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05화 (205/412)

【205회. 사자도】

"레오니르님과 대화를 나눴나요?"

"네 잠시 얘기를 나눴어요."

크리스티나의 물음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마리에테님이 신물들을 한곳에 모아두지 않았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뭐라던가요?"

"마리에테님도 모든 신물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녀 역시 크리스티나님처럼 라우엘님의 부탁을 받고 신물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신물들의 인연이 이어진 곳에 놓아둔 것이고요."

"그랬군요... 그럼 저와 제미나이는 처음부터 만나게 될 운명이었던 건가요?"

"그렇지 않을까요?"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루크가 대답하자 크리스티나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귀걸이를 어루어 만졌다. 배 위에서 한껏 레오니르와 놀더니 지쳐 잠들었는지 웬일로 귀걸이에 반응이 없었다. 크리스티나는 잠시 기뻐하던 표정을 지우고는 다시 루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하아... 그래도 걱정되네요.. 저번에 느꼈던 그 힘.. 그리고 아직 여섯 개 밖에 모이지 않은 신물.. 남은 여섯 개는 어떻게 모아야 할지..그리고.. 루시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투성이에요.."

크리스티나가 잠들어있는 루시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하자 루크도 잠시 루시를 바라보자 다시금 크리스티나의 목소리가 루크에게 닿았다.

"루크님. 루시님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사자도에서 보여주었던 루시님의 힘은 제가 알기론 마법도 신성력도 정령력도 아니었어요, 그녀는 누구죠? 그녀의 정체가 무엇이죠?"

크리스티나가 진중한 얼굴로 물어왔다. 이번엔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이 크리스티나의 눈엔 루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은 열망으로 쌓여 있었다. 그런 크리스티나의 눈빛을 본 루크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어깨를 베고 잠들어있는 루시를 바라봤다.

곤히 잠들어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는 루시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여렸으나. 이내 루크의 입가에 슬픔이 찾아왔다. 저 아름답고 순수해 보이는 여인의 속에 숨어있는 광기와 고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루크는 슬픈 표정으로 루시를 바라보다 이내 씁쓸하게 웃어 보이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티나가 지금 묻지 않아도 마흐무드에 도착해서도 물어볼 것이 분명했고 크리스티나가 아니라면 쥬디스가 물어 볼 것임이 분명했기에 마흐무드에서 루시에 대해 시끄러워질 바에 지금 루시에 대해 다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루크가 결심을 하며 고개를 들자 크리스티나와 루크의 눈이 마주쳤다. 루크는 그런 크리스티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루시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크리스티나의 단호하게 일렀다. 그러곤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루크를 바라보자 다시금 루크의 입이 열렸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말해 드릴게요."

"네."

루크의 말에 크리스티나의 얼굴에 진중함이 서렸다. 그리고 이 지루한 마차 여행에 루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신이 어떻게 그녀를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녀가 보여주었던 알 수 없던 기억들이 루크와 크리스티나를 태운 마차가 한창 마흐무드에 가까워져 가고 있을 때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마차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루크는 힐끔 크리스티나를 쳐다보자 루크의 말을 믿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크리스티나는 한창 상념에 빠져 있었다.

어쩌면 루크가 해준 이야기를 듣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듯 싶었다. 그렇게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시간이 흘렀다. 피곤했던 루크도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그제서야 상념에서 빠져나온 크리스티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이분은.."

이제야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것일까? 크리스티나의 말에는 높임말이 생겨나며 루시를 칭하고 있자 루크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신.. 이라니."

크리스티나가 탄식을 자아내며 소리쳤다. 레오니르도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 루크의 얘기를 듣고 있었는듯싶었다.

"루시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루크가 씁쓸하게 루시를 보며 말하자 크리스티나가 긴장을 했는지 침을 꼴깍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금 상념에 빠져들었다. 흑마법사들이 왜 루시를 깨우려 했는지 왜 그가 필요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티나는 그런 루시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들은 신의 힘을 원했던 것일까요?"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루시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모두 그들 때문인 거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봐요."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은 라르문이라는 자가 맞는 건가요?"

"저야 모르죠.. "

루크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하자 크리스티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후우.. 정말 의문투성이에요..무슨 말을 해야 할지.."

크리스티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루시를 향해 말하자 루크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도 똑같아요.. 이렇게 일이 커져 버릴 줄은.. 그때 그 무모함 때문에 이렇게 되어 버릴 줄 상상도 못했는걸요."

루크의 말에 크리스티나가 잠시 루크를 바라봤다. 한참을 루크를 바라보던 크리스티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정말 그때의 루크님의 무모함이 마치 이 모든 게 예견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저희가 마치 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이.."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한껏 굳어졌다. 과연 라우엘이 세상을 지키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게 우연으로 이루어졌는지 크리스티나의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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