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회. 다시 돌아오다】
성기사들을 비롯해 레이니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들려왔다. 동시에 레이니의 표정에도 짙은 아쉬움과 함께 분한 감정이 가득 차오른 듯싶었다.
'검기는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쓰지 말아라. 빈틈이 많아! 너보다 강한 사람에겐 큰 빈틈으로 보이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어"
레오니르의 말에 레이니는 분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검술과 유연한 몸, 빠르기만으론 레오니르를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아 나름 최후의 보루였던 검기를 보인 것인데 그 행동이 자충수가 되어 돌아와 지게 된 것이 꽤 분하고 아쉬운듯 하다. 뒤이어 레오니르의 입에 물린 검이 다시 모습을 감추었고 레오니르가 크게 포효하며 결투가 끝났음을 알리자 이내 루크를 비롯해 아스란가의 사람들이 레이니에게 달려왔다.
"괜찮아요 누나?"
한달음에 레이니에게 달려간 루크가 레이니를 보며 묻자 레이니가 아쉬운 모습으로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미안.. 루크 졌어..."
잔뜩 풀이 죽은 그녀의 모습이 꽤나 불쌍해 보였다. 루크는 그런 레이니의 등을 토닥이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정말 굉장했어요. 모두 누나를 응원했는걸요!"
"하지만 진걸.."
루크의 위로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레이니의 대답에 조용히 듣고 있던 레오니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쩌면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이 몸으로 검술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얼마나 축적 되었는지 알긴 하는가?'
레오니르의 말에 레이니가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400년이 넘어! 그리고 에고가 생기기 전 나의 검을 사용하던 모든 주인들에 경험까지 더 한다면 수백년의 걸친 경험이 내 몸과 머릿속에 축척되어 있다는 거지 그런 나를 네가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껄껄!'
"그런..그러면...하아.."
레이니가 허탈한 표정이 되어 뒷말을 흐리자 이번엔 루크가 인상을 쓰며 레오니르에게 톡 쏘아붙이듯 일갈했다.
"그럼 사기잖아요! 레오니르님 이 세상에 검술로 당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한거에요?"
루크의 말에 레오니르가 껄껄 웃으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루크와 레이니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기도 하겠군 허허헛! 하지만 약속은 약속! 그녀는 날 이기지 못했으니 끝이다.'
여전히 콧방귀를 뀌며 레오니르가 단호하게 일르자 루크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레이니는 역시나 허탈하고도 분하고 또는 아쉬운 감정까지 만감이 교차하는 상황에 루크가 잠시 레이니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좋아요! 레오니르님 이렇게 끝내는 것도 아쉬운데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무슨 말이냐?'
"레이니 누나랑 같이 있으면서 레오니르님의 경험과 검술을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나중에 지금처럼 대련을 하는게 어때요? 어차피 지금 현재로서는 레오니르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저와 누나뿐이지만 전 검술을 배울 수 없는 몸이잖아요 어때요?"
루크의 말에 레오니르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하 내가 날 이길 사람을 직접 키우란 소리냐?'
"맞아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언제고 레오니르님을 이길 사람이 나타나겠어요? 아마 평생을 가도 못 이길게 분명해요!"
루크가 톡 쏘아붙이며 말하자 레오니르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이내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흠.. 그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내가 왜 진작에 이 생각을 하지 못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잠들어있을 필요도 없었잖아? 마리에테는 왜 이런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은거야?"
루크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하던 레오니르가 잔뜩 인상을 구겼다. 오늘 따라 자신의 머리가 이렇게 나빴는지 심히 의심이 들다가 그 원망이 마리에테에게 향하자 루크의 표정에 미소가 그려졌다.
"어때요 누나는?"
루크가 이번엔 레이니를 향해 묻자 레이니로서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레오니르님! 저도 부탁드립니다!"
레이니가 레오니르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부탁해오자 레오니르가 잠시 레이니를 바라보다 루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정을 내렸는지 크게 포효를 내지르고는 말을 이었다.
'좋아! 하지만 기간은 내 목소리를 들을 다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다. 어떠냐?'
"좋습니다!"
레이니가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레오니르의 입가가 길게 찢어지며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레오니르의 말에 그제야 아쉬움이 남던 레이니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고는 루크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리자 루크 역시 레이니를 마주 보며 웃어 보이자 레오니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너무 일찍 좋아하진 말아! 아직 레이니 널 인정한 건 아니니 언제든 날 잃을 수 있다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어요! 저도 계속 노력하겠어요! 지금 당장에라도 훈련을 하고 싶은 걸요!"
레이니의 표정이 금세 사뭇 진지하고 비장하게 변했다. 마치 당장에라도 수련을 하고 싶다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으나 레오니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훈련은 다음에 하지 여긴 구경꾼도 너무 많지 않은가? 게다가 계속 모습으로 있어도 괜찮겠는가? 지금 시대는 여자가 꽤 대담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