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회. 다시 돌아오다】
'저 아이는 검술이고 뭐고 몸에 마나 한점 없는 아이야, 내 힘을 사용할 수 없다고, 너도 알잖아 마리에테도 내 힘을 사용하지 못한 것을.."
"그랬지.."
레오니르의 말에 아리스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마리에테가 내 힘을 사용할 수만 있었더라도 그 흑마법사들은 씨를 말렸을 거야. 너와 나 그리고 세지티리어스만 있다면 말이야.'
"그렇지.. 나 역시도 아쉬웠다. 그래도 네가 잠에서 깨어난 걸 보면 곧 인연이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 기대해 볼 수있진 않겠나?"
'그랬으면 좋겠어. 어디 몸 좀 움직일 줄 알고 내 목소리도 잘 들리는 녀석이 안 나타나려나? "
레오니르가 한탄을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 있을 때였다. 여전히 레오니르를 보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 유일하게 레이니만이 굳어진 표정을 풀며 안느란테를 향해 조그맣게 속삭이고 있었다.
"안느란테! 저 사자가 엄청 대단한가 봐!.."
"네?"
레이니의 말에 안느란테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레이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마리에테인지 뭔지 하는 사람도 저 사자의 힘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잖아. 게다가 루크도 사용하지 못하고... 얼마나 아쉬울까?.. 잠들다가 이제야 깨어난 것 같은데..만약 나였어도 엄청 답답했을 거야. 그렇지 않아 안느란테?"
레이니가 레오니르를 보며 안느란테에게 말하자 안느란테는 오히려 레이니를 보며 더욱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갸웃하자 레이니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못 들었어? 생각해봐 마리에테님이 신물을 만들었을 때는 아주 오래전 일 거 아니야? 그런데 그때도 마리에테님은 저 사자를 사용하지 못했다 했고 그때부터 자신을 알아 봐줄 사람만 기다리며 계속 잠들어 있었다는 거 아니야? 그런데 막상 깨어났는데도 여전하니 안타깝지 않아?"
"저, 전 지금 레이니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걸요..?"
"뭐? 여태 얘기한 거 못들었어? 후.. 안느란테 인간보다 더 좋은 귀를 가지고도 못 듣다니"
레이니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제야 안느란테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표정, 뒤이어 고개를 돌리니 조용히 있던 세리스와 릴리의 표정도 아리송한 표정으로 레이니를 쳐다보자 레이니가 잠시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정말 아무도 못 들은 거야? 저 둘의 얘기를?"
레이니의 목소리가 조금은 커져 올라 의문을 표하자 엘레니아 역시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레이니에게 대답했다.
"레이니.. 우린 여태 아리스 혼자 떠드는 걸로 보였어. 그런데 넌 저 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말이야?"
"어.. 뭐? 정말?"
엘레니아의 말에 오히려 레이니가 의아함을 표출했다. 그러자 루크를 비롯해 크리스티나와 아리스까지 레이니에게 시선이 쏠렸고 뒤이어 레오니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레이니를 바라봤다. 그러자 레이니가 어색하게 뒷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 보이자 레오니르가 몸을 날려 레이니 앞에 다가왔다.
"꺅!!"
"엄마야"
뒤이어 놀란 라이아를 비롯해 엘레니아와 안느란테까지 모두 레오니르 곁에서 멀어졌으나 레이니만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레오니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정말이야? 내 목소리가 들린다는거?'
레오니르의 말에 놀란 레이니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러자 레오니르의 커다란 입이 길게 찢어지며 기쁜 듯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크도 놀란 반 기쁨 반의 표정으로 레이니에게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누나? 레오니르님의 목소리가 들려요?!"
"으, 응? 뭐가 잘못 된거야?"
"아니에요! 이렇다면 레오니르님 혹시 누나가 레오니르님의 계약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신난 루크가 레오니르를 향해 묻자 레오니르가 레이니를 위아래로 훔쳐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모르지! 이봐 너! 느껴지는 기운이 루크와는 다르게 검 좀 다루는 것 같은데...맞나?'
"예?.. 아 예! .검을 배우긴 했어요"
레오니르의 물음에 얼떨결에 레이니가 대답하자 레오니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루크에게 소리쳤다.
'이봐 루크! 여기 칼부림 좀 할 수 있는 곳 없나?'
레오니르의 말에 루크가 급히 크리스티나를 향해 묻자 크리스티나가 대답했다.
"있어요 성기사님들이 훈련을 하는 연무장이 있어요"
'좋아! 당장 거기로 가지.'
레오니르의 말에 얼떨결에 모두가 성기사들이 기거하고 있는 숙소로 향해야 했다. 그러자 한창 훈련을 하던 성기사들이 멈추고 갑자기 나타난 사자를 보며 놀라 하며 경계를 했으나 이내 크리스티나의 말에 모두가 금방 납득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뒤이어 잠시 요양을 하던 쥬디스까지 모습을 드러내 연무장을 터주라 하자 이내 레이니와 레오니르만이 연무장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형식으로 성기사들을 비롯해 처음 보는 사자에 호기심을 느낀 사제들까지 많은 수의 사람들이 연무장에 한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가 들리니 첫 번째는 통과야, 두 번째는 날 쓰러트리는 거지 네가 만약 날 이긴다면 너와 계약을 맺던 네가 내 주인이 되던 난 상관하지 않겠다. 어때?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아?"
"만약 제가 진다면요?"
'별거 없어 그때는 끝인 거야. 넌 나와 계약을 맺을 수 없을 뿐이고 넌 신물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거지 어때 도전해보겠어?'
레오니르의 말에 레이니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예! 해보겠어요!"
매번 루크를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신도 신물을 얻어 루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레이니는 지금의 상황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당돌한 레이니의 모습에 레오니르가 만족스러운지 크게 포효 뿜어내자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레이니 역시 레오니르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는 표정에 잔뜩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좋다 좋아! 무기는 무엇을 쓰지?'
"검입니다"
'그렇다면 검을 들어라.'
레오니르의 말에 레이니가 급히 언제나 가지고 다니던 애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레오니르가 레이니를 향해 일갈했다.
'그 복장으로 싸울 수 있겠는가?'
레오니르의 말에 레이니가 고개를 내려 자신의 복장을 바라봤다. 루크와 있음에 한껏 치장한 드레스는 불편하게도 바닥까지 길게 이어지 품도 펑퍼짐해 움직이기가 여간 쉬운 옷은 아니었다. 레이니는 자신의 복장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하다 이내 무언가 결심했는지 레오니르를 향해 중얼거렸다.
"... 그렇다면.."
레이니는 주변의 시선에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드레스 밑단을 쭉 찢어내자 기다랗고 하얀 다리가 모습을 드러내 얼굴을 붉혔으나 움직임은 전보다 편한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다시 레오니르를 향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