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07화 (207/412)

【207회. 다시 돌아오다】

"에, 엘레니아!"

"엘레니아님?"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엘레니아를 불렀으나 엘레니아는 여전히 성이 잔뜩 난 상태로 루크를 바라보고 있었고 루크 역시 아무런 대답하지 못하며 괜스레 얼얼한 뺨을 어루어 만지며 얼굴을 푹 숙여 보이자 이내 엘레니아의 입이 차츰 열렸다.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평생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엘레니아의 입술이 열리고 표독스럽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엘리니아의 입술에 작은 떨림이 일기 시작했고 파르르 떨리던 눈가엔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엘레니아가 얼마나 루크를 걱정했는지 말해주는 방증이라 다른 이들 역시 엘레니아를 제지하지 못했다.

"다신.. 그러지마! 제발.. 알았어? 너 혼자만 생각하지 말라고!"

"네.."

엘레니아의 걱정과 애원이 가득한 목소리가 루크의 귓가를 타고 마음에 전해지자. 루크 역시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울컥 눈물이 토해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그만큼 엘레니아에게서 느낀 감정이 얼마나 절절하고 걱정이 가득한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에 루크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루크의 말을 들은 엘레니아는 이내 루크의 품에 안겨오자 루크도 엘레니아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그러자 루크의 팔에 전해오는 엘레니아의 떨림에 루크의 팔에 절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엘레니아의 시선이 루크의 뒤편에 멋쩍게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쏠리자 엘레니아가 루크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는 누구야?"

엘레니아의 말에 모두 루시에게 쏠리기 시작했고 루시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엘레니아를 비롯해 다른 이들을 한차례 훑어 본다. 마침 안느란테도 루시를 바라보자 그제야 안느란테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맞아! 생각났어요! 당신이죠?! 루크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한 분이!"

"흥!"

안느란테의 말에 루시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루크의 손을 잡아끌어 엘레니아에게서 떨어지게 하자 루크가 멋쩍어했고 엘레니아의 표정이 서서히 구겨졌다. 뒤이어 레이니를 비롯해 다른 이들의 눈에 설마하는 의혹 감이 또아리를 트기 시작했고 루크와 루시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루시가 삐딱하게 선 채로 일갈했다.

"흥! 난 인정 못 해! 나와 라르.. 아니! 루크는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있던 사이야 루크가 기억을 잃어 이렇게 되었지만! 루크는 나와 이어진 사이라고! 알아들었어? 다들?"

"뭐? 넌 뭐야!"

루시가 팔짱을 끼며 오뚝한 콧날을 높이 세우며 소리쳤다. 그러자 레이니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루시 앞에 서며 같이 팔짱을 마주끼며 루시를 바라보자 둘의 눈에 불꽃이 이는 듯 스파크가 한차례 튀어 올랐다. 뒤이어 로제스도 한걸음 다가와 루시를 위아래로 훑어 본다 마치 지나가던 사람의 돈 뺏으려는 날강도의 표정이 이러할까? 로제스의 표정이 심히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러다 싸움이라도 나는 것이 아닐까 싶은 루크가 루시를 제지하려 했으나 루시가 오히려 큰소리쳤다.

"무.. 뭐야 그렇게 바라보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로제스와 레이니의 시선을 받은 루시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 보이며 소리쳤으나 목소리에 작은 떨림이 있다. 그만큼 로제스와 레이니의 시선이 감당하기 힘든 것일까? 뒤이어 루시가 루크를 바라보며 도와 달라는 표정을 짓자 모두의 시선이 루크에게 쏠리며 어서 빨리 해명해 보라는 듯 눈빛으로 아우성을 쳤다.

"하, 하하, 그게 참.. 긴 이야기 인대요.."

"우린 시간이 많아."

"맞아!"

로제스의 대답에 레이니가 맞장구쳤다. 루크는 오랜만에 느끼는 박력 있는 로제스와 레이니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자 오늘따라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려왔다. 루크는 한차례 모두를 바라본다. 라이아와 세리스 그리고 릴리까지도 루시에 대해 궁금한지 그 똘망 똘망한 눈을 치켜뜨며 루크를 바라보고 있자 루크가 한숨을 푹 내쉬며 천천히 지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운을 뗐다.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 파이시스를 이용해 그곳으로 간 이후부터 그들에게 잡혀 그들의 본거지로 끌려간 뒤, 루미에르를 구출한 후 겪었던 이야기와 루시를 만나게 된 이유 그리고 루시가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 후 겪었던 고난은 대충 얼버무리고 뒤이어 크리스티나를 만나게 되었단 이야기와 함께 사자도에서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자 어느덧 밖이 어둑어둑해진 시간이 되었다. 루크는 기다란 이야기를 몇 번의 호흡을 정돈하고 나서야 이야기가 끝을 맺었다.

그렇게 지난 이야기가 끝나자 가장 먼저 안느란테와 에이리스가 불쌍하고도 슬퍼하는 표정으로 루시를 바라보자 루시가 그런 표정에 부담스러운지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 하다가도 금새 표정을 굳히며 콧방귀를 흥하고 꼈다. 그런 루시를 향해 안느란테가 다가왔다.

"루시님.. 걱정말아요."

"아, 아니.. 그닥. 아무렇지도 않아.. 자, 잘 기억도 안 나는 걸.."

"우리가 이제부터 같이 있어 줄게요.."

"뭐? 어, 응..구, 굳이 그럴 필요는.."

안느란테의 말에 루시가 멋쩍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세리스를 비롯해 릴리도 루시에게 다가가 루시를 보며 울먹인다, 무엇 때문에 그들이 슬퍼하는지 루시로서는 의아함을 띄었으나 좀처럼 나쁜 성격이 아닌 루시로서는 그저 난감해하면서도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루시를 보며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루시로서는 갑작스런 상황에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웃기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에 비해 엘레니아와 레이니 그리고 라이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루크를 향해 있었다. 루크 역시 그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멋쩍게 웃어 보이며 그들을 바라보자 엘레니아가 인상을 찌푸렸고 뒤이어 로제스와 레이니가 똑같이 인상을 찌푸리며 루크를 바라보다 이내 묵묵히 루크를 바라보던 라이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상처는.. 괜찮은 거니? 많이 다친 거니? 그들이 너에게 무슨 해코지를 하진 않은 거야?"

"아, 그, 그럼요! 괜찮아요!"

심각한 표정의 라이아를 보며 루크가 대충 얼버무려 넘기려 했던 상황이 생각났다. 루크는 멋쩍게 양손을 휘휘 내저으며 괜찮다는 말을 했으나. 무리하게 움직여서일까 몸에서부터 살짝 쓰라림에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으나 급히 표정을 바꾸며 웃어 보인다. 허나 레이니를 비롯해 다른 이들의 시선은 루크의 그러한 모습을 놓치지 않은 듯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