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197화 (197/412)

【197회. 사자도】

'특이한 힘이구나? 갑작스러운 힘의 파동이 느껴져서 다시 돌아와 봤더니 이게 무슨 일이람? 허허.."

연실 살기를 내뿜는 루시를 보며 레오니르가 의아한 듯이 모두를 돌아보다 이내 살기를 풀풀 내 뿜는 루시를 향해 혀를 차며 호기심이 동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신을 잃은 상태인가? 거 특이한 아이구나?'

오직 루크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레오니르가 짧게 혀를 차며 말하자 루시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손을 들어 보이며 커다란 불덩이를 만들어내 레오니르에게 날렸다. 그러자 이글거리는 불꽃의 구가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주변의 공기를 집어삼키며 레오니르에게 향하자 레오니르가 허공에 몸을 띄우며 간단하게 루시가 만들어낸 불덩어리를 피해내었다.

그러나 그 기세를 멈추지 않은 불꽃의 구는 그 힘이 다할 때까지 날아가 결국 애꿎은 숲에 한 부분을 후끈한 열기로 뒤덮으며 흔적도 없이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러한 숲의 모습에 레오니르가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흠 꽤 위험한 힘을 쓰는구나? 일단 재워 주마'

뒤에서 부터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에 레오니르는 자신의 커다란 발을 들어 보이며 다시 한번 루시를 향해 땅을 박차고 쇄도해 가자 루시의 신형이 갑작스레 모습을 감췄다. 뒤이어 레오니르의 뒤를 점한 루시가 손을 들어 보이자 거대한 힘의 파동이 루시의 손에서부터 느껴졌다.

'허 이것 봐라?'

레오니르가 급히 몸을 틀어 루시에 사정거리에 벗어났다. 동시에 루시에 손에 생성된 불꽃의 구는 애꿎은 허공을 가르며 제단으로 향했고 커다란 불꽃의 구가 제단을 강타하자 제단은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우리의 제단이!!"

녹아내리는 제단을 보며 율랑케를 비롯해 다른 의원들이 절망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시 공격을 준비하는 루시의 눈엔 일말의 자비심 없이 레오니르를 노려보며 다시 힘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알 수 없군 처음 보는 힘이야..만약 내가 저 힘에 맞는다면 꽤 고생할지도 모르겠어'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레오니르는 이내 진지하게 루시를 바라보았다. 루시는 그런 레오니르를 보며 키득 거리다가도 어느새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고 또는 분노로 가득 찬 모습을 보이기도 하자 레오니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보였다.

'정신도 불안정하고.. 이해할 수 없군'

"루.. 루시"

루크 역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루시를 바라보며 소리쳤으나 여전히 루시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루시가 이번에도 비슷한 파동을 일으키며 거대한 불꽃을 만들어 내려 하자 레오니르가 빠르게 몸을 날렸다.

'힘은 강하나 너무나 빈틈투성이야! 경험이 턱없이 부족해! 이대로 둘 순 없으니 잠시 잠들어 있거라'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인 레오니르는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려 커다란 앞발을 들어 보인다. 조금 전과 같은 공격 방법이었으나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전보다 훨씬 빠르고 민첩한 몸놀림으로 루시의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었다.

레오니르는 단숨에 루시의 뒤를 점하며 앞발로 뒷목을 가격했다. 그러자 힘을 끌어내던 루시의 몸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자 급히 루크가 다가가 루시를 끌어안았다.

"루시?! 괜찮아요 루시?"

'걱정하지 마라. 잠시 잠든 것뿐이다. 그나저나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 되었군...'

쓰러진 루시를 보며 레오니르가 호기심이 어린 표정으로 루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으나 기절을 한 루시에게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천천히 모두를 훑어 봤다.

루시가 쓰러짐에 루시에게서 풀풀 풍기던 살기가 서서히 잠잠해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살기에서 해방된 사자도의 주민들이 한껏 당황한 얼굴로 루시와 레오니르를 번갈아 봤다. 율랑케 역시 놀란 얼굴로 쓰러진 루시를 바라보다 이내 기쁨의 찬 얼굴로 레오니르를 보며 말했다.

"도.. 돌아오셨습니까? 역시.. 저희를 지켜주러!!"

율랑케가 감격스런 얼굴로 레오니르에게 소리치자 레오니르의 표정이 한껏 구겨지며 이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쯧 이럴 줄 알았지, 인간의 욕심은 왜 끝이 없는지, 그만큼 도와주었으면 되었지 뭘 더 바라고 결국 피를 보았어...'

레오니르는 쓰러져 크리스티나의 치료를 받고 있는 쥬디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자신이 사라졌음에 사자도의 주민들이 검을 빼 들었을 거라 생각한 레오니르가 혀를 차며 탄식을 자아냈다.

'루크 저들에게 일러라.'

레오니르가 잔뜩 짜증이 일어난 상태로 소리쳤다. 그러자 루시를 끌어안고 있던 루크가 놀란 얼굴로 레오니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네!"

'이제부터 움직이는 자는 내가 직접 죽이겠다고, 아무도 내가 가는 길을 막지 못한다고 말이야'

그 말과 함께 다시 한번 허공을 향해 우렁찬 포효를 내지르자 조금 전과는 다른 살기가 가득한 거대한 힘이 사자도를 울려 퍼지자 나무들이 다시 한번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렉을 비롯해 사자도의 전사들이 잔뜩 공포심을 집어 먹기 시작했고 원로들 역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루크가 직설적으로 율랑케를 바라보며 말했다.

"레오니르님의 전언이에요 지금부터 움직이는 자를 직접 죽이겠다고 합니다. 레오니르님이 가시는 길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그런! 그럴리가 없다! 거짓말하지 마라! 어디서!"

율랑케가 믿기지 않은 다는 듯이 따지듯 물었으나 레오니르의 거대한 어금니가 율랑케를 향해 번뜩이자 율랑케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꿀먹은 벙어리가 된듯 덜덜 떨리는 몸으로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한편 크리스티나는 레오니르의 도움으로 간신히 주변이 안정을 되찾자 좀 더 편한 상태로 기도문을 읊어 더욱 강하고 많은 양의 신성력을 쥬디스에게 불어넣을수 있게 되자 차츰 쥬디스의 상처가 회복되는 것에 속도가 더하기 시작했고 크리스티나의 얼굴에 안도의 숨이 차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쥬디스의 치료가 수월하게 되자 레오니르가 다시 루크에게 일렀다.

'자 내 뜻을 알아들었을 테니 가도록 하지 루크 쯧쯧'

레오니르가 혀를 차며 루크를 향해 말하자 루크가 다급히 루시를 등에 업고는 급히 크리스티나와 쥬디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크리스티나님 괜찮으신가요? 지금이에요 어서 가는 게 좋겠어요! 쥬디스님은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나의 도움으로 완전하진 않으나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는지 쥬디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한순간 몸이 휘청거렸으나 이내 크리스티나의 도움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느리고 굼뜨지만, 몸을 움직이는데 무리가 있진 않아 보였다.

크리스티나는 그런 쥬디스를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이내 사자도의 원로들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두려움과 충격에 빠져 몸을 떨고 있는 사자도의 원로들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자도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크리스티나의 마음 한편에 씁쓸함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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