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21화 (221/412)

【221회. 다시 돌아오다】

벌써 며칠째 이어진 우중충한 하늘은 지금도 그러했다. 햇빛을 보지 못한지 며칠째, 우중충한 회색빛의 하늘은 메세츠데의 거대한 홀을 회색빛으로 물들이고 있어 절로 우울한 기분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무언가 내릴 듯하나 그러지 않았다. 마치 하늘이 무언가 기다리듯 우중충한 하늘은 밝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회색빛이 만연한 거대한 홀 안, 뒤편으로 메세츠데를 상징하는 문양이 거대하게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철로 된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 철로 이루어진 의자에는 클루드가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클루드의 표정은 한 없이 진중해 보였고 가쁜 숨은 멈추지 않았다.

"후우.. .후우.."

아직 익숙지 않은 벨리알의 힘을 다스리기 위함인지 연실 멋대로 흘러나오는 벨리알의 힘이 계속해서 클루드의 몸에 벗어나 허공을 채운다. 그럴 때마다 클루드의 마음에 조급함이 자리 잡으며 인상을 썼다.

그의 손에 들린 아귀의 스태프는 계속해서 벨리알의 힘을 흡수하며 클루드의 마나에 동조하게 도와주었고 클루드의 심상에선 계속해서 벨리알이 자신의 힘을 컨트롤 할 수 있게 클루드를 도와주고 있었으나 멋대로 새어 나온 벨리알의 힘은 그 양을 더해가자 클루드의 표정에 짜증이 서렸다. 그러자 절로 소름이끼치는 벨리알의 목소리가 클루드의 뇌리에 흘러 들어왔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 내 힘을 거부하지 말거라.. 받아들이거라 흘러가게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흘러나간 힘을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공포심과 분노가 너에게 무한한 힘을 줄 테니 말이다.'

쇳소리가 가득한 기분 나쁜 음성이 클루드의 뇌리에 울리자 땀으로 흥건히 젖은 클루드의 모습에 서서히 비릿한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하자 벨리알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끌끌끌..넌 아주 잘하고 있다. 그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라 끌끌 이미 흘러나간 힘은 잊고 새로운 힘을 받아들여라.'

'기대해 주십시오 원하시는 자유 얻게 해드리겠습니다.'

'끌끌'

벨리알의 목소리에 클루드가 상념으로 대답하자 벨리알의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클루드의 귓가를 울렸다. 뒤이어 클루드의 마나와 동조 된 벨리알의 힘이 차츰 클루드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자 클루드의 주변에 작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알 수 없는 섬뜩함과 함게 모든 것들을 얼려버릴 한기가 물씬 풍겨오기 시작하자 그 섬뜩한 힘은 거대한 홀 안을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고 우중충한 회색빛의 홀에 서서히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큭..큭큭."

아직 클루드에게서 빠져나가는 힘은 많았으나 적게나마 차곡차곡 쌓여 가는 벨리알의 힘을 느끼며 클루드의 얼굴이 기괴하게 찢어지며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클루드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하는 모습이 보이자 클루드는 자신의 연공이 방해받았다는 생각이 들자 미소를 그리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여전히 벨리알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던 클루드가 대답 없이 고개만 들어 보인다. 그러자 보이는 자는 중년의 사내였다. 중년의 사내는 클루드의 시선을 받으며 곧장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전장의 소식입니다. 오늘도 윈랜드를 공격하고 퇴각했다는 소식입니다."

중년의 사내의 말에 험상궂은 표정을 짓던 클루드의 표정이 펴지며 물었다.

"적들의 상태는?"

쇠가 긁히듯 잔뜩 가래가 낀 목소리로 말하는 클루드의 목소리에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은 중년의 사내는 전혀 괘념치 않은지 그 무표정한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완전히 지쳐있다는 정보입니다. 아즈문의 병사들 사이에서 충분한 두려움과 공포심이 가득 차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큭큭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어.. 그들의 두려움과 공포심은 곧 내 힘이 될 테니.. 큭큭. 우리가 준비한 것은?"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클루드가 다시 묻자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순조롭게 와이번들을 길들이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충분히 전장에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큭큭 좋아 아주 좋다, 그들에게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심을 심어 줄 것이다. 어쩌면 그 와이번 부대로 인해 윈랜드가 함락될지도 모르겠지! 큭큭."

공포에 차 벌벌 떨 병사들과 데미아스의 얼굴을 생각하며 클루드가 즐거워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와이번 부대를 지휘할 사람은... 누가?"

뒤이어 중년 사내가 다시 묻자 한참 웃던 클루드의 웃음소리가 뚝 하니 그치고는 잔인한 미소를 그려 보이며 나긋하게 얘기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준비하겠다.. 생각해 둔 방법이 있으니 너희들은 와이번을 길들이는 일이나 신경 쓰거라 큭큭."

"알겠습니다."

"더 할 말이 있는가?"

"아닙니다."

"그럼 가보거라. 난 아직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야.."

클루드의 명에 중년 남성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다시 몸을 날려 홀에서 모습을 감추자 클루드가 웃음소리가 점차 커져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미친 듯이 광소를 보이다 차츰 웃음기가 가시며 벨리알을 불렀다.

"벨리알이여, 우리 측을 이끌 마계인들을 소환해야겠습니다."

'가능하다, 내 힘이 있다면 무엇이든.. 그러니 어서 내 힘을 너의 것으로 만들 거라.'

벨리알의 목소리가 클루드의 귓가를 울렸다. 클루드는 다시금 비릿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벨리알이시여! 큭큭.."

잠시 멈췄던 힘의 흡수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귀의 스태프가 흙색의 빛을 발하며 클루드의 몸에서 빠져나가려는 벨리알의 힘을 흡수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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