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96화 (196/412)

【196회. 사자도】

"컥"

섬뜩한 음이 한차례 울렸다. 동시에 이어진 침묵 쥬디스의 배를 관통한 기이한 곡도에 진득하고 김이 풀풀 나는 피가 묻어 나왔다.

"끝이군!"

율랑케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낮게 일렀다.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크리스티나와 루크, 루시의 눈에 절망감이 서리기 시작했고 이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쥬디스!"

"아, 안 돼!! 쥬디스!!"

크리스티나의 외침과 동시에 귀걸이로 변해있던 제미와 나이가 빛을 토해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미 나이! 쥬디스를!!"

여느때처럼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아닌 진지한 표정의 제미와 나이가 급히 쥬디스의 곁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마렉의 검이 다시 한번 뽑혔고 그 반동에 의해 쥬디스의 몸이 한차례 휘청거렸으나 간신히 자신의 검을 땅에 밖아놓고 몸을 기대어 쓰러지는 것만은 막아냈다.

"저.. 전 괜찮습니다.. 후우..후우."

거친 숨을 헐떡이던 쥬디스의 입에서 많은 양의 피를 울컥 쏟아냈다. 그럼에도 쥬디스는 마렉에게 눈을 때지 않고 있었다.마렉은 그러한 쥬디스를 보며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다 다시 곡도를 하늘 높이 치솟아 들며 쥬디스를 향해 내려치려 하자 쥬디스는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검을 들어 막아 냈으나 마렉의 힘에 의해 결국 검을 놓치고 주저 앉아 버렸다.

"안 돼!! 쥬디스!"

쓰러진 쥬디스를 향해 크리스티나가 소리쳤다. 동시에 자신과 루크와 루시를 막아내던 빛의 막을 없애고는 온 신성력을 쥬디스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쥬디스에 배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쉽사리 멈추려 하지 않았다. 마렉은 그러한 쥬디스를 보며 잔인하리만치 무심한 표정으로 태양 빛을 머금은 검을 번뜩이며 휘두르려 다시금 검을 높이 들어 보였다.

"끝이다."

율랑케의 기대에 찬 음성, 서서히 쥬디스에게 내려치는 검, 그러나 다행히도 제미가 한발 앞서 쥬디스 앞에 서며 급히 만들어낸 작은 빛의 막으로 마렉의 검을 어렵게 막아내었다. 연이어 나이는 성인 남성의 얼굴 크기만한 불꽃의 구를 만들어내 마렉에게 쏘아내자 마렉은 간단하게 검으로 내리쳐 나이가 만들어낸 불꽃의 구를 손 쉽게 갈라버렸다.

"끌끌 끝난 거나 다름없다! 마흐무드의 성녀여! 사자도와 마흐무드 간의 인연이 이렇게 되었음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나 이 모든 것이 그대에 의해 만들어진 일 우릴 탓하지 말게나!"

율랑케는 쥬디스를 죽이지 못한 것에 아쉬워 했으나 이내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크리스티나에게 말했다. 그러자 크리스티나가 분노에 찬 눈으로 율랑케를 노려보았으나 율랑케의 시선은 크리스티나 대신 마렉에게 향해 있었고 곧 율랑케의 신호를 느낀 마렉이 무심한 표정으로 전사들에게 소리쳤다.

"요정은 공격능력은 없다고 봐도 된다! 상관 하지 말고 저자를 제압하라!"

"핫!!"

마렉의 외침에 병사들이 다시 한번 창과 검을 들어 서서히 쥬디스에게 다가서자 쥬디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간신히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검을 들어 보였다. 그러나 마렉에게 당한 상처가 꽤 심한지 간신히 든 검은 떨림이 심했고 시야도 먹먹해 앞뒤가 구분이 어려웠다. 쥬디스는 이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금 라이브라의 힘을 이끌어내기 시작하자 곧 손에 떨림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동시에 몸에도 조금이나마 움직일 기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겹게 일어선 쥬디스를 향해 서서히 가까워지는 적들, 제미와 나이가 이리저리 마법을 쏘아대기 시작했으나 터무니없이 많은 적들의 숫자를 모두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제미와 나이에 마법들은 마렉이 간단하게 검을 휘둘러 손쉽게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마렉이 마법을 쏘아대는 제미와 나이가 귀찮았는지 무심히 곡도을 휘두르자 마렉의 검에 의해 제미와 나이는 금방 역소환 되어 크리스티나에 귀걸이로 돌아가 버렸다.

