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회. 다시 돌아오다】
"이,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좋아! 선수를 양보하지 언제든 와도 좋다!'
레오니르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레이니는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동시에 들려진 검은 빠르게 레오니르의 거대한 얼굴을 향해 찔러 들어가자 레오니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허공에 몸을 띄었다. 동시에 레오니르의 입가에 빛이 일렁이더니 기다란 장검이 생겨나며 레오니르의 입에 물렸다.
'좋은 빠르기다!'
손쉽게 레이니의 찌르기를 피하며 레오니르가 소리쳤으나 레이니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허공으로 몸을 띄운 레오니르를 향해 허리를 틀어 검을 위로 추어올리자 레오니르는허공에 있어 피하는 대신 입에 물린 검으로 레이니의 검을 쳐내야 했다.
서로의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연무장을 크게 울렸고 레이니가 살짝 저려오는 손목에 인상을 찌푸렸다.
뒤이어 땅에 사뿐히 착지한 레오니르를 향해 레이니는 다시 한번 자세를 잡고 검을 휘둘렀다.
태양 빛을 칼날에 머금고 한 차례 번뜩인 레이니의 검이 횡 방향으로 그어졌다. 레오니르는 간단하게 고개를 틀어 레이니의 검을 막아내자 잠시 둘의 검이 맞부딪치며 움직임을 멈추자 레오니르의 목소리가 다시 레이니의 귓가에 울렸다.
'속도는 만족스럽지만, 검에 실린 힘이 한 없이 부족하다'
레오니르의 말이 끝나고 레오니르가 한차례 고개를 흔들자 레이니의 검이 긁히듯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었고 레이니 역시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을 질을 쳤다. 그만큼 레오니르의 힘은 레이니가 받아내기엔 꽤 차이가 크게 나 레이니의 손이 점차 아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칫! 아직 끝이 아닙니다. 힘이 부족하면 흘려 보내면 그만!"
'당연해야지'
혀를 차며 잔뜩 흥분한 레이니가 오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자 레오니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며 같이 외쳤다. 동시에 레이니의 발이 바닥을 다시 한번 박차고 레오니르에게 쇄도해 들어가자 레오니르가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쇄도해 오는 레이니를 눈으로 쫓았다.
한편 둘의 싸움을 보던 쥬디스는 자신보다 어려 보이고 여리게 보이는 레이니를 보며 연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 놀람은 성기사들 사이에서도 퍼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연약해 보이는 여성의 몸으로 저렇게 빠르고 호기롭게 모습을 보이는 것에 놀랐는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에 숨겨진 날카롭고도 강인한 검술 실력은 레이니라는 여성을 다시 보게 해주었고 절로 호승심을 일게 해주자 여기저기서 레이니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레이니 역시 응원소리가 들렸는지 들뜬 마음에 검을 치켜들며 레오니르를 향해 호기롭게 검을 뻗어 내기 시작했다.
"하앗!"
기합성을 토해내며 모두의 응원을 등에 업은 레이니의 검이 레오니르의 갈기를 한차례 훑어 지나갔다. 레오니르는 그러한 레이니의 모습에 흥미로운 얼굴을 하며 몸을 허공에 띄어 레이니가 만들어낸 거리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아스란가의 검술을 배운 레이니답게 쉽사리 레이니의 영역에 레오니르가 벗어나게 하지 않으려 했다.
급히 뻗은 검을 회수하고 곧게 뻗은 다리를 돌려 축을 다른 다리로 옮겼다. 동시에 뒤로 틀어진 허리와 회수한 검은 다른 손에 들려 뒤로 돌아간 레오니르의 미간을 노리고 쇄도해 들어왔다.
마치 기예와도 같은 움직임에 레오니르의 표정에 점차 흥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쉽게 놓치지 않겠어요!"
레오니르가 고개를 틀며 자신의 미간을 향해 날아오는 레이니의 검을 쳐 내었다. 아니 쳐 내었다고 생각했으나 레이니가 교모하게 검날을 비틀어 흘려내고 있었다. 그럼에 레이니의 손은 레오니르와 부딪친 충격을 덜 받게 되엇고 계속해서 레오니르를 향해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유연한 몸은 어떠한 자세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아 레오니르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여러 방면에서 검날이 쇄도해 오자 레오니르의 발걸음이 차츰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대단해요!"
그런 레이니의 모습을 보던 크리스티나를 비롯해 성기사들이나 사제들의 응원소리도 커져만 갔다. 쥬디스 역시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레오니르와 레이니의 결투에 점차 호승심을 자극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친 자신의 몸이 아쉽기까지 했다.
한편 본격적으로 시작하는지 레이니의 검에 푸르스름한 검기가 맺히기 시작하자 레오니르의 표정이 놀람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호! 꽤 괜찮은 실력 갖추고 있다 생각했더니 이젠 검기까지 사용할 줄이야! 이거 더 기대되는구나!'
"핫!"
레오니르의 외침에 레이니가 기합성을 토해 내었다. 뒤이어 레이니의 검이 이번엔 종으로 베어지자 푸르스름한 검기가 칼날을 타고 레오니르에게 쇄도해 오기 시작했다.
'검기라면 나 역시 검기로 받아내 주어야 겠지!"
그런 레이니의 검기에 레오니르도 입에 물린 검에 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하자 레이니와는 차원이 다른 짙은 기운이 검에 맺히기 시작했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레이니의 검기, 레오니르는 레이니의 검기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그대로 입에 물린 검을 허공을 향해 그어내자 거대한 검기가 레이니의 검기를 삼키고는 곧장 레이니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레이니는 레오니르의 검기를 보며 급히 마나를 이끌어내 힘겹게 검기를 막아냈으나 그 힘의 크기는 레이니가 받아내기엔 꽤 힘들어 보였다. 결국,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나서야 간신히 그 힘이 약해진 레오니르의 검기에 그나마 막아낸 레이니가 다시 레오니르를 향해 검을 들어 올리려 할 때였다.
레오니르가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자 이제 봐주는 건 여기까지다.'
"아!"
레오니르의 검이 눈으로 쫓기엔 힘들 정도로 빨랐다. 조금 전 까지는 마치 맞보기에 불과 했다는 듯이 레오니르의 움직임이 아까와는 차원을 달리 하자 레오니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 경악성이 토해져 나왔다.
레이니 역시 갑작스레 기세가 변한 레오니르를 보며 다시 한번 잔뜩 긴장한 눈을 하며 레오니르의 몸을 쫓고 있었고 다시 한번 검에 기운을 담으려 하자 레오니르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서서히 만족스럽게 모인 기운에 레이니가 몸을 날려 달려오는 레오니르의 신형을 정확히 베었다고 생각했다. 분명 형상으론 레이니의 검에 베여 쓰러져있어야 할 레오니르가 이상하게도 보이지 않았다.
뒤이어 뒤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기운에 레이니가 급히 몸을 틀어 검을 베었으나 어느샌가 모습을 감춘 레오니르는 레이니의 뒤를 점하며 그 볼품 없는 검날을 레이니의 목에 언저리에 멈춰놓고 있을 뿐이었다.
'검기를 사용하는 것은 좋았으나... 오히려 그 검기를 사용함에 처음에 보였던 빠른 몸놀림과 검술이 쓸모가 없어졌군! 아쉽지만 끝이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