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37화 (237/412)

【237회. 윈랜드】

"아주 늙은 여우처럼 교활하구나 요리조리 피하는 솜씨가 남달라!"

"자네야말로 성난 오우거마냥 힘만 강한 것 같은데 말이지?"

야낙의 비웃음에 데미아스는 그대로 맞 받아치며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야낙의 대검과 맞부딪치는 대신 검세를 파악하여 그의 검을 피해 빈틈을 노려 공격했고 그럴 때마다 야낙의 몸에 자그마한 혈선이 계속해서 그려졌다. 그럼에도 야낙은 괘념치 않은지 거대한 검을 계속해서 휘두르며 단 한방만 데미아스에게 적중시키길 원했다.

이번에도 야낙의 검을 피한 데미아스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벗어나며 야낙의 뒤를 점하고 검을 베어내자 야낙이 급히 몸을 굴러 데미아스의 검을 피해냈다. 동시에 데미아스가 있던 곳에 대검을 세워 찔렀으나 야낙의 대검은 데미아스의 잔상만을 찌를 뿐이었다.

"짜증이 나는군!"

데미아스가 요리조리 자신의 검을 피하는 데미아스에게 짜증이 일었는지 잔뜩 이를 갈며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여전히 애꿎은 허공만 베고 땅에 박힌 대검은 거대한 굉음과 함께 뿌연 먼지를 일으킬 뿐이었다.

"멍청하군 일부로 시야를 없앤 게냐?"

뿌연 먼지 속에 데미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낙은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며 대검을 휘둘렀으나 여전히 데미아스의 잔상만을 베어 갔다. 뒤이어 이번에는 뒤에서 느껴지는 진한 살기에 야낙이 황급히 몸을 굴렀으나 제때 구르지 못해 등에 기다란 혈선이 그어졌다.

"젠장!! 이 망할 늙은이가.. 죽여 주겠다!"

다시 느껴지는 살기 야낙이 대검을 들어 보이자 무언가 대검을 한차례 훑어 지나가며 불똥이 튀었다. 연이어 이어지는 공격, 계속 방어만 하던 야낙이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는지 거대한 마기를 뿜어내며 몸을 빙그르르 돌며 검을 휘두르자 대검에 실린 거대한 마기가 한차례 전장을 훑어 지나갔다. 동시에 완전히 걷힌 안개 다시 눈보라가 몰아친다.

그제야 데미아스의 모습이 보였다. 야낙이 만들어낸 마기를 막아내었는지 그의 검에도 푸른 검기가 실려 있었으나. 그 주변에 병사들은 야낙이 만들어낸 마기를 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피떡이 되어 있었다.

"끌끌...2차 전을 시작하자고."

"흠.."

데미아스가 침을 성을 삼켰다. 아무리 베어도 저 무식할 정도의 힘은 여전했고 또 마계인 특성상 작은 공격에 괘념치 않아 한다. 오히려 경이로울 정도의 회복력으로 금세 상처가 회복되자 데미아스는 야낙을 보며 혀를 내둘

렀다

☆ ☆ ☆

한편, 지크문드 역시 병사들을 돌볼 세가 없는 상황이었다. 와이번들에 의해 벌써 발리스타는 5대나 망가진 상황이었다. 나름 궁수들과 마법사들이 와이번들을 공략했지만, 이번엔 방벽 위 공성 탑을 타고 온 적들에 의해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방벽 위로 가야 했건만 지크문드는 지금 자신의 앞에 한 소녀가 길을 가로 막고 있어 골치가 아파져 오는 지경이었다.

"어린아이로 보이는데 어찌 이 전장에 있는가?"

지크문드의 물음에 흰색에 옷이 다 비치는 이제 막 열셋 열넷 정도로 보이는 소녀의 모습에 지크문드의 인상이 한껏 굳어지고 있었다.

그 소녀는 지크문드를 향해 마치 뱀처럼 가는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고 눈 역시 인간의 눈이 아닌 뱀의 눈과 닮아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이라면 성년식을 치르지 않은 정도의 어린아이로 보이지만 그에게 느껴지는 짙은 마나의 농도는 절대 낮은 급의 마법사가 아님을 말해주었다.

"마계인으로 보이는데, 마계인은 이렇게 어린아이도 전쟁에 참여하는 건가? 조기 교육이 대단들 하군!"

"흠! 내이름은 카시오야, 물론 마계인중 어린 아이들도 전투능력이 있긴 하지만 보통 전투에 서진 않아. 난 그저 오빠를 따라왔을 뿐이거든"

"오빠?"

지크문드의 표정을 찌푸리며 되묻자 카시오가 웃는 낯으로 대답했다.

"응! 그나저나 대단한걸? 인간들 중에 당신 같은 꽤 고위급 마법사가 있는 줄 몰랐어!"

간드러지는 웃음 속에 지크문드가 혀를 차며 대답했다.

"아이야. 전장은 네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니 그만 가는 게 어떻겠느냐?"

"풉? 날 애 취급하는 거야? "

"애 취급이 아니라 실제로도 애 같은데 말이지 성년식이라도 치렀느냐?"

지크문드가 카시오를 잘 타일렀다. 지크문드의 말을 듣던 카시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어 보이자 지크문드가 혀를 찼다.

"쯧쯧, 아무리 마계인이라 할지라도 성년식도 치르지 않은 아이에게 전장은 무리일 테다 그만 돌아가거라."

"뭐? 날 무시하는데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정 내 실력을 못 믿겠다면 내가 직접 능력을 보여주겠어!"

지크문드의 말에 키득거리던 카시오가 한껏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동시에 손을 들어 보이자 카시오의 주변에 불그스름한 마법진이 그려지며 어떠한 사전 준비도 없이 빠르게 사람의 상체만 한 커다란 불꽃의 구를 만들어 내며 지크문드에게 쏘아 보냈다. 지크문드는 그러한 카시오의 신위에 나름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나쁘진 않으나 이따위는 여전히 애들 장난일 뿐이란다."

콧방귀를 뀌며 소리친 지크문드의 손에도 푸른 마법진이 그려졌다. 동시에 카시오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속도로 마법진이 허공에 그려지며 카시오가 만들어낸 불덩어리만큼의 크기와 같은 물방울이 나와 불꽃의 구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장을 메우는 수증기 속에 카시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칫! 계속 날 무시했겠다? 좋아 계속 보여주겠어!"

시야를 가리는 수증기 사이로 이번엔 카시오가 만들어낸 전격계의 마법이 지크문드를 향해 쏘아졌다. 지크문드는 여전히 여유롭게 잠자던 마나를 일깨우자 대지가 진동을 하더니 곧 지크문드의 앞에 거대한 돌덩어리가 생겨나며 카시오의 전격 마법을 막아냈다.

"어린아이라 해도 마계인은 마계인가보군! 여러 속성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구나? 그 점은 칭찬해 줄 만 하다."

"이씨! 계속 날 어린애 취급 할 거야?! 이 것도 막아 봐!"

카시오가 잔뜩 열을 내며 다시 한번 불꽃의 구를 만들어냈다. 지크문드 역시 같은 불꽃의 구를 만들어 내 서로 폭발을 하게 만들자 거대한 불꽃의 구름이 전장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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