"아.. 안돼!! 쥬디스!!"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된 쥬디스를 향해 크리스티나가 소리쳤다. 그럼에도 마렉의 검은 자비심 하나 없이 높이 들리며 연실 휘청이는 쥬디스의 가슴을 노리고 들어오자 쥬디스가 간신히 마렉의 검을 막아낸다. 뒤이어 뒤에서부터 쥬디스를 향해 찔러 들어오는 창날 결국 쥬디스의 옆구리에 기다란 창상을 남겼다.

"컥!"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쥬디스의 입에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다른 전사들의 검에 의해 쥬디스의 등이 길게 혈선이 그어지자 다시금 쥬디스의 신형이 무너져 내렸다.

"아!!"

크리스티나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다. 온몸에 피에 적셔진 쥬디스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길 것만 같았기에 서서히 마렉이 검을 휘두르려 하자 크리스티나가 급히 몸을 날려 쥬디스의 앞에 서자 마렉의 검이 크리스티나의 정수리 앞에서 멈춰 섰다.

"끌끌 끝이군요! 성녀!"

율랑케가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뒤이어 남은 원로들은 혀를 차며 지금의 상황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루크 역시 급히 크리스티나의 곁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루시의 상황이 이상했다. 아까부터 묵묵히 쥬디스가 당하는 모습을 보던 루시의 표정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고 손에 떨림도 커져 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노리고 오는 창칼에 의해 두려움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그것이 다가 아닌 듯싶었다.

"루시?!"

루크가 루시를 불렀다. 그럼에도 루시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여전히 쥬디스를 노리는 사자도의 전사들에게 향해 있었다.

"루, 루시?"

다시금 루크가 루시를 불렀으나 루시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없다. 그때였다. 차츰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거대한 힘의 파동이 루시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모두가 당황한 시선을 루시에게 향했다. 뒤이어 루시의 입술이 차츰 열리기 시작했다.

"안돼.. 또.. 그때처럼.. 지켜내지 못할 거야... 안돼.. 그럼 안되지.."

무어라 중얼거리는 루시에 모습에 루크가 한껏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안돼요.. 루시 정신 차려요!"

루크가 소리쳤으나 루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루시의 눈에 흰자는 완전히 사라지고 온통 흑 빛으로 물들어 갔다. 동시에 서서히 피어오르는 루시의 살기는 모든 이들을 옭아매기 시작하자 루크가 급히 루시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루시!! 정신 차려요! 루시!"

"또 라르문이.. 라르문이 죽어.. 안돼!"

"루시!!"

거대하고도 짙은 늪과도 같은 루시의 살기에 마렉을 비롯해 모든 이들의 행동이 멈추게 되었다. 마치 석화 마법에라도 걸린 것 마냥 움직임을 멈춰선 모든 이들에 이마와 등엔 굵은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심신이 약한 자들은 이내 몸을 사시나무 떨기까지 한다.

"이, 이게 무슨!"

율랑케는 갑작스런 살기에 의해 연실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쳤으나 루시의 살기가 더욱 짙어짐에 율랑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뒤이어 흔들리는 지축은 더욱 떨림이 커져 와 제대로 서 있기 조차 힘들었다.

"루시! 정신 차려요!"

이러다 다시금 광기에 휩싸일 것 같은 루시를 향해 루크가 계속해서 소리쳤으나 여전히 루시에게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그때였다. 루시의 짙은 살기를 뚫고 들려오는 거대한 포효소리와 검은색 실루엣이 순식간에 루시 앞에 섰고 다시 한번 커다란 포효를 내뿜자 루시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흠칫 떨려온다.

"레오니르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