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20화 (220/412)

【220회. 다시 돌아오다】

비좁은 방벽 위에 데미아스가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데미아스의 허리에 뽑힌 기다란 검이 번뜩이자 한 몬스터의 머리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지켜라!!"

뒤이어 사무엘이 데미아스를 따라 소리쳤고 공성 탑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우선적으로 공성 탑을 부숴라!!"

지크문드 역시 다시 마나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엔 스파크가 아닌 이글거리는 화염이 지크문드의 주변을 불태우며 공기를 태워 갔고 차츰 모여진 불꽃은 거대한 크기의 동그란 구가 되어 공성 탑을 향해 이글거리며 거대한 불꽃의 아가리를 벌리다 이내 공성 탑을 향해 나아가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고통에 겨워하는 몬스터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불꽃의 구에 부숴진 탑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부서진 탑에 타고 있던 몬스터들을 비롯해 적군들이 불꽃에 타오르며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시체를 이루기 시작했고 지크문드의 마법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뒤이어 공성 탑을 타고 방벽 위로 올라온 거대한 괴수가 지크문드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 날렵한 몸놀림, 거대한 괴수의 기다란 손톱으로 방패 병을 비롯해 궁수들을 갈갈이 찢어 놓으며 가장 위험인물로 인식했는지 다른 이들을 무시한 체 오직 지크문드를 바라보며 달려오기 시작하자 지크문드가 다급하게 마나를 일깨우려 했다.

"흠!"

그러나 연이은 거대한 마법과 이어진 전투에 마나는 쉽사리 모이지 않아 시간이 필요했다. 그에 비해 괴수의 빠른 몸놀림은 어느새 지크문드의 지척에 가까워질 때였다.

괴수가 몸을 날려 지크문드를 향해 우악스런 손을 뻗으려 할 때였다. 빛이 번뜩이며 괴수의 손이 깔끔하게 잘려나가자 지크문드의 눈이 커졌다. 연이어 몇 번이나 빛이 번뜩이자 괴수의 몸이 반으로 갈리며 목이 잘렸고 지크문드의 입에서 안도의 숨이 흘러 나왔다.

"아버지!"

언제 자신의 앞에 있었는지 나서스가 검을 뽑아든 상태로 지크문드를 보고 있자 지크문드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마법대신 검을 배운다고 했을 때 내가 그리도 말렸건만 이젠 그 선택을 후회할 수 없겠구나?"

"하핫."

툴툴거리는 지크문드의 말에 나서스가 멋쩍게 웃어 보이고 다시 검을 들어 보이려 할 때였다. 차츰 뒤로 빠지기 시작하는 공성 탑들과 적군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나를 이끌어내려던 지크문드가 인상을 쓰며 마법을 캔슬했다.

"또 간만 보고 빼려는 심보군.. 그에 비해 우린 꽤 피해를 입었어.."

지크문드의 말에 데미아스가 다가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자신의 주위에 있는 병사들을 한차례 훑어 봤다. 마법사들은 마나 소모가 컸는지 잔뜩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궁수들도 계속해서 이어진 전투에 손이 떨리는 것이 꽤 지쳐 보였다. 게다가 방벽 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시체들이 보이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데미아스, 병사들이 많이 지쳤네 계속 이런 무의미한 습격이 이어지면 완전히 지쳐 제대로 된 싸움이 되지 않을 거야."

지크문드의 말에 데미아스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처음 보았던 병사들에 비해 지금의 병사들은 몸과 마음으로 많이 지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창백해진 안색과 그늘진 눈빛, 축 처진 어깨가 그를 증명했다. 그런 병사들을 훑어 보던 데미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사무엘, 나서스!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거라 음식도 고기와 적당량의 술도 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네"

사무엘과 나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초병을 설 몇몇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병사들을 집합시키기 시작했다. 데미아스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점차 멀어지는 메세츠데의 적군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지크문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버티는 것도 한계가 올거네.."

"그래.."

"방금도 우리가 이겼는데 그 누구도 좋아하거나 환호성 하나 지르는 병사가 없었네 모두가 알고 있는 거야 그들이 다시 돌아올 것을 아직 본격적으로 싸운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무의미한 희생이 계속되고 있어.. 사기가 좋지 않아.. 만약 이러다가 정말 방벽을 넘을 비행 몬스터라도 보이게 된다면..."

지크문드가 씁쓸하게 뒷말을 흘렸다. 데미아스 역시 이 심각한 상황에 반전에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발리스타의 보급과 마흐무드의 지원군, 그리고 루크가 만들었던 무기에 대량 생산이 중요할지도 모르겠군 우리 군의 반전에 계기가 되어 사기를 끌어 올렸으면 좋겠네"

데미아스의 말에 지크문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벽을 내려가자 곧 병사들에게 휴식을 준 나서스와 사무엘이 다가왔다.

"병사들은 어떠하더냐?"

지크문드의 말에 사무엘이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지쳐 가고 있습니다. 벌써 몇 달째 계속되는 전투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지원 군이 더 필요 합니다.."

"역시..."

지크문드가 탄식을 자아내며 대답했다.

"다행히 이렇다 한 문제는 없지만 자칫하다간 탈영병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만한 방법을 따로 강구해야 합니다."

나서스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지크문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만큼 병사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이 적진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기에 데미아스가 사무엘에게 일렀다.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아직 메세츠데 제국의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고 정보 상인들이나 길드 조차 메세츠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하니 지금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마흐무드에 지원군이 올것임이 분명하기에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사무엘, 나서스 병사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거라. 충분한 휴식을 주며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해주거라."

데미아스의 말에 사무엘과 나서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너희도 가 쉬어라."

지크문드가 지친 걸음을 옮기며 말하자 사무엘과 나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져 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