고 싶진 않았다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서서히 끌어올리기 시작한 라이브라의 힘이 쥬디스의 몸에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눈가에 새하얀 빛이 일렁였고 쥬디스의 검에도 동시에 빛이 일렁이기 시작하자 위험한 낌새를 눈치 챈 마렉이 다급히 소리쳤다.
"검을 휘두르지도 못할 정도로 밀어붙여라! 그가 힘을 모우지 못하게 해!"
"핫!"
마렉의 외침에 전사들이 반응했다. 동시에 수많은 창과 검들이 쥬디스를 향해 몰아쳤고 쥬디스는 검으로 그들의 검을 쳐내거나 피하며 차츰 라이브라의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이어 들어오는 창은 정신 없이 몰아치기 시작했고 자잘 자잘한 상처들은 더욱 커지고 벌어져 금새 쥬디스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갔고 기껏 모았던 힘도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쥬디스!!"
"젠장!"
쥬디스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크리스티나 역시 걱정스런 눈빛으로 쥬디스를 바라보며 연이어 신성력을 쥬디스에게 불어넣어 주었으나 그마저도 창상이 생겨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도중 도중 자신들을 향해 들어오는 공격에 신성력이 둘로 나뉘어 그 효과가 평소보다 미미했다.
결국 라이브라의 힘을 최대로 끌어내지 못한 쥬디스가 간신히 모아진 힘을 뽑아내며 검을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적은 힘에도 불구하고 라이브라의 힘은 쥬디스의 검을 타고 주변을 강타하자 사자도 전사들에 가슴에 기다란 혈선을 그으며 그들을 한차례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렇게 잠시 한숨을 돌릴 기회라 생각한 쥬디스가 가쁜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다시 라이브라의 힘을 끌어 모으려 할 때였다. 어느샌가 쥬디스의 뒤를 점한 마렉의 검이 쥬디스의 등을 노리고 쇄도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