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회. 윈랜드】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거대한 굉음을 뿌리며 날아간 20발의 화살은 곧 와이번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어느 와이번은 발리스타의 화살에 가슴을 적중 당해 그대로 괴성을 토해내며 추락하기 시작했고 어느 와이번은 날개에 맞아 날개가 찢어지며 방벽 아래로 추락했다. 동시에 추락한 와이번을 향해 병사들이 달라붙어 숨통을 끊어 놓는다. 그 위에 타 있는 적군은 바닥에 추락사를 당하거나 가까스로 숨이 붙어있으면 윈랜드의 병사들이 찾아내 목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끊이지 않은 와이번들은 곧 발리스타의 위치를 알아내며 이내 발리스타가 있는 곳으로 쇄도해 오기 시작했다.
"지크문드! 발리스타를 지키게!"
데미아스가 다급히 소리치자. 지크문드가 급히 발리스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사무엘! 나서스! 발리스타부터 지키게!"
뒤이어 지크문드가 소리치자. 사무엘과 나서스가 검을 뽑아들고 지크문드를 따라 발리스타 근처로 다가갔다. 그렇게 병력이 분산되어서일까? 여태 잘 먹던 공성 탑들이 한둘씩 방벽에 달라 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방벽을 두드리는 공성 차의 울림이 더욱 커져 오자 데미아스가 잔뜩 인상을 구겼다.
안 그래도 부족한 인원에 병사들에 사기는 나락까지 떨어져 이렇게 병사들이 나뉘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심지어 하늘엔 와이번의 무리가 수를 나눠 한쪽은 발리스타를 다른 쪽은 방벽 위에 자리한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데미아스는 전장의 상황을 한눈에 보고 다시 소리치려 할 때였다. 누군가 와이번에 떨어지며 곧장 데미아스를 향해 번뜩이는 검을 들이밀자. 데미아스가 황급히 몸을 틀어 검을 피해내야만 했다.
"그대가 인간들 중 가장 강하다는 자가 맞는가?"
검은 실루엣이 거치기 시작했다. 여전히 강한 눈보라가 몰아쳤으나 충분히 그 사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를 보며 데미아스의 눈에 파문이 일기 시작했고 침을 성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대는.. 마계인이구려?"
"그렇다.. 내 이름은 야낙! 벨리알님의 명을 받아 중간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몸이 검은빛이 돌며 머리에는 한 개의 뿔이 자라나 있다. 동시에 황금빛으로 물든 눈빛이 데미아스를 노려봤다.
야낙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대검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명검이었고 그 무게가 남달라 보였으나 그는 무척이나 쉽게 한 손으로 들어 보이며 데미아스를 향해 그날을 번뜩였다.
데미아스는 그런 야낙을 쳐다보다 이내 주변에 들려오는 아군들의 비명소리에 인상을 썼다. 그러자 야낙의 바닥을 박차고 달려오며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자 데미아스가 급히 허리를 굽혀 몸을 뒤로 피해야 했다.
쿵 하는 거대한 소음, 야낙의 검이 애꿎은 방벽을 강타하자 커다란 폭음이 들려 온다. 뒤이어 다시 야낙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감히 날 두고 딴청을 부리려는 것인가? 자만인가? 아님 나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소린가?"
야낙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동시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거대한 살기에 데미아스의 살갗을 찌르르 울리자. 온몸에 털이 위험함을 알리며 곤두서기 시작했다.
"지크문드 병사들을 부탁한다!!!"
그 말을 뒤로 데미아스가 검을 들어 보이며 야낙에게 겨누었다.
"그래, 이제 제대로 할 마음이 들었는가?"
"자네를 빨리해치우고 병사들을 돌봐야겠네."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보거라."
야낙이 다시 한번 땅을 박찼다. 동시에 종으로 휘둘러지는 거대한 대검에 데미아스는 살짝 손목을 비틀어 검 면으로 야낙의 대검으로부터 전해지는 힘을 허공으로 흘려보낸다. 동시에 뒷걸음질 치기보단 한 걸음 더 나아가 야낙에 품에 파고들고는 검이 들린 손의 팔꿈치로 야낙의 명치를 가격하자. 야낙이 발걸음을 물린다. 연이어 데미아스가 몸을 빙그르르 돌아 검을 휘두르자 다시 한번 야낙이 몸을 뒤로 날렸으나 데미아스의 검을 채다 피하지 못했는지 가슴에 빨간 혈 선이 그어졌다.
"호, 그 상태에서 내 검을 피했구려?"
"명성이 거짓은 아니었군"
가슴에 그어진 혈 선을 보며 야낙이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단 한수로 이루어진 공방이었으나 둘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둘 다 알 수 있었다.
데미아스는 이 싸움이 그리 빠르게 끝나지 않을 것을 느끼자 마음에 초조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좀 힘들겠군.."
"재밌겠어 오랜만에 그대와 같은 상대를 만나 기분이 좋군! 기분이 썩 좋지 않았거든 말이야! "
비릿한 미소를 지은 야낙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데미아스는 다시 한번 스텝을 밟으며 요리조리 야낙의 대검을 피하고는 야낙의 품으로 파고 들어 상대적으로 야낙의 대검보다 짧은 검으로 야낙의 빈틈을 노렸다.
마치 뱀이 똬리를 틀다 공격해오듯 야낙의 빈틈을 노렸다. 그러나 야낙 역시 만만치 않았음에 데미아스가 만들어내는 거리를 벗어나려 뒷 스텝을 밟으며 멀어졌고 거리가 벌어질 때마다 연속으로 대검을 휘둘러 그의 품으로 파고들기가 만만치 않았다.
야낙이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와이번이 펄럭이는 날개 소리처럼 그 소리에 전해지는 힘은 결코 만만치 않아 데미아스는 최대한 맞부딪치기보단 피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이어진 공방전 속에 야낙의 대검이 처음으로 데미아스의 검과 맞부딪치자 커다란 굉음과 함께 데미아스는 손목을 타고 흐르는 저릿한 감각에 잠시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아니 강제적으로 멈춰야만 했다.
그만큼 야낙의 검에 실린 힘은 받아내기가 꽤 고단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