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회. 다시 돌아오다】
또다시 날이 밝았다. 모두가 새로운 날의 시작을 알리는 햇빛을 받으며 일어났고 오랜만에 서로 웃으며 아침을 맞이했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마흐무드에서 구매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뒤이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며 모두가 방안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누군가 루크의 방문을 두들기자 루크가 의아함을 가득 안고 방문을 열었다.
"아.. 누구?"
"길론 사제라고 합니다. 여기.. 루크님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방문을 노크하며 들어온 한 사제가 하나의 편지를 루크에게 건네자 의아한 표정으로 루크가 받아 들었다. 솔직히 지금 이곳에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누가 보낸 거죠?"
"저로서는 알지 못합니다."
루크의 말에 길론이란 사제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그 말을 뒤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안을 나서자 모두의 시선이 루크에게 들린 편지로 쏠렸다.
"누구 편지야?"
루시가 궁금한지 종종걸음으로 루크에게 다가와 묻자 루크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조심스럽게 편지 뒷면을 바라보자 곧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익숙한 글씨체 살짝 날림체가 있는 글씨는 루크에게 익숙한 글씨체였고 그 글씨체로 쓰여진 이름 역시 루크에게는 너무나 익숙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자신에게 보낼 편지가 있을까? 싶어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모두를 보며 말했다.
"루소에게서 온 편지인데요?"
"집사 루소가?"
루크의 물음에 레이니가 되묻자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지를 뜯어 읽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으로 편지를 읽어가던 루크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루크의 표정에 모두의 시선에서 궁금함이 가득 차올랐고 그러다 궁금증을 참지 못했는지 레이니가 다가와 루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
"그게.. 추기경님이 얘기 했던 것처럼 윈랜드가 많이 힘든가 봐요 아버지께서 제가 만들었던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있네요...이거, 아마도 제가 윈랜드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뭐? 굳이 네가 갈 필요는 없잖아?"
갑작스런 루크의 말에 엘레니아가 표정을 찌푸리며 되묻자 루크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제가 만든 물건이에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맡기기도 힘들고 지금 당장 가르치기도 힘들어요 제가 직접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애초에 그건 폭탄이라.. 여기서 직접 만들어 보내기엔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자칫 잘못하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게 분명해요 차라리.. 재료를 가지고 윈랜드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더 안전하고 빠른 방법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직접 가면 만드는 방법을 부대의 사람들 중 손재주가 좋은 사람에게 가르쳐 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위험해! 왜 자꾸 위험한 곳으로 가려는 거니!"
잔뜩 인상을 찌푸린 라이아가 나서서 루크를 말리려 했으나 루크의 시선엔 여전히 편지에 쏠려 있었다. 그러자 라이아가 루크의 편지를 강압적으로 뺏어 들고 읽어가자. 그 편지에 내용에는 한시라도 빨리 루크가 만들어낸 무기가 필요하다는 말과 메세츠데의 상황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사기가 한껏 내려간 병사들과 매일 몇 번씩 기습해오는 적들의 행동에 루크의 무기가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라이아가 인상을 구겼으나 차마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 그곳엔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있어요, 엘레니아 누나! 알잖아요 그곳엔 사무엘님과 지크문드님도 있다는 것을... 제가 직접 가야 해요 게다가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을 거에요 제가 직접 전투에 나서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 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있으면 제가 그 사람을 가르치면 금방 돌아올 수도 있어요!"
진중한 표정으로 외치는 루크의 호소가 닿은 것일까?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말리려던 엘레니아 역시 자신의 아버지인 사무엘과 지크문드가 루크의 입에서 나오자 이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엔 혼자 보내지 않을 거야"
단호하고 고집스런 루크의 외침에 레이니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루크의 팔을 붙잡으며 대답했다.
"저도 이번엔 혼자 가려 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혼자 보내지도 않을 거잖아요?"
"저도 같이 갈 거에요!"
뒤이어 안느란테를 비롯해 엘레니아도 나섰다. 뒤이어 릴리와 세리스도 나서려 했으나 라이아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제지하자 금세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마음만 따라가겠다고 한다.
"좋아! 그럼 난 재료와 물자 지원을 해줄게! 아스란가의 나달 상단과 우리 메르니스 상단이 재료를 보급하면 빠르고 많은 양의 재료들을 모아 올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게 내가 널 도와줄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호홋! 난 레이니나 엘레니아 처럼 강하진 않으니깐!"
"고마워요 누나!"
로제스의 말에 루크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하자 로제스가 방긋 웃어 보인다.
"당연한 거잖아 넌 내 것이니깐 루크가 잘못되면 안되지 안 그래?"
"아, 하.. 하하.."
로제스의 눈이 미소를 그리면서 매혹적으로 변해 간다. 어떨 때 보면 로제스는 인간이 아닌 서큐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저 매혹적인 웃음과 행동 하나하나 저 고운 손가락으로 루크의 볼을 훑어가는 모습까지 루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루시와 레이니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변해갔다.
"또!"
이번엔 보다 못한 안느란테까지 나서서 루크와 로제스의 사이를 가로막자 루크가 괜스레 머리를 긁적였다.
"칫 방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루시까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루크가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준비가 끝나는 데로 가죠!"
"잠시만.. 나도 이번엔 같이 갈게."
그때였다.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던 에이리스가 앞으로 나서며 루크에게 묻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에이리스를 바라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따라나서기보단 루크를 걱정하는 마음에 좌불안석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였으나 이번만큼은 무언가 결심한 것인지 단호한 기색이 역력했다.
"에이리스님 위험할지도 몰라요"
"괜찮아.. 언제나 기다리지 않을 거야 이번엔 너와 같이 있고 싶어! 그리고 나 역시 신물의 주인이야!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
에이리스의 말에 루크가 얼굴을 붉힌다. 뒤이어 에이리스가 로제스를 바라보자 로제스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려졌다.
"어차피 위험한 건 에이리스님이나 루크나 똑같으니. 위험하다고 못 가게 할 건 없지."
"하. 하지만 어머니!"
이번엔 릴리가 에이리스를 불렀으나 에이리스의 표정에는 이미 확고한 결심을 했는지 릴리가 한숨을 푹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에휴.. 알아서 하세요, 어차피 모두 다 같이 가는데 제가 가지 말라고 해도 안 가실 것도 아니고."
"미, 미안하구나 릴리. 그게.."
"괜찮아요. 어차피 전 세리스도 있고 라이아님도 있으니깐요"
릴리가 세리스와 라이아를 바라보자 라이아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에이리스는 살짝 자신의 딸인 릴리를 너무 생각하지 않아 무심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릴리의 표정은 그런 에이리스를 충분히 이해해주는 듯하다.
릴리로서도 아무리 봐도 지금 가장 루크에 여인들 중 가장 밀리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어머니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에이리스는 여러모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릴리는 위험하더라도 에이리스가 루크를 따라가는 것에 방해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도 갈게!"
뒤이어 루시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루크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루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돼요"
"흥! 싫어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