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13화 (213/412)

【213회. 다시 돌아오다】

아직 푸르스름한 기운이 가득 차있는 어스름한 새벽녘이었다. 로제스와 에이리스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친 루크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런 루크와는 다르게 로제스는 푹 자고 일어났는지 개운한 얼굴로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에 비해 루크는 한숨도 못 자 초췌한 얼굴에 눈거미가 짙게 내려 앉아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게 보이자 로제스가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일찍 일어났네? 음~ 어제 그 정도론 아직 모자른 거야? 나도 좀 아쉽기도 한데 말이야?"

로제스가 한쪽 눈을 감으며 다시 색기를 풀풀 풍기며 묻자 루크가 멋쩍게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새근거리며 잠든 사람들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 채 여전히 푹 잠들어있다. 루크는 그들을 한 차례 훑어보다 다시 로제스를 보며 말했다.

"한숨도 못 잤어요..."

"하핫! 그래? 난 잠만 잘 잤는데 왜 못 잤을까?"

로제스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하자 루크에게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런 루크의 모습이 웃기기라도 한 듯이 로제스가 계속해서 키득거렸다. 그때였다. 루크의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지고 곧 에이리스가 몸을 일으켰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에이리스가 잠시 멈춰 로제스와 루크를 보다 이내 얼굴을 붉히자 루크도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일,일어났어요? 하하.."

루크가 멋쩍어하며 묻자 에이리스가 이내 무엇을 결심했는지 루크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크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러자 폭신한 에이리스의 가슴이 루크의 팔뚝에 닿자 그제야 간신히 기세를 잃었던 루크의 하반신에 다시금 피가 쏠리려 한다. 루크는 자신의 팔뚝에 닿는 폭신한 감각에 몸을 흠칫 떨며 놀란 표정으로 에이리스를 바라보았다.

"어,어"

루크가 놀란 얼굴로 에이리스를 바라보다 에이리스의 칠흑 같은 검은색의 눈이 루크에게 향했다. 루크는 한껏 얼굴을 붉혔으나 에이리스의 얼굴은 마치 루크로서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단단히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고 차츰 그녀의 붉은 입술이 열리기 시작하자 괜스레 루크가 마른 침을 삼켰다.

"이제 나도, 로제스처럼 달라질 거야."

"예?"

루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에이리스의 입술이 루크의 입술을 잠시 덮치다 이내 떨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폭신하고도 달콤한 아침 인사에 루크는 얼떨떨한 얼굴로 에이리스를 바라봤고 뒤이어 로제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더 분발해야겠는 걸? 아침 키스라니 나도 해줄까~?"

"하..하하.."

장난기 가득한 로제스의 말이 끝나고 에이리스의 다짐을 듣고 난 뒤였다. 한동안 로제스가 루크를 끌어안으며, 입이며 루크의 볼에 자신의 키스 마크를 남기고 있을 때 소란에 잠에서 깨어난 레이니가 잔뜩 성을 내며 다급히 로제스를 제지함으로 간신히 로제스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던 루크였다.

그렇게 루크에게는 한 차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차츰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들이 그동안의 피로를 요번의 잠으로 풀었는지 개운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자 오직 루크만이 피곤이 찌든 상태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루크의 모습에 안느란테가 걱정을 해왔으나 차마 어제 있었던 일을 말 할 수가 없어 그저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아침을 끝내고 여인들답게 서로를 도우며 몸치장을 했다. 루시 역시 로제스와 엘레니아의 도움으로 화장품을 바르고 새로운 드레스를 입자 루시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어때 루크?"

"예뻐요!"

루크를 보며 한껏 멋을 뽐내는 루시가 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애초에 본판부터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던 루시라 그런지 그렇게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움이 물씬 풍겨 나왔다.

그렇게 서로의 치장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라이아를 비롯해 릴리와 세리스까지 다시금 루크의 방안에 모이자. 뒤이어 크리스티나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다른 이들처럼 화려한 드레스와는 다르게 오늘도 사제들이 입을 법한 흰색의 로브를 입고 조신한 걸음으로 다가온 크리스티나는 살짝 무릎을 굽혀 보이며 모두에게 자신에게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마흐무드의 성녀 크리스티나라고 해요. 어제 들렸어야 했는데, 나름 성녀라는 직책이 꽤 바쁜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지금 찾아뵈었군요"

크리스티나가 가장 어른인 라이아를 보며 인사를 하자 라이아 역시 같이 마주 인사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뒤로 모두의 소개가 끝나자 다시 라이아가 크리스티나의 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루크를 구해주시고 치료해주셨다고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성녀님"

"아, 아닙니다. "

라이아의 말에 크리스티나가 마주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오히려 사자도에서도 그렇고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라이아님! 그리고 말 편히 하셔도 되요!"

크리스티나의 말에 라이아가 잠시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 크리스티나의 모습을 보던 레이니가 조심스럽게 루크의 옆에 서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설마 또 꼬리 치고 다닌 거 아니지?"

레이니의 살기어린 목소리가 루크의 귓가를 타고 심장을 찔러 들어가자 루크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루크는 레이니를 바라보며 다급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럼에도 의심이 가득하고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레이니의 눈빛은 여전히 루크에게 향하자 루크의 몸에 괜스레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 루크의 모습을 보던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호홋 난 또, 루크가 날 두고 또 여인을 늘렸나 했잖아 호호."

"하하.. 설,설마요."

웃으면서 말하는 레이니의 목소리가 왜 이리도 두려울까 루크는 괜스레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으나 다행히도 크리스티나와 자신과의 관계는 레이니가 생각한 만큼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기에 안도의 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런 레이니와 루크가 소근거리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티나가 한 차례 모두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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