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34화 (234/412)

【234회. 윈랜드】

"아쉽네요 저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

교황청의 앞 추기경들과 함께 윈랜드로 떠날 루크 일행을 마중 나온 크리스티나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티나님도 이곳에서 할 일이 있으니깐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루크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대답하자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루크님! 이번엔 제가 아즈문으로 가서 루크님을 찾아뵙도록 할게요!"

크리스티나의 대답에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악수를 나누자 크리스티나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자 루크의 뒤에 있던 레이니와 안느란테의 눈빛이 가늘게 뜨며 루크를 바라보자 크리스티나가 멋쩍어하며 손을 놓아야만 했다.

"하하, 아무튼 고마웠어요 루크님"

"예 저도 고마웠습니다."

뒤이어 크리스티나의 옆에 있던 라이아가 다가왔다. 먼저 윈랜드로 떠나는 루크 일행보다 하루 뒤 아즈문으로 가겠다고 했기에 오늘은 이 곳에 남으려는 듯했다. 그런 라이아의 옆에 루시와 릴리 세리스가 같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심하렴 루크."

"네, 어머니 최대한 조심할게요"

"그래..꼭 조심해야 한다."

"네! 알겠어요"

연실 조심하라는 라이아의 모습에 루크가 몇번이나 같은 말을 함으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뒤이어 루크와 루시가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루시의 모습에 루크가 미소를 그리며 루시 앞에 서자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린다. 분명 라이아의 말대로 윈랜드에는 가지 않게 되었으나 여전히 불만이 가득 남아 있나 보다. 뾰로통한 루시의 모습이 그러했다.

"금방 돌아올게요."

"..."

여전히 대답이 없는 루시를 보며 루크가 다시 물었다.

"아무런 대답도 안 해주실 거에요?"

"...후.. 알았어. 조심해 금방 돌아와야 해!"

"그럼요. 이번엔 아즈문에서 만나요 우리!"

그제야 루시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러곤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루시가 얼굴을 붉히며 루크의 볼에 잠깐의 입맞춤을 했다. 뒤이어 쥬디스를 비롯해 추기경들과 짧게 인사를 나눔으로 헤어짐을 준비하고는 루크가 마차에 올라탔다. 루크를 뒤로 레이니, 안느란테, 엘레니아, 에이리스가 올라타자. 추기경이 있던 자리에 한 아름 짐을 들고 온 루미에르가 루크에게 다가왔다.

"나도 따라갈게요!"

"예?"

루미에르의 말에 모두의 시선에 의아함과 함께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으나 루미에르는 괘념치 않은 듯 헐레벌떡 뛰어 와 루크가 탄 마차 앞에 이르렀다.

"저도 같이 갈 거라고요!"

"예... 화.. 황후님 그.. 그게 "

루크가 얼버무리며 난감해하자. 루미에르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저도, 제가 직접 윈랜드로 가보고 싶어요, 제이서스가 없는 지금 어린 제 아이들을 제외하고 한 나라의 황후로서 윈랜드로 간다면 충분히 윈랜드에 있는 병사들에게 사기를 높여줄 수 있을 거에요! "

"그건...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루미에르는 루크가 속한 나라의 황후이다 보니 안된다는 말을 단호하게 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괜찮죠?"

루미에르가 고개를 갸웃하며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그, 그게"

난감한 표정으로 루크가 다른 이들을 보다 이내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크리스티나나 추기경들을 바라봤으나 어찌된 것인지 추기경들은 일부러 모른 척 딴청을 부릴뿐더러 크리스티나는 무엇을 아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멋쩍게 웃어 보일 뿐이자 루크는 물론 레이니를 비롯해 엘레니아와 에이리스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어 갔다. 오직 안느란테만이 루미에르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을 뿐이었다.

"반가워요 루미에르님! 같이 가시는 거에요?"

"호홋! 저도 반가워요 안느란테! 자 루크 저도 탈게요!"

"아.. 예"

결국 루미에르를 제지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루미에르가 마차에 올라탔다.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마차에 올라타자 레이니를 비롯해 엘레니아의 표정이 참으로 난감함이 서려 있으나 따로 무슨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오직 안느란테만이 반가움에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뒤로 에이리스는 무언가 수상쩍은 눈으로 루미에르를 바라보자 루미에르와 에이리스의 시선이 허공에 겹쳤으나 이내 루미에르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정말 윈랜드로 같이 가도 되는 건가요? 지크라엘님이나 다른 분들이 안다면.. 분명 말릴 텐데.."

옆에 앉은 루미에르에게 루크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루미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뭐, 루이서스나 세이실이 걱정되긴 하지만 황성엔 믿음직스러운 지크라엘이 같이 있으니깐! 내가 없더라도 충분히 아즈문을 잘 이끌어 줄 거란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황후인 내가 직접 마흐무드의 성기사들을 대동하고 가면 병사들의 사기가 얼마나 올라가겠니?"

루미에르가 바깥에 있는 성기사들을 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루크 역시 루미에르를 따라 마차 창 밖을 힐끔 바라보자 성기사단의 부단장인 마레즈가 다친 쥬디스와 얘기를 나누다 이내 말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지크라엘에게 한 소리 들어야 하겠지만..그래도 젊었을 때 기억도 나고 기대되는걸! 그렇죠 에이리스? 후회하지 말아야지요 안그런가요 호호 "

루미에르의 시선이 에이리스에게 향했다. 의미심장한 눈빛이었다. 에이리스는 잠시 우물쭈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루미에르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너무 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래 봬도 크리스티나와 비슷할 정도의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깐. 윈랜드에가서도 충분히 도움이 될 테니 말이야"

"그렇...군요.."

여전히 무언가 꺼림칙한 루크가 겸연쩍게 대답했으나 루미에르는 괘념치 않은 듯 무척이나 신나 했다. 마치 마차 여행이라도 떠나는 듯 말이다. 그런 루미에르의 모습을 본 루크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루미에르의 미소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에이리스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 한나라의 황후답지 않게 천진난만하고 사람들의 사기를 절로 이끌어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릴 줄 알았다. 이러한 느낌을 그동안 마흐무드에 있으면서 알 수 있었던 루크였기에 언제나 차분하고 조신한 에이리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루미에르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한 마차에 분위기를 적절하게 바꿔주리란 생각이들자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다.

"무슨 할 얘기가 있니?"

자신을 바라보는 루크에 모습에 루미에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루크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같이 여행을하네요!"

"그래! 나야말로 잘 부탁하는구나! 루크, 그리고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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