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루크 아스란 전기-239화 (239/412)

【239회. 윈랜드】

"후우.. 후우.. 여기서 끝장을 내주마!"

야낙이 잔뜩 성이 난 상태로 소리쳤다. 어느새 야낙의 몸에는 자잘 자잘한 상처로 가득 뒤덮여 몸이 붉게 변해 있었다. 아무리 괴물 같은 회복력을 자랑하는 마계인이라 할지라도 연속해서 데미아스의 검을 받아낸 몸이 슬슬 받아주질 못하는지 한번 늘어난 상처가 이제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에비해 데미아스는 외관상으로는 여전히 말끔해 보였으나 그 역시도 꽤 지쳤는지 거친 숨을 잔뜩 몰아쉬고 있었다. 게다가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몇 번 어쩔 수 없이 야낙의 대검을 직접적으로 막아내 팔의 무리가 많이 갔는지 저릿한 팔의 떨림은 쉽사리 멈추질 않았다.

"나도 그랬으면 하는구나!"

결국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자 야낙은 또 무언가 준비하는지 대검을 데미아스에게 겨누며 소리쳤고 데미아스도 그의 말에 동의하며 대답하자 야낙이 크게 웃어 보이며 다시 소리쳤다.

"하하! 재밌었다 인간이여! 너라면 내가 친히 인간 중 최강이라 일컬어도 충분하겠구나!"

단단히 화가 났던 야낙의 얼굴에 미소가 서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들려진 그의 거대한 대검이 한차례 울음을 토하더니 서서히 대기가 요동치며 성난 눈보라가 야낙의 대검 앞에 부르르 떨었다. 연이어 폭풍이 몰아치듯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고 그의 마나에 대지가 진동하자 데미아스가 인상을 썼다.

야낙의 기세가 꽤 달라졌다. 여태 보였던 무위와는 또 다른 느낌에 또다시 데미아스 온몸에 위험신호가 울리며 털이란 털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모든 힘을 단 일수에 쏟아 내려는지 야낙의 대검의 모이기 시작한 힘은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다.

"네 이름이 무엇인가? 내 친히 네 이름을 기억하겠다."

힘을 모으던 야낙이 넌지시 물었다. 데미아스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데미아스 아스란이다."

"좋다. 데미아스! 이 힘을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

야낙의 말을 듣던 데미아스는 눈썹을 치켜뜨며 자신 역시 손에 들린 검을 야낙에게 겨누었다. 동시에 야낙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은 거대한 마나의 폭풍이 그의 손에 들린 검을 감싸 안기 시작하자 야낙이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크하핫!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자 슬슬 끝을 봐야겠지!"

야낙이 미소를 그리며 높게 대검을 높게 들어 올리려 할 때였다.

한창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만이 가득하던 전장을 울리는 웅장한 뿔피리 소리에 전장에 모인 병사들의 움직임이 멈춰 섰다. 동시에 그들의 시선이 소리에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지는 윈랜드에 방벽이 있는 쪽이 아닌 그 반대쪽 윈랜드로 들어서는 입구쪽에서 들려오자 이내 모두의 시선이 한둘 씩 그곳으로 향하자 윈랜드 병사들의 얼굴에 조그마한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뿔피리의 근원지를 찾은 병사들 사이에서 거친 환호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성기사다!!! 마흐무드에 지원군이야!!"

암울하던 정장의 기류가 차츰 일그러졌다. 연이어 보이는 마흐무드의 성기사들은 마치 빛을 이끌고 오는 빛의 사자처럼, 너무나 웅장하고 위엄이 느껴졌으며 너무나 눈부시게 보였다.

"우린.. 우린 살았어!!! 신성력이야!"

동시에 윈랜드 병사들의 몸에 하얀 빛 무리가 일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난 상처들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성기사들과 같이 온 사제들의 힘일 것이다. 연이어 하늘에 높이 떠오르는 빛은 마치 태양처럼 눈보라로 가득한 전장을 비춰주기 시작하자 그 빛에 몬스터들과 메세츠데의 병사들이 괴로워하며 뒷걸음질치기 시작하며 조금 전의 기세를 완전히 잃어갔다.

윈랜드 병사들은 사제들이 신성력으로 만든 태양을 보며 도망치려는 적군들의 모습을 보자 병사들의 입가에 오랜만에 환희가 그려지며 모두같이 라우엘을 찾기 시작했다.

"아.. 라우엘이시여!"

눈물을 흘리는 병사들까지 보인다. 마치 기적을 만난 것처럼 병사들은 모두 마흐무드의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보며 울컥 눈물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한편 야낙 역시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동시에 그에 손에 들린 대검에 몰아치던 마나가 차츰 흐드러지기 시작했다.

야낙은 마흐무드의 지원군을 바라보다 이내 혀를 차며 데미아스에게 소리쳤다.

"운이 좋군! 하필 성기사들이라니 오늘은 그만 물러나겠다. 다음에 승부를 냈으면 하는군!"

그 말을 뒤로 야낙이 위로 손을 올리자 어느새 날아왔는지 한 마리의 와이번이 야낙을 낚아채 가버렸다. 데미아스는 그런 야낙을 보다 다시 성기사들을 바라봤다.

"악을 멸하고 친우를 도와라!"

윈랜드를 울리는 성기사들의 우렁찬 외침, 다시 한번 전장에 뿔피리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들이 강렬한 빛을 내 뿜으며 전장에 참여하자 겁을 집어 먹은 메세츠데 병사들과 몬스터들을 손쉽게 도륙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 많은 수의 지원군은 아니었으나 그들이 내뿜는 기세와 힘은 충분히 밀리고 있던 윈랜드에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러자 서서히 몬스터들이 윈랜드의 방벽을 타고 넘어가기 시작했고 방벽에 붙어있던 공성 탑도 차츰 방벽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도, 도망친다!! 적들이 도망쳐!"

한 병사가 소리쳤다. 데미아스 역시 자신의 검의 마나를 거두고 전장의 상황을 바라보자 메세츠데 병사들이 도망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와이번에 탄 야낙은 이내 전장을 한 바퀴 돌며 퇴각하라며 소리쳤고 이내 윈랜드 상공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보이자 그제야 데미아스가 잔뜩 긴장한 몸을 풀 수 있었다.

"퇴각한다!! 병사들은 뒤로 물러라!!"

"후..."

점차 멀어지는 적들을 보며 데미아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온 지원군임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성기사들에게 달려가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망친다!! 살았어!! 우리가 이겼어!!"

"이겼어!!"

동시에 도망치는 메세츠데 적군들을 보며 참으로 오랜만에 윈랜드의 병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흐무드의 지원은 그들로서 엄청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한껏 가라앉은 사기를 들끓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소리였다.

데미아스는 환호를 하는 병사들을 보며 간신히 입가에 미소를 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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