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회. 다시 돌아오다】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요! 클루드의 몸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으련 지는!"
마리에테의 목소리에 벨리알의 무심한 눈이 마리에테를 향하다 이내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지금은 인정하마. 아직 내가 완벽하지 않으니 대신 직접 내가 널 죽이는 것보다 너에게 원한이 깊은 자를 불러내 주도록 하마"
벨리알은 울어대는 카프리코르누스를 신경 쓰며 손을 들어 보였다. 곧 벨리알의 앞에 사람 몸 정도의 크기에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마법진은 차츰 벨리알의 힘을 받아가더니 서서히 마법진 안에 작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찝찝한 느낌의 마법진을 보며 마리에테가 인상을 쓰고는 다시 세지테리어스에 시위를 메겼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큭큭, 내 부름에 응하거라.. 하찮은 녀석들아."
벨리알의 목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시위를 벗어나고 날아간 빛의 화살, 그럼에도 벨리알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곧 어둠의 균열이 완전히 열리고 흙빛의 실루엣이 균열에서 날아들었다. 그 실루엣은 급히 마리에테를 향해 날아들었고 마리에테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바닥에 굴러 간신히 그 실루엣의 공격을 피할 수가 있었다.
"호오 하이엘프라 그런지 감은 여전하구나 ? 큭큭 오랜만이야 마리에테?"
실루엣이 거치고 모습을 드러낸 육감적인 몸매, 동시에 등에 달린 두 개의 박쥐 날개와 붉은색의 매력적인 머리카락과 황금색으로 번뜩이는 눈빛, 마리에테의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 매혹적인 여성은 마리에테를 아는 듯 천천히 날개를 펄럭이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호호호 이런 곳에서 보니 더 반갑네! 정말~ 여전히 널 찢어 죽이고 싶다니깐~ 호홋!"
"넌.."
마리에테가 눈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200년 전이지 벌써? 네년이 날 봉인하고 이 세계에서 추방했을 때가 하! 그때 느낌은 참.. 그때 사용하던 염소는 여전히 울고 있구나?"
여성은 미소를 보이더니 이내 손을 흔들자 하나의 채찍이 만들어지며 케프리코르누스의 몸을 갈가리 찢고 돌아오자 울음이 완전히 그쳤다.
"그래 오랜만이야 메드니스..어떻게 카프리코르누스의 울음소리에도 멀쩡한 거지? 수련이라도 했나 봐 지옥에서?"
"호홋 나에겐 이제 그따위 울음소리는 통하지 않아! 한 번으로 족하지 그 더러운 기분은 말이야!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요리해줄까? 몬스터들의 먹이로 보내줄까? 아님 차근차근 너의 사지를 잘라내 줄까?"
매혹적인 미소를 보인 메드니스의 살벌한 음성에 마리에테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곧 모든 신물이 모일 거야! 그렇게 되면 너희도 쉽사리 뜻을 이루진 못할 테지.."
"호호호 그건 그때 생각하고, 지금 네 걱정이나 할 때 아닌가? 그까짓 신물 부숴버리면 끝 아니야?"
메드니스의 말에 마리에테가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 그 망할 흑마법사가 완전히 악마의 힘을 얻지 못했더라면 봉인하려 했으나... 그러진 못하겠군..하지만 충분해!"
마리에테가 뒤에 창백한 얼굴의 클루드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메드니스를 소환하고 조용히 있는 모습이 아마 완전히 벨리알과 클루드가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증거로 보였다. 그럼에 마리에테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만약 자신의 앞에는 메드니스가 있지만 않았어도 클루드를 봉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메드니스! 내가 준비도 없이 여기로 온 줄 알아?"
"뭐?"
메드니스가 인상을 구기며 마리에테를 바라봤다. 마리에테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내 세지테리어스를 들어 보였다.
"너도 알지 못할 거야. 세지테리어스의 능력을 강화했거든."
"하? 고작 그딴 화살 날 맞출 수나 있을까?"
천천히 메드니스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메드니스는 그런 메드니스를 보더니 급히 빛이 일렁이는 화살을 창문 밖으로 쏘아 보냈다.
"말했지? 내게 길을 인도해주는 화살이라고 저 화살은 곧 내가 되기도 해, 안타깝지만 충분히 정보는 얻었어! 이 정도면 충분해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을 말이야."
마리에테가 벨리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벨리알이 무엇을 느꼈는지 급히 메드니스를 향해 소리쳤다.
"도망치려 한다! 당장 잡아라!"
"쳇 쥐새끼같이!!"
메드니스가 급히 마리에테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마리에테의 몸은 이미 빛으로 산화되기 시작했고 금세 모습을 감추자 메드니스의 채찍은 애꿎은 허공만을 갈랐다.
"이런.. 망할 년이!!"
"메드니스 그 년을 놓치지 마라."
"알겠어요!"
이번엔 메드니스의 주변에 흑색의 연기가 차오르더니 급히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방안에 혼자 남은 벨리알이 힘겹게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벨리알의 얼굴에서 서서히 클루드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 아직 완전치 않은 네 힘으로 무리하게 힘을 사용해서 그렇다... 역시 하찮은 인간이 내 힘을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군..-
"젠장.. 그랬습니까?"
클루드가 이를 갈며 아쉬움에 낮게 속삭였다. 이미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만약 벨리알이 소환 마법을 하지 않았더라면 벨리알의 힘이 봉인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다행히도 벨리알은 소환 마법이라는 임기응변으로 클루드와 벨리알 둘을 살릴 수 있었다.
"젠장 힘이 더 필요합니다."
클루드가 욕지거리를 토해내며 이를 갈았다. 벨리알 역시 클루드와 같은 느낌을 받는지 주변의 한기가 더욱 강해지며 방안에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 아직 부족하다.. 부족해.. 오늘의 치욕은 다음에 꼭 갚아주리라..-
벨리알과 클루드가 마리에테를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한편, 화살을 타고 몸을 날린 마리에테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메세츠데 도시 한복판이었다. 빛을 뿌리며 모습을 드러낸 마리에테는 다시금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리자 뒤이어 메드니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다시 마리에테를 쫓기 시작했다.
"호호호 마리에테!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도망만 다닐거야?"
여유가 가득한 메드니스의 목소리가 마리에테의 귓가에 닿자 마리에테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동시에 급히 세지테리어스에 시위를 메기며 메드니스에게 쏘아내자 메드니스는 그저 고개를 틀어 화살을 피해내며 계속해서 마리에테를 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