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 사자도】
- 태초의 이름..모든 이름 들의 정점을 점하는 이름자 짙은 연옥의 끝에 다다른 이름 벨리알이라 부르라..-
"크하하하!! 그렇구려! 벨리알! 그대에게 청이 있나니! 나에게 모든 이들을 발아래 둘 힘을 빌려주시오! 그대가 원하는 무엇이든 주겠소! 고작 흑마법사라는 이유로 나의 모든 이들을 불태운 그들에게 심판을 내릴 수 있게 힘을 주시오! 그 위선자들을 모두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분노를 빌려주시오!"
광기의 찬 클루드가 소리쳤다. 자신을 벨리알이라 소개한 악마는 천천히 균열을 건너 현세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서히 드러내는 모습에 몸의 크기는 황성만큼 커다랗고 피부는 비늘들이 오돌오돌 나 있었다. 그의 몸은 반은 짐승이요 반은 인간의 형을 띠고 있었으며 소의 다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상태로 얼굴은 황소의 얼굴로 거대하고도 날카롭게 뻗은 뿔이 자라나 하늘을 찢어 발길 정도로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눈은 푸른 연옥의 불꽃으로 불타오르고 있었고 입에서 나오는 김은 모든 것을 얼릴 듯 차가웠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이냐?-
"그대가 원하는 무엇이든 드리겠나이다!"
-그 어떤 것도?-
"그렇습니다!"
-크큭 크하하핫!"
클루드의 말에 벨리알이 미친듯이 웃어 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지에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치기 시작했고 비가 내리던 하늘도 무너져 내릴 듯이 거대한 천둥과 번개가 연달아 내려치며 빗줄기가 더욱 굵어지다 못해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그러한 벨리알의 위용에 클루드의 몸이 절로 떨렸으나 표정은 여전히 굳건했다.
-고작 인간 따위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벨리알이 클루드를 무시하며 소리쳤다. 클루드는 그럼에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전 알고 있습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을!"
-호오.. 그래?-
클루드의 말에 벨리알이 클루드에게 조금은 호기심이 동한 듯 이글거리는 눈을 클루드에게 향했다. 혹여나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단숨에 죽여버릴 듯한 공포가 절로 일어났으나 클루드는 전혀 거침이 없어 보였다.
-그래 말해 보아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만약 네 말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면 너에게 죽어도 죽지 못하는 연옥의 끝으로 데려가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게 해주겠노라-
클루드를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차디찬 한기를 내뱉는 벨리알을 보며 클루드가 자신 있게 소리쳤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겠습니까?! 그 지옥에 갇혀 수백 수천! 수억만 년간 갇혀 지내길 얼마나 고되겠습니까! 지금이 나올수 있는 적기입니다 그대가 자유가 될 수 있게 할 힘을 가진 자가 이 세상에 현신해 있습니다! 저에게 힘을 빌려준다면 그를 바쳐 그대에게 영원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클루드의 외침에 벨리알으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클루드를 바라보고 있었고 클루드 역시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벨리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서서히 벨리알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큭... 큭큭.. 크크하하하! 그래 좋다! 아주 당돌한 인간이구나!! 좋다 좋아! 내 그대에 몸에 있으며 내 힘을 빌려주겠다 네가 내 힘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려는지.. 큭큭. 그것이 내가 너에게 준 시간일 것이다 네 몸이 나에게 완전 빼앗기 전에 그 자를 내게 바치거라 그것이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것이다.-
클루드의 말에 마음에 들었는지 벨리알의 몸이 흑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서서히 클루드 까지 감싸기 시작했고 서서히 벨리알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동안 흑빛을 뿜어내다 그 빛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자 그 자리엔 오직 클루드만이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후우.. 크...크흐흐흐"
감겼던 클루드의 눈이 차츰 떠졌다. 그의 눈은 더이상 인간의 눈이 아니였다. 그의 눈엔 오직 검은 흑빛으로 되어 흰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기괴한 클루드의 눈엔 짙은 분노가 커져오르고 있었다.
"기대하거라 위선자들이여 그대들이 저질렀던 위선을 내손으로 직접 정리 하겠노라.."
목소리 역시 변해 있었다. 마치 쇳소리가 긁히듯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클루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한편 그 일이 있었던 직후 윈랜드였다. 경계를 이루는 방 벽 위에 올라있던 지크문드와 데미아스 그리고 나서스와 사무엘은 메세츠데 쪽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거대한 기운에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뒤이어 윈랜드 안에 있는 갖갖은 동물들이 겁을 먹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방금!"
지크문드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데미아스가 침을 성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무언가 큰일이 일어난 듯싶구나"
"...도대체."
사무엘 마저 놀란 얼굴로 메세츠데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느낌이 좋지 않아.."
데미아스의 눈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상상할 수 도 없는 거대한 기운에 이 고요하기만 한 윈랜드를 긴장과 공포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고요함은 진정으로 폭풍전야를 연상하듯 하니 괜스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위험을 알리듯 하늘에선 연달아 천둥과 번개가 메세츠데쪽에서 내려치기 시작했고 비는 멈출 줄 몰랐다. 데미아스는 괜스레 한기가 느껴져 흠칫 몸을 떨며 불안이 가득한 눈으로 메세츠데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