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30화 (230/412)

【230회. 다시 돌아오다】

어두운 방안, 메세츠데 황성에 황제가 기거하는 방답게 화려하게 꾸며진 방안은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사방이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한 방 안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창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어떠한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림과 함께 검은 실루엣이 창문을 타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침대 위에 누워있던 클루드는 마치 누군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클루드의 눈은 더이상 인간의 눈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짐승의 눈처럼 검은색으로 가득 차 흰자가 보이지 않은 눈과 눈동자는 마치 뱀의 눈처럼 변해 있었다. 그러한 눈을 가진 클루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암흑만이 가득한 방 안에서 클루드의 눈이 번뜩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거지?.."

클루드의 기괴한 눈이 한 차례 창문을 향하다 이내 어둠이 가득한 방 안 구석으로 향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차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녹색의 로브를 푹 눌러쓴 여인, 언뜻 모자를 타고 옆으로 흘러내린 은발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지만 어두운 분위기에 모자까지 푹 눌러쓴 상태라 여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클루드는 그 여인이 누군지 아는지 점차 표정을 기괴하게 일그러트리며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마리에테.."

녹색의 로브를 입은 여인에게 마리에테라 부른 클루드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마리에테는 얼굴을 가리던 자신의 녹색 로브를 걷어냈다. 그러자 보이는 하얀 피부와 푸른 눈동자, 기다린 귀 머리는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으나 그 아름다움을 다 감추지 못한 은발이 그녀의 하얀 얼굴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끌끌... 몇 년 만이더라.."

클루드의 쇳소리가 가득한 목소리에 마리에테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러고는 품속에 하나의 구슬을 꺼내 보이며 그 붉은 장미와도 같은 입술을 열며 대답했다.

"그대는 정녕 인간이길 포기했군요"

서서히 빛을 내는 구슬 클루드의 얼굴엔 여전히 비릿한 미소가 가시지 않았고 행동에는 여유가 넘쳤다. 게다가 마리에테가 꺼낸 구슬을 보며 반가워하는 기색까지 보이자 마리에테의 아름다운 얼굴이 조금은 찌푸려졌다.

"진실을 밝히는 힘이던가?... 내 진정한 모습을 보고 싶은가 보군.."

마리에테의 손에 들린 구슬이 점차 빛을 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점차 강해지며 빛은 클루드의 방을 완전하게 밝혀 주기 시작했다, 동시에 빛에 비친 클루드의 형상 뒤에 길게 늘어진 검은 그림자는 클루드와는 다른 형태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그 붉은 눈을 부릅뜨며 마리에테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리에테는 클루드의 그림자에서 보인 붉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의 몸에 절로 한기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며 알 수 없는 추위에 살갗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큭큭."

"악마의 힘.. 결국... 그대는 악마를 불러내었군요..아니.. 악마가 되어버린 건가요?"

"마계 인으로부터 비굴하게 얻어낸 힘으론 네가 만들어낸 신물을 이겨내지 못하기에.. 생각한 방법이었지.. 악마에게 대가를 주고 난 힘을 얻었다. 아니 신이 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큭큭."

"그 대가가 무엇이죠?"

마리에테의 물음에 클루드의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그러고는 그 혐오감과 불쾌감이 드는 눈으로 마리에테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혀를 날름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도 잘 알텐데 .. 마리에테? 또 다른 신이 현세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나와 레이먼드가 준비했던 의식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말이야! 안타깝게도 성녀에 방해가 있었지만 난 알 수 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지. 레이먼드가 그렇게 공을 들인 의식이 실패할 리가 없다는 것을 말이야! 큭큭""

"당신... 악마와 거래를 한 사람의 끝을 당신도 알 텐데 말이지요?"

마리에테가 쏘아붙이며 클루드에게 일갈하자 클루드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 웃음소리는 점차 커지더니 굉소를 보이기 시작했고 마리에테를 향해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치자 마리에테의 몸에 절로 소름이 돋아났다.

"알다마다!! 잘 알고 있다 마리에테! 하지만 내가 그따위 것에 두려워할 것 같은가?! 이 내가? 이 클루드님이!! 난 이제 복수와 공포 그 자체가 되었다.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의 공포를 먹고 살고 분노가 나의 힘이 된다. 넌 이 느낌을 모를 것이다! 난 이 세계에 신이 되었다! 내가 원하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다! 더이상 네년의 신물 따위는 두렵지 않아! 라우엘 따위 그 창녀는 날 막을 수 없어!"

클루드가 소리치며 어느새 그의 손엔 아귀의 스태프가 모습을 들어 보이며 마리에테를 겨누었다. 그러자 마치 늪에 빠진 듯이 끈적하고 혐오감이 느껴지는 스산한 기운이 마리에테를 비롯해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으며 마리에테의 얼굴이 급박하게 변했다.

"이런!"

점차 강해지는 어둠의 힘, 마리에테는 급히 주머니에 하나의 자그마한 염소 인형을 꺼내 들었다.

"클루드! 쥬신 라우엘은 이 모든 걸 생각하며 이미 그대를 막을 힘을 이 세계 곳곳에 퍼트려 놨습니다. 당신의 계획은 분명 없이 실패할 거에요!"

"큭큭! 라우엘 따위!! 그녀 역시 내 안에 있는 악마는 알지 못했을게다! 아니 알았다 해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마리에테의 품에서 꺼낸 자그마한 염소 인형이 마치 살아있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빛을 뿜어내며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고 조금 전만 해도 인형이었던 염소는 어느새 진짜 염소가 되어 클루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이제부터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아직 벨리알의 완전한 힘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마리에테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동시에 염소가 울기 시작하자 그 울음소리가 클루드의 귓가를 타고 들어오자 클루드의 인상이 한껏 구겨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클루드의 안에 이빨을 내보이던 벨리알까지 그 울음소리가 신경쓰이는 듯이 요동치기 시작하자 점차 클루드의 머리를 울리는 울음소리에 고통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엇이냐.. 크흑.."

"제물, 악의 힘을 가둬 놓는 제물입니다! 당신의 힘을 이 염소에게 봉인하겠어요!"

"마리에테!! 니까짓 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