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회. 윈랜드】
지크문드는 급히 자신의 주변의 반투명한 막을 만들어내 그 후폭풍에서 벗어났고 카시오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 주변에 한창 전투를 벌이던 병사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자 지크문드의 표정이 한껏 굳어졌다.
"흠..나도 모르게 주변 생각을 하지 않았군... 내 실수이니라."
"당신 꽤 재밌잖아! 날 무시하긴 해도 실력은 확실히 괜찮은걸? 역시 몰래 야낙 오빠를 따라오길 잘했다니깐! 좋아 계속해보자고! 날 무시한 당신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어!"
카시오가 미친 듯이 웃어 보이더니 혀를 계속해서 날름거렸다. 동시에 그녀의 양손이 높이 들어 올려 지자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농도 깊은 마나의 질과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서서히 카시오의 양손에 모이기 시작했다.
연이어 카시오에 손을 타고 그려지는 거대한 마법진, 주변의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하며 대지가 흔들거렸다. 동시에 푸른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불꽃이 넘실거리기 시작하며 지크문드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발현되지 않은 마법임에도 그 후끈한 열기가 전장을 가득 채워 휘날리는 눈발을 단숨에 녹여 수증기로 만들기 충분했고 짙은 농도의 열기로 인해 내려간 온도가 다시 올라 가까히 하다간 땀이 날 정도였다.
"허허! 제법이구나?"
지크문드가 카시오가 만들어내고 있는 마법에 내심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어린 나이로 저렇게 고위급 마법을 시전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꽤 위험할 거야 이번엔!"
카시오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지크문드는 그런 카시오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 마나를 일 깨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크문드의 위에 그려지기 시작한 푸른 마법진이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연이어 완성된 마법진에선 청량한 물 내음이 풍겨오기 시작하자 카시오의 눈이 번뜩이며 소리쳤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재밌어. 정말 재밌어! 인정해줄게! 당신은 마계에 가도 충분히 인정받을 실력자라는 것을 말이야!"
어떻게보면 천진난만한 카시오의 모습과 동시에 그녀의 손이 지크문드를 향해 뻗어 갔고 푸른 불꽃을 휘날리며 거대한 불꽃의 구가 지크문드를 향해 쇄도해오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지크문드 역시 자신의 마법진에서 폭포수 같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 반격하자 다시 한번 전장에 수증기가 가득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윈랜드의 대부분을 가득 메우는 수증기에 주변뿐만아니라 멀리 있던 병사들까지 시야를 잃게 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눈먼 칼에 맞는 병사들이 나타났으나 이내 점차 강해지는 눈보라에 수증기는 금새 사라져 다행히 수증기로 인한 피해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하핫. 역시 재밌어!"
카시오가 다시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아무리 봐도 어린아이의 행동으로 보이는 그녀는 지금 전쟁, 싸움이 아닌 마치 대련을 하는 것이라 착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자 지크문드의 눈썹이 움찔하며 화가 났다.
자신은 지금 이 곳에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이 마계인 꼬마는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마계인과 자신의 전투로 자신의 병사들까지 피해를 보니 이렇게 한가하게 마법 대결을 할 필요성이 없었다.
"그래 인정하마, 어린 나이에도 대단한 능력을 가졌구나. 역시 마계인들의 마법적 재능은 허투루 볼 게 아니라 생각하는군 널 무시한 것은 내 사죄하지"
"그렇지? 호홋 내가 좀 해!"
지크문드의 말에 카시오가 신이 났는지 연실 키득거리며 자신의 그 자그마한 콧대를 한껏 높이 들어 올린다. 그런 카시오의 모습에 지크문드가 비릿하게 웃어 보이자 카시오가 연실 떠들었다.
"나야말로 놀랐다니깐? 물론 나만큼은 아니지만 나와 비등한 실력을 갖춘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어! 마계인도 아니고 말이야! 역시 이래서 아빠는 인간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일까? 호호홋"
"그렇더냐?"
카시오의 웃음에도 지크문드의 표정이 무표정하게 변했다. 동시에 기세가 달라졌다. 카시오는 지크문드의 기세가 달라지자 혹여나 다시 새로운 마법을 선보일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고 그 기대감은 카시오의 기분을 한껏 상기시켜 주었다.
"좋아 또 뭘 보여줄 거야? 다시 해보자구! 이번에도 내가 먼저 할게. 잘 막아봐! 나로서는 꽤 힘든 마법이지만 이것도 막으면 난 그만 돌아갈게!"
"큭큭 날 봐주는 것이냐?"
"그래? 나 착하지? 내가 마계인이지만 인간들에게도 꽤 착해!"
"해보거라."
지크문드의 말에 카시오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그녀의 주위가 아닌 눈이 내리는 우중충한 창공에 마법진이 서서히 그려지기 시작했다. 대충 보기에도 그 느껴지는 마나의 농도며 마나의 양까지 허투루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 지크문드조차도 무표정한 얼굴을 지우고 놀람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기대하라구!"
뒤이어 카시오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들리자 지크문드가 놀란 표정을 지우고 이내 비릿하게 웃었다.
"어린아이는 어린아이구나.. 좋다 이번엔 나도 잘 즐겼으니. 전장에서 마법사의 싸움을 보여주마."
"응? 뭐라고 했어?"
카시오가 의문을 표하며 대답하자 지크문드가 혀를 쯧쯧 차며 대답했다.
"전장은 말이다. 어리석은 아해야. 지금 너처럼 마법 대결이 아니란다. 꼬마야. 생사가 오가는 곳에 그리 많은 빈틈은 너에게도 절대 좋지 않을 것이야.. 그러니 잘 배우거라. 내 죽이지는 않으마."
지크문드의 말에 카시오의 표정이 다시 구겨졌다. 또다시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지크문드의 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크문드는 더는 말을 잇지 않으려 했다. 그저 카시오를 향해 살짝 손가락을 튕길 뿐이었다.
카시오가 준비하는 마법에 새 발의 피도 안될 마나력과 옅은 마나의 농도 그러나 카시오를 당황하기에는 너무나 충분했다.
어느새 한창 마법을 준비하던 카시오의 손에 얼음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뒤이어 다시 한번 손을 튕기는 지크문드의 손가락 투명한 마나가 카시오의 뒷목을 가격하자 카시오는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다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널 지켜줄 사람도 없이 마법사는 함부로 고위급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란다 쯧쯧. 그리고 이 주변 날씨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 마법이란다."
지크문드가 여전히 강하게 내리는 눈발을 보며 짧게 말하고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