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31화 (231/412)

【231회. 다시 돌아오다】

어느 순간 클루드의 쇳소리가 가득한 목소리 대신 한기가 가득하며 인간의 음성으로는 들리지 않은 벨리알의 목소리가 메아리를 치며 들려왔다. 그만큼 마리에테가 소환해 낸 염소의 울음소리가 벨리알을 귀찮게 하기에는 충분한 듯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카프리코르누스! 당신의 힘을 봉인할 열 번째 신물입니다! 지금 당신과 당신의 몸 안에 있는 악마가 완벽한 상태가 아닌 지금 악마의 힘을 봉인할 저의 작품입니다!"

"감히!!!"

머리를 찌릿하게 울리는 고통 속에서 클루드가 급히 힘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아귀의 스태프에서 짙은 안개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며 마리에테를 비롯해 카프리코르누스까지 삼켜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의 살아있는 모든 생명력을 흡수해가기 시작하자 마리에테의 안색도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흡.."

"이곳에 있다간 너도 죽게 될 것이다! 크흐..."

계속해서 울어대는 카프리코르누스의 힘에도 클루드가 비릿하게 웃으며 마리에테에게 일렀다. 마리에테 역시 서서히 빠져나가는 생명력을 느끼면서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을 봉인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그럴 순 없다! 벨리알이여 내게 힘을 더 주시오!"

클루드가 발악하듯 외쳤다. 여전히 벨리알의 힘을 모두 흡수해나가지 못해 제대로 된 힘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클루드가 고통 속에서 신경질적으로 다시 외쳤다.

"벨리알이여!! 내게 더 큰 힘을!"

클루드의 외침이 닿은 것일까? 클루드의 뒤편에 길게 이어진 벨리알의 그림자가 이내 형태를 갖기 시작했다. 오직 그림자에 붉은 눈만 번뜩이던 그의 모습에 차츰 실체로 변하더니 흉측하고도 검은 털이 곤두선 손을 들어 보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클루드는 무언가 몸속에 힘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클루드의 정신이 아늑한 어둠으로 사라지자 그 자리엔 벨리알이 자리하며 클루드의 몸이 벨리알의 그림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배경이 지워지고 완전히 어둠으로 변한 세상, 벨리알이 만들어낸 공간은 온통 어둠만이 가득했다. 그 곳엔 카프리코르누스의 소리도 옷이 쓸리는 소리도 거칠어진 마리에테의 숨소리도 들려오지 않은 완전한 무의 세상이었다. 그런 공간에 마리에테와 벨리알만이 오롯이 있을 뿐이었다.

벨리알은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마리에테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입가에 차츰 미소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둠에 먹혀 사라진 카프리코르누스의 울음소리를 뒤로 마리에테가 경악과 절망에 찬 얼굴로 벨리알을 바라봤다.

황소의 얼굴과 짐승의 다리, 마리에테를 노리는 뱀의 꼬리와 검은 털이 잔뜩 곤두선 몸, 벨리알은 숨을 쉴 때마다 한기가 몰려왔고 그의 주변은 이글거리는 화염이 피어오르곤 했다. 그런 그가 한걸음 내 디딜 때마다 지축이 뒤흔들리는 위엄과 위압감이 절로 흘러나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벨리알이 마리에테에 가까워지며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날 귀찮게 하는 힘을 가졌구나..."

"당신이 바로 클루드의 몸 안에 있던 악마의 실체군요.. 역시 평범한 악마가 아니었군요"

"난.. 모든 악의 근원이자 만국을 미혹하는 자 그리고 시험하는 자이자 참소하는 자 모든 이들의 원수이자 대적 모든 귀신의 왕 모든 이들의 왕 모든 권세를 잡는 자이니라 네가 생각한 그런 하찮은 악마가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모습으로 이 세상에 드러낸다면 라우엘 조차 날 이기지 못하리라.."

마리에테의 눈가에 짙은 파문이 일어났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레 몸이 떨려 왔고 알 수 없는 한기는 더욱 짙어졌으나 벨리알의 주변에 퍼져 오르는 푸른 불꽃은 마리에테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밀고 있자 거대한 공포가 마리에테를 잠식해 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마리에테의 코앞까지 벨리알이 다가왔다. 거대한 몸과 흉측한 황소의 얼굴이 마리에테를 노려봤다. 마리에테의 몸에 떨림이 더욱 커져 왔으나 이상하게도 무언가 부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들자 마리에테는 그 점에 집중했다.

벨리알의 힘 사이로 느껴지는 작은 부조화, 벨리알의 기운이 차츰 옅어지고 그 기운 사이로 동화되지 않은 클루드의 힘이 새어 나와 벨리알의 기운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힘 마리에테는 일말의 희망을 느끼며 외쳤다.

"역시.. 당신은 완전치 않군요?"

"시간이 지난다면 난 완전해질 것이다."

"라우엘님과 인연의 중심이 선 자가 당신을 막을 것입니다."

"그래? 큭큭 라우엘에게 전하고 싶군.. 세상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말이야. 그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줄 방법이 있구나 너를 찢어 죽여 몬스터들의 먹이로 던져 주면 그녀도 여유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리고 네가 말한 그 인연의 중심의 선 자 역시 내가 직접 사지를 찢어 죽여 라우엘의 앞에 너와 그 녀석의 머리를 던져 주겠노라."

비릿한 미소를 지은 벨리알이 손이 들었다. 그러자 붉은빛이 일렁이더니 양날을 핏빛으로 번뜩이는 배틀 엑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너의 사지를 먼저 찢어 주겠노라!"

벨리알의 말이 끝나고 도끼가 마리에테를 향할 때였다. 마리에테는 잔뜩 공포를 집어 먹었던 정신을 일 깨우고는 급히 등에 메인 활을 들어 시위를 매겼다.

서서히 빛울 머금기 시작한 활, 마리에테가 재빨리 시위를 놓자 마리에테의 손에서 벗어난 빛의 화살이 벨리알을 향해 쏘아져 가기 시작했다.

벨리알은 마리에테를 향해 내려치려던 배틀 엑스를 틀어 화살을 막아냈으나 빛이 폭사 된 화살은 곧 주변의 어둠을 먹어가기 시작했고 동시에 어둠에 먹혔던 카프리코르누스의 울음소리도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히 부서져 내린 어둠의 공간을 보며 벨리알이 잔뜩 인상을 구겼다.

어둠이 완전히 거치고 조금 전의 방안으로 돌아오자 공포로 물들었던 마리에테의 얼굴에 자그마한 미소가 그려졌다.

"세지테리어스, 빛으로 인도하는 화살이지요"

"꽤 재미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

"당신의 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전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뒤를 이을 인도자가 라우엘님과 함께 당신을 멸할 테고요"

마리에테의 말에 벨리알이 크게 굉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더냐? 좋다. 날 더 즐겁게 해보거라 더 발악을 해보거라 큭큭."

점차 방의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리에테의 입가엔 입김이 나기 시작했고 온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벨리알이 숨을 내쉴 때마다 온도가 내려가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주변에 이글거리는 불꽃은 더욱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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